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는 왜?》(김대규 글 그림, 이야기꽃 펴냄)
《저어새는 왜?》(김대규 글 그림, 이야기꽃 펴냄)

2018년에 나온 책이다. 아직 1쇄만 찍었다. 독자들의 관심을 끈 그림책은 그대로 한 해에 1쇄씩은 찍는다. 이 책은 사람들이 잘 읽지 않았나 보다. 내가 보기엔 참 좋은 책인데 말이다. 글밥이 많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자.

새가 날아와요./ 저어새예요./ 어? 저어새야, 칫솔을 어디에 쓰려고?/ 치카치카! 부리를 닦으려고?/ 쓱쓱! 머리 깃을 빗으려고?/ 음··· 벅벅! 등을 긁으려고?/ 그럼, 쓱싹쓱싹! 발을 닦으려고?/ 어···? 혹시 둥지를 지으려고?/ 그래, 그랬구나./ 그런데, 왜···?

저어새는 긴 주걱처럼 생긴 부리로 물을 휘휘 저어 먹이를 찾는다.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205호다. 세상에 4,000마리쯤 산다. 여름엔 우리나라 서쪽바다에서 많이 살고, 겨울엔 중국 남부와 타이완, 베트남에서 산다.

그림책을 보자. 저어새가 사람들이 쓰다버린 칫솔을 물고 하늘을 날아간다. 하늘을 나는 동안 도시 모습이 바뀐다. 갯벌이 있던 곳엔 높은 건물들이 들어섰다. 15층이 넘는 빌딩 수 백 채가 세워진다. 사람이 사는 건물도, 공장 건물도 있다. 그곳에서 나오는 더러운 물과 빗물이 넘치지 않도록 건물들 사이에 유수지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 지름 25미터짜리 작은 섬도 만들었다. 가마우지, 재갈매기, 저어새가 날아들었다. 사실 그 갯벌에 살던 새들이다.

갯벌을 매워서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편하게 살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저어새는 둥지를 틀 나무가 없어서 칫솔, 비닐, 과자봉지, 플라스틱으로 집을 짓는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무보다 비닐이 더 튼튼하고 오래 쓰지 않겠냐고. 또 번쩍번쩍 빛나는 비닐로 둥지를 지은 것을 보고, 함께 사는 새들이 멋지다고 칭찬할 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그냥 웃어넘길 수 있을까. 비닐과 플라스틱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는 몇 백 년, 몇 천 년이 걸린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럼 사람보다 새가 더 중요하단 말이냐. 물론 사람은 중요하다. 하지만 새들이 살지 않는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새들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사람 목숨도 귀하게 여기지 싶다.

이 책이 왜 많이 안 팔릴까. 그림이 재미없어서일까. 글이 심심해서일까. 아니다. 그림책에 나온 저어새 눈빛만을 봐도 깊게 빠져든다. 귀엽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은, 가만히 보면 사람 아이 눈도 닮았다. 저어새가 하늘을 나는 동안에, 점점 커져가는 건축물은 전혀 아름답지 않은 도시를 잘 그린다. 사람들은 알면서도 피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인지 알면서도 쓴다. 내가 편하게 살수록 지구는 조금씩 병든다. 지구가 아프니 사람도 아프다.

물, 불, 흙, 공기. 고대철학자가 바라본 세상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다. 지금은 어떤가. 제주 지하수의 수위가 낮아지 있고, 전세계적으로 마실 물이 줄어들고 있다. 맘껏 쓴 '불'은 핵 쓰레기를 남기고 있다. 흙은 농약과 화학비료로 범벅이 되었다. 미세먼지로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 모두 사람 탓이다. 저어새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사람 말고 어떤 목숨붙이도 지구를 더럽히진 않는다. 이젠 사람들이 자연을 자연 그대로 두는 일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대로 경제성장만을 외친다면 사람들도 제 목숨대로 살지 못한다. 지금은 사람이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 ‘저어새는 왜?’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좀 다정하게 저어새 눈으로, 세상을 봤으면 참 좋겠다. 정말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묻고 싶어서다.

이 책 마지막 글을 보자. “저어새들이 월동지로부터는 멀게는 4,000킬로미터나 떨어진 그곳까지 굳이 돌아와 둥지를 트는 보다 근본적인 까닭은, 이들이 서해가 생겨난 1만 년 전부터 그곳에서 번식해 왔으며 그 습성이 이들의 유전자에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주에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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