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는 ‘2030 탄소 없는 섬’, ‘2040 플라스틱 제로 섬’, ‘2035 탄소중립 제주’ 등을 목표로 탄소 저감을 위한 환경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각종 비용 부담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외부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큰 정부의 환경 정책, 기후위기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시민 인식 등은 제주 환경정책의 방향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환경공익기금위원회와 함께 4회에 걸쳐 제주의 주요 환경정책의 도입부터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돌아보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환경정책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곶자왈

제주의 고유한 특성을 간직한 숲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제주도의 현무암 등 화산암 지대에 수풀이 가득한 지형이라고 말하면 적당해 보인다. 제주도의 허파라고 불리기도 하며, 일종의 작은 밀림과 같다.

제주 곳곳에 형성돼 있다. 이미 유명 관광지가 되거나 사람들에게 개방된 곳도 많지만 통상 접근이 힘들어 동·식물 생태계가 비교적 잘 지켜져 온 곳이다. 농사를 짓기 어려운 지형이라 쓸모없는 땅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곶자왈은 제주 생태자원의 보고이며, 사람들의 훼방없이 제주의 신비를 품어온 요람이기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하는 곳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곶자왈은 빗물의 42%를 지하수로 저장한다.

하지만 제주 개발 광풍은 곶자왈도 건드리기 시작했다. 곶자왈 훼손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제주다판다센터'라는 오명을 지닌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핵심 사업인 신화역사공원과 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은 곶자왈 훼손 규모 때문에 가장 비판을 받았다. 곶자왈을 지키기 위해 도민들이 움직였다. 신화역사공원 등 대형 사업들이 곶자왈 지대에 추진되자 곶자왈지킴이를 자처한 도민들이 2005년 곶자왈사람들을 만들어 활동했다. 신화역사공원 등 개발사업이 야기하는 곶자왈 훼손 문제를 지적하고 감시해 왔다. 그럼에도 곶자왈은 파헤쳐졌다. 환경 훼손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신화역사공원이 들어섰다. 2013년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아래와 같이 비판했지만, '쇠귀에 경읽기'였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 중인 핵심 프로젝트 중의 하나인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이 결국 애초 조성취지와는 달리 대규모 호텔과 리조트단지 등 숙박시설 사업으로 퇴색되는 양상이다.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은 사업승인 과정에서부터 곶자왈 훼손 논란을 받았던 사업이었다. 신화역사공원 사업지구는 월림-신평 곶자왈지대로 도내 곶자왈 분포지역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4,000,000㎡(약120만평)에 달하는 신화역사공원 사업부지와 이와 비슷한 면적의 영어교육도시 개발사업이 이곳에 추진되면서 현재 곶자왈지대의 원형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이다. 두 사업 모두 공기업인 JDC가 시행주체라는 점에서 정부와 제주도의 곶자왈 보전의지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제주 시민사회의 곶자왈 보전 노력에 정치권도 반응했다. 2015년 김우남 전 국회의원은 국립산림과학원 '곶자왈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제주대 정광중 교수에 따르면 훼손된 곶자왈 중 약 40%는 골프장, 50%는 JDC가 추진한 신화역사공원과 영어교육도시 등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활발한 활동, 학계의 연구가 더해지며 2015년 곶자왈 보전을 위한 조항이 국회에 발의되었고,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담긴다. 해당 법의 곶자왈 보전 관련 조문은 다음과 같다.

제354조(곶자왈 보전) 

① 국가 또는 제주자치도는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이하 “곶자왈”이라 한다)의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 국가 또는 제주자치도는 곶자왈의 토지를 취득하고 보전·관리하는 단체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보전·관리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

③ 도지사는 곶자왈 중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곶자왈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그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곶자왈을 훼손하는 대형 개발사업들은 막지 못했다. 신화역사공원, 영어교육도시는 사업 부지에 편입해둔 곶자왈 지대에 사업을 더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2014년 4월에는 제주도 곶자왈 보전 관리 조례가 제정된다. 조례는 곶자왈보호지역을 제주도지사가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보호지역의 지정·변경·해제를 위해서는 도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곶자왈보호지역에서는 개발 행위 등이 제한된다. 특히 곶자왈 지대에 대형 개발사업을 막는 장치가 된다. 하지만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 민원이나 형평성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 제주도지사가 조례에 따라 곶자왈 보호 및 관리 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곶자왈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곶자왈보전및관리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야기했다. 환경단체들은 졸속 개정이라며 맞섰고, 제주도의회에서 올해 한 차례 부결되었다. 제주도는 상위법을 검토하고 도민공감대 형성 과정을 거친 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 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곶자왈을 보호지역·관리지역·원형훼손지역 구분해 차등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환경단체는 곶자왈을 이렇게 세분하는 것은 결국 곶자왈 보전보다 일부 개발 허용 쪽에 문을 열어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결국 틈을 벌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곶자왈에 자라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대흥란. (사진=곶자왈사람들 제공)
곶자왈에 자라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대흥란. (사진=곶자왈사람들 제공)

곶자왈사람들은 올해초 발표한 성명에서 "용역에 따르면 곶자왈 보호지역은 곶자왈 전체면적의 35.5%, 관리지역은 31.2%, 원형훼손지역은 33.3%로 나타났다. 용역에 제시된 관리 방안대로 적용하게 되면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35.5%의 면적만 보전 대상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곶자왈을 3개 구역으로 나눠 구분하는 것은 보전보다 이용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강조한 곶자왈사람들은 "개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기 위한 용역일 뿐이다. 이렇게 나온 결과물이 바로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개정안을 부결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재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 시민사회 단체들은 곶자왈을 이용하기보다는 보전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조례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만, 제주도는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곶자왈 보전을 강화한 변경안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제주도는 상위법 검토 및 도민사회의 신뢰회복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것이 개정안 부결 이유라고 판단하고 있다. 곶자왈 사유지 매입을 위한 일부 법적 근거 및 재정 확충방안 마련 후 조례 개정을 재추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때를 맞추기라도 한듯 곶자왈 관련 개발 논란이 연거푸 불거지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등은 함덕 곶자왈을 곶자왈에서 제외해 개발용도의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하려고 한다면서 제주시를 비판했고, 최근에는 제주도가 곶자왈에 정원을 조성하려는 구상도 밝히면서 이 같은 구상이 결국 곶자왈 보전 조례 개정과 맞물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따른다.

환경이 훼손된 곶자왈을 '원형훼손지역'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식생복원지역'으로 검토하고 식생 복원을 추진하는 등 곶자왈 이용보다는 원형을 보전하고, 훼손된 식생은 복원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용역진이 원형이 훼손되었다고 판단한 곶자왈의 경우 제주도가 의지를 갖고 식생 복원을 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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