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차산업의 중축이 되는 농업. 그러나 농촌의 현장에는 농가 인구의 고령화로 그 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어느덧 없어서는 안될 필수 인력이 된 이주노동자들이지만 농촌에서는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고용과 노동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농민과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상생 방안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제주 농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제주투데이>는 이와 관련한 제주도와 농가들의 고민을 담고, 제주와 이주노동자가 상생하는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농가의 연령대가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52.6%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제주의 경우 전체 농가 중 37.7%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이다. 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이나 3명 중 1명은 고령 농민인 셈. 그 비율이 결코 낮지 않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해 농촌 인구 고령화 및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자 베트남 남딘성과 ‘농업분야 외국인 계절근로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지난해 10월 베트남에서 농사 경력이 있는 30~40대 계절근로자 41명이 입국했다. 이들은 위미농협에 배치돼 감귤수확 농가 등에서 근로했다. 

베트남 근로자들은 현지에서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제주 농가들은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상부상조였다. 양측의 높은 만족도 덕에 올해는 대정농협과 고산농협까지 3곳으로 확대됐다. 

지난 8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양배추밭에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콴(quan, 30)씨와 다트(dat, 29)씨가 비료를 뿌리는 모습.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8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양배추밭에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콴(quan, 30)씨와 다트(dat, 29)씨가 비료를 뿌리는 모습.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8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양배추밭에 비료를 뿌리던 콴(quan, 30)씨와 다트(dat, 29)씨를 만났다. 

이들은 익숙한 듯 파란색 비료통을 허리에 매고 장갑 낀 손으로 한 움큼씩 비료를 쥐어 양배추밭 곳곳에 뿌려댔다. 

아내와 함께 계절근로자 제도로 입국한 다트(29)씨는 “베트남에서도 농사일을 해본 적이 있어서 일이 그렇게 고되진 않다”며 “베트남에 있는 아이와 매일 통화하면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베트남에서는 월급이 보통 1000만 동(약 55만 원)인데, 이곳에서는 3~4배 정도 되는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이중 150만 원 정도는 베트남 가족에게 보낼 예정”이라며 웃어 보였다. 

콴(30)씨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다. 여기서 돈을 벌고 베트남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놀러가는게 소원”이라며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양배추밭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콴(quan, 30)씨와 다트(dat, 29)씨가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시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8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양배추밭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콴(quan, 30)씨와 다트(dat, 29)씨가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시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계절근로자들은 일당 9만 원의 임금을 받는다. 성별 상관없이 동일한 임금을 받고, 모두 농가에서 부담한다. 각 지역 농협에는 계절근로자들이 묵을 숙소와 식사 등을 제공한다. 고산농협은 한국어가 서툰 근로자들과 소통을 위해 베트남 이주여성을 고용했다. 

고산농협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총 30명(여 20명, 남 10명)으로 지난달 29일 입국했다. 이들은 E-8(계절근로) 비자로 입국해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5개월 동안 근무한다. 최대 3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이용 중인 고성권(67)씨는 “처음에는 (근로자들을 들이기가) 망설여졌는데 양배추밭에서 검질 매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다 보니 일도 빠르고 능률도 좋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상시 운영되길 바랄 정도”라고 답했다. 

다만 순번제로 돌아가는 계절근로자 제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인력 부족 문제가 해소돼 만족스러우나 근로가 순번제로 돌아가서 일꾼들에게 일을 계속 새로 가르쳐야 한다는 불편함은 있다. 농가당 배정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산리에서 농가를 운영하는 고경진(54)씨는 "외국인들이 없으면 농촌에서 일이 아예 안된다. 이런 제도 통해서 외국인들이 들어오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로 입국한 베트남 근로자들이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의 한 농지에서 농작업을 배우는 모습. (사진=고산농협 제공)
지난달 27일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로 입국한 베트남 근로자들이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의 한 농지에서 농작업을 배우는 모습. (사진=고산농협 제공)

고영찬 제주고산농협 조합장은 “사업 성공으로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을 확산해 농가 인력난 해소와 인건비 상승 억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윤재춘 제주농협 본부장은 “지난해 제주위미농협의 서귀포 감귤농가에서 제주고산농협의 서부지역 밭작물농가까지 인력난 해소의 성공모델 만드는데 지원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계절근로자 제도의 경우 체류 기간의 최소 75%(5개월 체류 기준, 월 22.6일)를 고용하도록 돼 있다. 궂은 날씨에 야외 작업이 어려워 근무 일수 보장이 힘든 농업 특성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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