오영훈 제주지사의 환경 정책이 후퇴했다. 오 지사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환경보전분담금을 장기과제로 평가했다. 즉, 나중으로 미뤄두겠다는 것이다. 임기 내에 실현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가 됐다. 이에 사실상 공약 철회라고 평가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제주도는 과잉관광으로 인한 폐기물 증가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에 원희룡 전 지사 때부터 환경보전분담금에 대해 의욕을 갖고 논의해왔다. 관련 용역도 두어 차례 실시했다. 제주 시민사회는 환경보전분담금제도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오 지사는 나중으로 미뤘다.

왜 그랬을까.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오 지사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거론한다. 먼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안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제주 관광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한 반론이 가능하다.

우선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시각에 대한 반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제주도는 환경분담금 도입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영훈 도정이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환경보전분담금의 필요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펼친 정책은 무엇인가. 가령, 김포공항에 제주의 환경문제를 알리는 광고 한 번 건 적 있는가. 없다.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고 뒤로 물러난 것이다.

제주 관광 시장이 위축되었다는 시각은 어떻게 봐야 할까. 올해 제주 지역 관광객 수는 지난해에 이어 1300만~1400만 명 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적은 수치일까? 2019년 1528만명 이후 최대치이다. 2022년에는 1359만 명의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 역대 가장 많은 수치다. 여전히 제주로 관광을 많이 오고 있다. 매해마다 제주 관광객이 역대급으로 갱신되지 않는 이유가 환경보전분담금 관련 논의 때문은 아니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의 내적 요인으로는 고물가와 바가지 요금, 나날이 도시화되어 가는 제주 풍경에 대한 실망감이 거론된다. 외적 요인도 주요하게 거론된다. 코로나 이후로 활짝 열린 해외 관광의 구매력이 제주도를 앞질렀다.

일단 내적 요인을 먼저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관광업계의 자구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주도의 정책이나 업계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알고 싶다. 오 지사는 앞서 "관광객 1500만 시대를 다시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관광객 1500만 명이 들어 온 뒤에나 환경보전분담금을 논의하는 것이 맞을까. 환경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도민이 극단적인 불편을 호소하는 시점에나 본격적을 논의를 시작해나가겠다는 것인가.

오 지사가 밝힌대로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면 제주의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전국적으로 제주도 차원에서 알려 나가야 한다. 김포공항에 제주도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광고부터 하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