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주들불축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들불축제는 다음달 16일부터 3일간 열릴 예정이다. 제주시는 오름불놓기 행사가 기후위기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 여론을 받아들여 불 없는 축제를 기획했다. 핵심 아이템을 배제하는 만큼 그 기획이 쉬웠을 리는 없다.
빛의 축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이름은 들불축제다. 이 괴리감 때문에,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친다 하더라도, 오름불놓기 행사 강행을 요구해온 이들을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축제는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제주도의 도전이다. 이 실험을 통해 축제를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 축제를 시작으로 명칭부터, 시기와 내용까지, 새로 구상해나가야 한다.
올해 들불축제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을까. 제주시는 지난 17일 추진상황 2차 보고회를 열고 부서와 유관기관 간 축제 추진 현황을 공유하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축제장 내 기반·편의시설의 정비를 통해 손님 맞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이번 축제에서는 ‘오름불놓기’를 포함한 ‘달집태우기’, ‘횃불대행진’의 콘텐츠를 디지털로 전환해 새롭게 연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1월 축제 세부추진계획 수립 이후 제기된 다양한 우려 속에서, 탄소중립과 기후 위기라는 과제 앞에 지속 가능한 축제를 위해 전면적 디지털 행사로의 변경을 고민한 결과이다.
달집은 높이 5m의 디지털 달집으로 대체하여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달집 앞에 설치된 소원판(키오스크)에 작성한 소원을 디지털 달집에 바로 송출하여 방문객과의 상호 작용을 더하고, 기존 등유, 파라핀을 사용한 횃불 대신 LED 횃불로 변경하여 시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첫째날 오름 디지털횃불등반, 둘째날 희망대행진을 연출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얻을 수 있는 이점인 안전함과 공간적 제약이 없음을 활용하여 참가자들의 체험 및 참여 요소를 높이고, 디지털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연출로 방문객들에게 축제의 즐거움을 안길 예정이라고 한다.
대규모 드론을 활용한 쇼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을 고려해 추진되지 않는다. 결국, 이번 축제는 미디어 아트 쇼의 모습을 지니게 된다. 다만, 미디어 파사드 등 디지털 미디어 아트가 이미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라는 점에서, 얼마나 유인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오름불놓기 행사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축제 후, 마치 준비되었던 듯한 비판 여론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축제를 준비한 행정 관계자들이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 하지만 담대하게, 이번 축제를 '들불축제'를 넘어선 미래의 축제를 기획해 나가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 명칭과 시기 등 기존 들불축제의 구성 요소들을 완전히 해체하면서, 새 기획을 해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