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자료사진(왼쪽)과 지난 9월10일 서울시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4 시ㆍ도지사 정책 콘퍼런스’에서 ‘변방에서 혁신의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선도도시, 제주!’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주시 및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편집=조수진 기자)
제주들불축제 자료사진(왼쪽)과 지난 9월10일 서울시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4 시ㆍ도지사 정책 콘퍼런스’에서 ‘변방에서 혁신의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선도도시, 제주!’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주시 및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편집=조수진 기자)

탄소중립을 선도하겠다고 공표한 지역에서 나지막한 산 전면을 불태우는 행사가 열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31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선도도시’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7년간 온실가스 저감과 탄소 흡수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기본계획 수립을 진행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배치되는 듯한 ‘오름 불태우기’ 행사가 재개될 수 있는 조례안에 대해 도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당 조례안을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집행부인 도는 조례안이 가결된 날로부터 20일 이내 재의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제주도의회는 제432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목초지(오름) 불놓기’가 포함된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기후위기 역행·산불위험' 축제, 시민숙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축제로 

‘불놓기’는 기후위기에 역행하고 산불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이에 지난해 제주시가 숙의형 원탁회의를 진행한 결과 회의 운영위원회는 지역 문화가치를 지키며 ‘생태·환경·도민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자 제주시는 지난 6월 원탁회의 결과를 반영해 ‘2025 들불축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는 ‘불’이 아닌 레이저나 조명 등 ‘빛’으로 새별오름을 밝힌다는 내용이 담겼다. 행정과 시민이 손을 맞잡고 생태적인 축제를 만들어가는 선례를 남기는 중이다. 

지난해 오영훈 도지사 역시 도정 현안 공유 간담회에서 “기후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나 아시아, 세계적인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제주들불축제의 발전 방향을 다시 한번 논의해야 할 때”라고 '불 놓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주녹색당은 지난해 4월 18일 '새별오름 들불축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인 서명부'를 제주시 담당부서에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독자 제공)
제주녹색당은 지난해 4월 18일 '새별오름 들불축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인 서명부'를 제주시 담당부서에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독자 제공)

#제주도 "오름 불놓기, 2035년 탄소중립도시 실현 도정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하지만 이런 흐름에 반해 오름 불놓기를 재개해 달라는 목소리가 해당 마을 이장을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김성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장을 비롯한 1283명의 주민이 들불축제에 ‘목초지(오름) 불놓기’를 포함시키는 ‘제주특별자치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청구했다. 

이에 집행부인 제주도는 이전 도지사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적인 기후 위기 대응, 생태환경 보존 등에 부응하기 위해 2035년 탄소중립도시 실현 등을 추진하는 도정 정책 방향과 부합하지 않고 특히 목초지에 불을 놓는 행위는 산림보호법에 위반하는 행위”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했다. 

산림자원법(35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산림 또는 산림인접지역에서 불을 피우거나 불을 가지고 들어가는 행위가 금지된다. 오름 불놓기가 이뤄지는 애월읍 봉성리 산 59-8번지는 목장용지이나 2012년 초지지역이 해제되면서 산림자원법상 산림에 해당한다. 

여기에 도의회는 예외조항인 ‘산림보호법 시행령 제24조’에 따라 산림병해충 방제 등의 경우에는 허가를 받아 불놓기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오름 불놓기’를 재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오름 불놓기’는 해당 주민청구 조례안에서도 밝히고 있듯 ‘산림병해충 방제’ 목적이 아닌 ‘관광상품’ 목적이었다. 다만 해당 조례안은 도의회 전문위원의 검토를 거쳐 상위법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병해충 방해” 문구를 추가했다. 소위 ‘안 되는 일을 되게 하기 위한’ 수정이 이뤄진 셈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에서 가결된 조례를 이송받으면 20일 이내 재의요구를 할 수 있다. 재의요구를 할 시 제주도의회는 본회의를 통해 해당 조례안을 다시 심의해야 한다. 해당 조례안의 재의요구 기한은 오는 13일이다. 열흘 남짓 남은 기간 ‘탄소중립 선도도시’ 제주도는 어떤 답을 내릴 것인가. 

오영훈 지사가 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4 시ㆍ도지사 정책 콘퍼런스’에서 ‘변방에서 혁신의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선도도시, 제주!’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지사가 지난 9월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4 시ㆍ도지사 정책 콘퍼런스’에서 ‘변방에서 혁신의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선도도시, 제주!’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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