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는 ‘2030 탄소 없는 섬’, ‘2040 플라스틱 제로 섬’, ‘2035 탄소중립 제주’ 등을 목표로 탄소 저감을 위한 환경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각종 비용 부담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외부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큰 정부의 환경 정책, 기후위기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시민 인식 등은 제주 환경정책의 방향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환경공익기금위원회와 함께 4회에 걸쳐 제주의 주요 환경정책의 도입부터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돌아보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환경정책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환경 보전에 참여하면 보상이 주어지는 제도가 있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가 그것이다.
생태계서비스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얻는 모든 혜택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해당 제도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를 보전 및 증진하기 위해 환경부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 계약은 정부와 지차제가 토지소유자 등 지역주민과 계약을 맺고, 지역주민이 환경 보전을 위한 활동을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오영훈 도정은 민선 8기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제주형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도입’을 내걸고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에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12월 ‘제주특별자치도 생태계서비스지불제계약 운영 및 관리 조례’를 제정, 제주 실정에 맞도록 사업 대상지 등을 확대했다.
환경부가 규정한 사업 대상지가 습지보호지역 등에 한정돼 제주의 오름, 곶자왈, 마을 목장 등 다양한 지역을 포함시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유형 또한 곶자왈 숲 조성, 오름 생태탐방로 정비, 곶자왈과 마을목장을 연계한 생태탐방로 조성 등으로 다양해졌다.
올해 기준 생태계서비스지불제 계약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은 전국 10개 시도에 32개 시군이다. 제주지역에서는 지난해 시범사업 당시 9개 마을이 참여했으나, 올해 참여 마을이 19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마을을 함께 가꾼다는 자부심...생태적 관점 도입 확대 필요 의견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마을회 2년째 생태계서비스지불제에 참여하고 있다. 오조리 마을은 △오름 관리 및 유해식물 제거 △생태연못 조성 및 관리 △식산봉 생태계교란 식물 제거 및 환경정비 △연안습지 정비 및 관리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고기봉 오조리 이장은 “이전에도 마을 자체에서 환경보전활동을 진행했었지만 예산이나 인력에 한계가 있었다”며 “제도 시행 이후에는 수익이 나기 때문에 인력도 충분해지고, 보다 체계적으로 마을 환경 정비에 나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오조리는 마을 자체적으로 환경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오조리 갯벌 보존을 위해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오조리 갯벌에는 멸종위기종인 물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서식하고 있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며 습지보호지역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공동체가 돈독해지는 결과는 덤이었다. 고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과 손자, 손녀가 함께 쓰레기 줍기 등 활동을 하면서 우애도 다지고, 활동을 위해 마을주민들이 모여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서 친목을 쌓으면서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경험을 했다. 내년에도 당연히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상훈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전문위원은 “생태계서비스지불제와 같이 제주의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제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다만 제주도의 전반적인 정책 기조가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확대·성장이 아닌 제주 본연의 가치를 살리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제주특별법이 생태적인 관점에서 재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장보다는 보존에 더 중요성을 둔 가치 전환이 이뤄진 후에 생태계서비스지불제 같은 제도가 맞물려 간다면 더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생태계서비스지불제와 더불어 무분별한 개발 자체를 막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자발적 환경보전 활동, 더욱 확대하기 위해선?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환경부와 지자체, 주민들 모두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제도인만큼 전국적인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내년 운영을 목표로 ‘생태계서비스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보다 전문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제주형 생태계서비스지불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서비스지원센터에는 환경 전문가가 배정돼 지역주민들의 환경보전활동을 컨설팅하고, 그들과 소통하며 이행 여부 점검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행정의 담당자가 바뀌어도 지역에서 제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기관을 두는 것이다.
더불어 “제도 확대에 관한 어려움을 꼽자면 재정적인 부분”이라며 “국비 확충만이 아니라 기업 등 민간 부분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제주형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참여 지역은 지난해 9개 마을에서 19개 마을로 늘었으나 투입 예산은 지난해 2억9000여만 원에서 4억600여만 원으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3일 국회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생태계서비스지불제 계약 확대 적용과 생태관광 활성화 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과 국가와 기업의 재정적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제언과 함께 생태계서비스 이용료 지불제 도입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오홍식 제주대학교 교수는 “지역주민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제도 추진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제도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과 국가의 환경자산을 보전하는 데 밀접한 관련성을 바탕으로 기부금 등 기업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운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속적이고 충분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 배출권거래제, ESG 기업 등과 연계해 민간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한편 “생태계서비스 이용료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현행 지불제도는 본질을 방기하고 가지만 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생태계서비스지불제의 비용 부담 주체는 현행 정부와 지자체인데 그들은 특정 생태계서비스의 수혜자가 아니”라며 "정부가 토지소유자나 지역주민에게 보상을 지급함으로써 생태계서비스 공급자가 생태계 자체가 아닌 토지소유자 등으로 개념이 혼동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해당 사업이 일부 지역이나 특정 그룹에게만 혜택을 주는 형평성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해당 제도는 대상 지역과 재원 등의 확대는 필요하지만 생태계서비스 이용료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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