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위미농협에 배치된 베트남 공공형 계절근로자(오른쪽)와 농가 주인. (사진=위미농협 제공)
지난해 위미농협에 배치된 베트남 공공형 계절근로자(오른쪽)와 농가 주인. (사진=위미농협 제공)

외국인 계절근로제는 2015년 충청북도 괴산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19명이던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4만9000명, 참여 지자체는 124곳으로 확대돼 전국 농어촌 곳곳의 빈 일자리를 메우고 있다. 제도의 빠른 확장은 그만큼 수요가 따른다는 방증이다. 

계절근로제는 그간 시행착오를 통해 변화를 겪어왔다. 당초 계절근로제는 3개월 동안 농가가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외국인 근로자는 단기취업(C4) 비자를 받고 입국했다. 계절근로자의 체류기간과 인원을 늘려달라는 주문이 이어지자 2019년 법무부는 계절근로(E8) 비자를 신설, 체류기간을 5개월로 늘렸다. 

그러나 농가의 직접고용 방식에서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 및 고용의 어려움, 브로커의 임금착취 문제 등이 발생했다. 그 보완책으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2022년 도입됐다. 이주노동자 고용 과정에서 지자체가 개입, 농협이 이주노동자에게 월급을 지불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늘어난 외국인 근로자 체류기간에도 여전히 증가하는 수요에 법무부는 지난해 계절근로자의 체류기간을 연장 3개월 포함 최장 8개월로 늘렸다. 이렇듯 계절근로제는 우리의 필요와 수요에 의해 손질돼왔다. 

제주에서도 실시되고 있는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제는 지난해 1곳, 올해 3곳의 지역농협에서 운영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2025년도 사업 지역은 고산·한림·조천·서귀포·대정·위미농협 등 6곳으로 확대됐다. 농가들의 긍정적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공형 계절근로제 또한 농협 적자 등 재정적 지속가능성 문제와 근로자 이탈, 인권침해 문제가 대두되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 (사진=김재훈 기자)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 (사진=김재훈 기자)

고기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계절근로제로 들어오는 노동자가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노동자의 3배다. 하지만 계절근로제는 법무부 운영지침으로 운영되고, 고용허가제는 법에 따라 운영된다”며 “법으로 운영되는 제도가 더 많아야 하는데 이렇게 많이 차이 나는 건 제도가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절근로제의 ‘법제화’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송출 과정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불법을 막기 위해 계절근로제 전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감시 및 책임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다. 계절근로 과정에서 임금착취 등 외국인 근로자의 권리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무단이탈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계절근로자 숙소에는 ‘작업자를 위한 주요 보호사항: 고용주가 수행해야 하는 의무’ 안내 포스터를 법적으로 의무 부착해야 한다. 포스터에는 ‘모든 채용 및 비자 비용 지불’, ‘안전한 주택으로 무료로 제공’, ‘위협없이 불만을 제기하고 조사에 참여할 권리 존중’ 등이 명시돼 있다. (사진=고기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 제공)
미국의 계절근로자 숙소에는 ‘작업자를 위한 주요 보호사항: 고용주가 수행해야 하는 의무’ 안내 포스터를 법적으로 의무 부착해야 한다. 포스터에는 ‘모든 채용 및 비자 비용 지불’, ‘안전한 주택으로 무료로 제공’, ‘위협없이 불만을 제기하고 조사에 참여할 권리 존중’ 등이 명시돼 있다. (사진=고기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 제공)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권리 보호 선례로는 미국 사례를 들었다. 고 위원장에 따르면 미국의 계절근로자 숙소에는 ‘작업자를 위한 주요 보호사항: 고용주가 수행해야 하는 의무’ 안내 포스터를 법적으로 의무 부착해야 한다. 포스터에는 ‘모든 채용 및 비자 비용 지불’, ‘안전한 주택으로 무료로 제공’, ‘위협없이 불만을 제기하고 조사에 참여할 권리 존중’ 등이 명시돼 있다. 고 위원장은 계절근로자 권리보장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국내에서도 법이나 조례를 통해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제주농업의 발전을 위해 ‘제주형 출입국 정책’과 ‘농촌기본소득’ 등을 제언했다. 고 위원장은 “제주라는 섬은 기본적으로 국경 통제가 쉬운 지역으로 자체적인 출입국 정책, 무사증 입국 미등록 외국인의 합법화 방안 등을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농촌의 모자란 일손을 무작정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우기만 할게 아니라 내국인 청년들, 농업 후계자들을 양성하기 위해서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농촌기본소득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 인력 실태조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훈 나오미센터 사무국장은 현재 농업인력 수급정책이 노동력 수요조사 없이 추정치로 계획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인력수요 실태조사는 지난 2월부터 시행된 농어업인력 특별법 제6조에 따라 수행기관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올해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위미농협에 배치된 베트남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진=위미농협 제공)
지난해 위미농협에 배치된 베트남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진=위미농협 제공)

김 국장은 이어 현재의 계절근로제로는 현재 제주농업 인력을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암암리에 미등록 이주민을 고용하는 농가가 태반으로 불안정한 인력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지난 2021년 발표한 ‘농업부문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실태와 과제’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중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농가는 91%에 달했다. 

제주의 농업인력 확충 방안으로는 농업 특성상 ‘일급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농촌거주증’을 제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제주도에 무사증으로 입국해 체류기간을 초과한 외국인은 1만1191명이다. 김 국장은 무사증 입국자가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불가능한 점을 이용해 이들을 농가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국장은 “제주도에 대다수 농가는 공공형 계절근로 외에 고용허가제, 일반 계절근로제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안된다”며 “무사증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의 체류기간을 30일에서 6개월로 늘려 '농촌거주증'을 지급, 숙식을 당사자가 해결하도록 한다면 농촌 내 일용직 근로가 가능해 농가 부담도 자연히 덜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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