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2024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사람꽃’은  경력단절 및 취업 취약계층 여성으로 구성된 공동체 예비창업자(팀)의 초기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기관 맞춤형 마음회복프로그램 및 DIY 키트판매, 힐링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할 ‘손끝공방’, 온마을을 잇는 돌봄 커뮤니티케어 센터 운영을 목표로 한 ‘오아시스’, 업사이클링 상품제작 및 판매, 바느질 클래스를 운영하는 ‘제주리본’ 등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지원했다. 제주투데이는 사회참여와 경제적 자립을 통해 제주 공동체의 변화를 가져올 여성들의 도전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재활용 소재로 만든 가방류를 판매하는 유명 브랜드 F사의 제품은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도 이 정도면 살만 하겠구나 하며 가방을 집어들었다가 가격표를 보고 다시 내려놓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장을 볼 때 물건을 막 담을 수 있는 쇼퍼백의 가격이 20만원이 넘고 가볍게 들고 다닐 메신저 백은 30~40만원대다. 

업사이클링이 각광을 받게 된 배경은 기후위기 시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소비 실천이라는 인식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제품은 턱없이 비싸고 저렴한 제품은 손이 잘 가지 않게 마련이다. 게다가 유명 브랜드 제품 역시 소재만 다시 활용했을 뿐이지 대량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되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제주리본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맞춤형 클래스. (사진=제주리본협동조합 제공)
제주리본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맞춤형 클래스. (사진=제주리본협동조합 제공)

만약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손재주가 조금 부족해서, 디자인에 자신이 없어서 망설여진다면 제주리본협동조합(이하 제주리본)에서 운영하는 강좌에 참여해 봐도 좋겠다. 

“나의 합리적인 바느질이 환경과 다음 세대를 살립니다”라는 미션을 가진 제주리본은 올바른 농부장 로컬푸트 연구회에서 수공예품을 만드는 이들이 모여 만든 조합이다. 처음에는 바느질과 업사이클링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여성 3명이 모여 시작했다. 이들 모두 육아와 퇴직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다. 

일상 소재들을 가지고 자신들의 바느질 솜씨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담은 제품으로 만들어 플리마켓 등에서 팔기도 했다. 그러다 업사이클링을 일상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바느질 클래스를 운영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때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 추진하는 ‘2024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만나게 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개인적으로 수공예품을 만들고 일부 상품은 플리마켓에서 팔던 작은 모임에서 ‘협동조합’이라는 ‘법인’이 된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제주리본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만든 제품을 올바른 농부장과 플리마켓 등에서 상시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김지현 제주리본협동조합 이사. (사진=제주리본협동조합 제공)
제주리본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만든 제품을 올바른 농부장과 플리마켓 등에서 상시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김지현 제주리본협동조합 이사. (사진=제주리본협동조합 제공)

“중간에 엎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더라고요.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웃음) 누구한테 맡겨서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시청이나 세무서, 은행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정관 만들고 등록하고 싸인 받고를 하나하나 다했어요. 끝내는 되긴 되더라고요.”

지난 5일 제주시 도련동 제주리본 작업실에서 만난 김지현 이사는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을 떠올리며 한숨을 몇 차례 쉬다가도 결국 그 모든 일을 잘 마무리한 데 대해 뿌듯한지 커다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다. 김 이사는 “설립하기 전부터 교육을 17차례나 받았다. 그 교육을 받으면서 ‘해볼만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다른 일 때문에 바쁜 일이 있어도 교육을 꼬박꼬박 다니다 보니 알게 모르게 그게 다 도움이 되더라”고 설명했다. 

제주리본이 무엇을 하고 있는 조합인지 소개해 달라고 하자 그는 “한마디로 자급자족이죠”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을 활용해 한땀한땀 바느질을 해 필요한 생활용품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제주리본은 색동 브로치, 한복 원단으로 만든 스카프, 북커버, 텀블러를 휴대할 수 있는 가방, 사시코자수 조각원단으로 만든 파우치, 사시코자수 염색원단으로 만든 컵받침 세트 등을 상시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 시민과 함께 하는 ‘맞춤형 클래스’ 프로그램은 앞치마 만들기와 파우치 만들기, 밭일할 때 쓸 수 있는 토시와 소품 만들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리본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만든 제품. 리넨 냅킨을 활용해 앞치마를 제작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리본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만든 제품. 리넨 냅킨을 활용해 앞치마를 제작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리본협동조합 조합원들이 한복 원단을 활용해 만든 쇼퍼백과 색동 브로치.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리본협동조합 조합원들이 한복 원단을 활용해 만든 쇼퍼백과 색동 브로치.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리본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뜨개로 만든 가방.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리본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뜨개로 만든 가방. (사진=조수진 기자)

 

김지현 이사가 아기 덧신을 활용해 만든 실내 슬리퍼. (사진=조수진 기자)
김지현 이사가 아기 덧신을 활용해 만든 실내 슬리퍼. (사진=조수진 기자)

이날 작업실 안에는 조합원들이 만든 수공예품이 전시돼 있었다. 그중 손바닥만한 실내 슬리퍼를 집어 들었더니 김 대표는 “지금은 군대에 간 우리 아이가 어릴 때 신던 덧신을 버릴 수가 없어 놔뒀는데 그걸로 아기용 실내 슬리퍼를 만들었다”며 “이렇게 귀여운 것도 만들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전시했다. 판매용은 아니다”라고 웃는다. 

내년에는 제주리본에 또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 김 이사는 “지금 숨이 가쁜 상태이다. 올 여름부터 법인 설립 일정을 맞추느라 너무 열심히 뛰었다. (웃음) 일단 숨을 좀 돌리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제주리본의 호흡으로 제주리본의 색깔로 생활 속의 업사이클링 실천도우미로 자리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지난 4일 찾은 제주리본협동조합 작업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4일 찾은 제주리본협동조합 작업실. (사진=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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