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는 ‘2030 탄소 없는 섬’, ‘2040 플라스틱 제로 섬’, ‘2035 탄소중립 제주’ 등을 목표로 탄소 저감을 위한 환경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각종 비용 부담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외부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큰 정부의 환경 정책, 기후위기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시민 인식 등은 제주 환경정책의 방향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환경공익기금위원회와 함께 4회에 걸쳐 제주의 주요 환경정책의 도입부터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돌아보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환경정책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자연 그 자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경우, 멸종위기와 같이 자연회복 능력을 잃어버린 이후 대처하는 것보다 시의적절한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문제는 관광활동이 제주 경제 활성화의 동인임에도 도민의 삶의 터전과 경제, 사회, 환경적으로 끼치는 악영향이 피부에 와닿을 경우, 관광에 대한 혐오나 부정적 인식에서 오는 갈등으로 인해 관광을 환영하지도 기피하지도 못하는 딜레마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용 및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관광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환경연구원 '제주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 보고서 中 )" 

제주도가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잠정 유보했다. 이 제도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오영훈 지사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를 이유로 신중론에 빠진 상황. 논의가 10년 이상 이어진 만큼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도는 환경보전분담금 도입 추진 시기에 대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분담금 부과 대상, 방법 등을 총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제주환경보전분담금은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쓰레기와 하수, 교통혼잡과 같은 환경오염의 처리 비용을 원인자(오염자)인 관광객에게도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제주도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그간 논의됐던 부과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관광업계 등 전반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이라며 "도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도입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향후 추진 시기에 대해서도 정확히 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에서 관광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에서 관광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10년째 이어진 논의

제주에서 환경보전분담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때는 2012년이다. 관광객 수가 연 1000만명이 넘기 전이다. 그러나 관광산업 성장 분위기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면서 흐지부지됐다. 2016년부터는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관광객 수가 1500만여명을 웃돌기 시작하면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인해 환경수용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실행방안과 입법 논리 개발을 위해 여러 용역을 진행한 상태다. 2018년 한국지방재정학회에 의뢰한 용역에서는 환경보전기여금 부과액으로 숙박 1인당 1500원, 렌터카 1일 5000원(승합 1만원, 경차 및 전기차 50% 감면), 전세버스는 이용 요금의 5%가 적당하다는 안이 나왔다.

올해 지난 3월 14일 공개된 한국환경연구원 '제주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정책기본법상 수익자 부담원칙에 근거하면 관광객과 오염 피해의 인과관계와 같은 법리적 문제가 제기될 요인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담금 관리 기본법도 마찬가지다.

용역진은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반대하는 행위가 오히려 헌법의 실질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분석했다. 국회 심의를 통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국가적 측면에서 자연 환경 보전을 위해서 바람직하고, 자치권 확대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의견을 냈다.

도민사회에서도 찬성 의견이 더 우세한 편이다. 뉴제주일보, 한라일보, 헤드라인제주, KCTV 제주방송 등 제주지역 언론사 곳이 지난 3월 30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도민 1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찬성 61%, 반대 35%로 조사됐다(모름/응답거절 4%). 

다만, 반발이 심한 곳도 있다. 관광업계다. 제주관광협회는 지난 3월 용역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 반대 성명을 내고 관광객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코로나19 여파로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 도입은 시기상조이자, 도입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17일 제주도의회 제42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도정질문. 오영훈 지사와 송창권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 4월 17일 제주도의회 제426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도정질문. 오영훈 지사와 송창권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관광업계 반발에 한 발 물러난 제주도 ... 이유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

이후 오영훈 지사는 지난 4월 5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난제"라며 한 발 뺀 모습을 보였다. 제도 자체는 필요하나, 국민적 공감대, 법률 개정, 관광 사업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후 도의회 도정질의 자리에서도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같은달 열린 제주도의회 제426회 본회의 도정질의에서 "내국인 관광객이 1300만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지역경기 둔화 움직임이 급격히 발생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위기가 포착돼고 이는 건설경기의 악화로 이어진다. 올해까지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제주도민 생존의 문제"라며 "관광 소득이 7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서 1조원이 떨어지면 몇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에 속도를 내긴 어렵다"고 여러 의원들의 질문에 선을 긋기도 했다.

관광협회는 오 지사의 유보 입장에 환영 성명을 내고 "타 지자체에서는 각종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공격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가 환경보전분담금을 추진하면 제주관광상품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입장에서도 관광산업에 경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같은 흐름을 의식하지 않기 어렵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내국인 관광객은 565만37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줄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은 18만7267명으로, 지난해(4만9693명)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제주시 봉개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모습.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시 봉개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모습. (사진=김재훈 기자)

"질적 관광 미래 내다봐야 ... 중요한 건 도정 의지"

내국인이 전체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논의가 시작된 시기와 비교하면 이미 많은 숫자다. 2012년 기준 같은 기간 동안 391만6046명이 입도한 것과 비교해도 상회한다. 이에 10년 넘게 논의가 이뤄진 만큼 제도 도입 취지를 살려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송창권 제주도의원은 제주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환경보전분담금을 도입해 제주관광에 대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가져가야 한다"며 "만약 관광객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로 줄어든다면 매우 취약한 경제구조라는 이야기다. 실제로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관광업계의 반대 논리에 대해서도 "논리의 비약이자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제도 도입과 관계없이 관광객 증감률은 유동적이었다. 반대 논리대로라면 다시 1500만명이 넘어야 논의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오히려 관광객 감소에 대해선 최근 논란된 비계삼겹살, 해수욕장 바가지요금 등 관광업계의 자성을 통해 관광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주도의 의지"라며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도가 국회 및 정부 설득 등 해야할 일이 많은데 주춤거리는 모양새라 매우 안타깝다. 질적 관광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박찬식 다른제주연구소 연구위원도 "하루이틀 논의된 사안이 아니라 10여년의 시간 동안 몇차례 용역까지 진행됐다. 국민 및 도민을 설득해야 하는 제주도가 유보나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환경보전분담금 용어 역시 제주의 세계적으로 가치있는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가꾸는 것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