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하는 금모래해변...왜?
안덕면 화순리에 위치한 화순금모래해변. 금모래해변은 용머리해안과 산방산 전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드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던 해변이다. 주변 경관이 매우 뛰어났다. 금모래해변은 서쪽에 삭은다리(썩은다리)와 접한다. 삭은다리는 응회암 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지질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금모래해변에서 삭은다리를 지나 황우치해변과 용머리해안으로 이어지던 올레길은 이름난 코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금모래해변은 다른 도내 유명 해수욕장들만큼 도민과 관광객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대형 항구로 개발되며 해수욕장의 매력을 상실해버렸기 때문이다.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말았다. 모래 해변이 대부분 콘크리트로 덮여버렸다. 금모래해변의 길이는 이제 250m 안팎에 불과하다. 거기에 더해 수질도 나빠지면서 머지 않은 시기에 해수욕장 기능 상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도내 지정해수욕장 중 수질 '최악'
올해 6월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제주 지역 지정 해수욕장 12곳과 연안해역 물놀이 지역 6곳을 대상으로 수질 및 백사장 오염조사를 한 결과, 금모래해변의 오염도가 가장 심각했다. 금모래해변 우측 지역에서는 기준치(100 MPN/100mL)를 넘는 장구균이 검출됐다. 도내 해수욕장 중 시료가 수질 기준치를 넘은 곳은 화순금모래해변이 유일하다.
제주시 시내에 위치한 이호테우해변보다도 수질 상태가 나쁜 것이다. 특히, 대장균과 장구균이 10MPN/100mL 미만으로 검출된 삼양해수욕장과 곽지해수욕장에 비하면 금모래해변은 34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금모래해변의 수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고 빌딩이 즐비한 부산시 해운대해수욕장만도 못한 실정이다.(부산시 해운대해수욕장은 올해 수질 조사 결과 장구균 0~10MPN/100mL, 대장균 0~10MPN/100mL으로 나타났다.)
도보건환경연구원은 해수욕장 시료 6개 중 4개 이상의 시료가 수질기준에 적합한 경우 해수욕장 수질로 적절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적합으로 결정했지만, 이 같은 수질 조사 결과가 지시하는 바는 명확하다. 해수욕장의 기능을 상실하기 전에 제대로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모래해변의 수질이 나쁜 이유는 뭘까.
예상대로다. 화순항 방파제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보건환경연구원은 금모래해변이 화순항 방파제에 가로막혀 순환이 잘 안 돼 오염물질이 바깥 바다로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약 900m에 달하는 화순항 동방파제에 더해서 해경부두 방파제까지 건설되며 바닷물의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화순금모래해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2018년 6월에 조사 결과에 비하면 올해 수질이 눈에 띄게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수질 개선의 여지가 있을까. 화순금모래해변은 화순항 내 개발이 지속 추진되면서 수질이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화순금모래해변의 수질 악화는 환경적 측면에서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해양수산부는 그나마 남아있는 금모래해변을 완전히 콘크리트로 매립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있는 모래사장 전체를 매립 예정지로 설정하고 항만시설로 조성할 계획이다.
2021~2030전국연안항-화순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화순항 육성 방향을 ‘제주 서남해역 영해관리의 전략적 요충 항만으로 육성’하고 ‘제주 서남지역 원자재중심항만으로 육성’한다는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금모래해변 완전 매립한다는 것이다.
금모래해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화순리 마을 주민들은 화순 해군기지를 막아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모래사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며 콘크리트로 매립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2016년 해경부두 공사 시 마을공청회에서 일부 해녀와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마을 주민 간에 입장차가 있었다. 당시 마을이장이 해경부두 공사를 반대하기에는 늦었다면서 마을이 얻을 이득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결국 주민 의견을 해경부두 건설 반대로 모으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재에 이르렀다.
화순어촌계는 고등어선단을 유치하기 위한 고등어선단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주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현재 고등어선단이 고등어를 부산항에 하역해 경매 및 상품화를 하고 있는데, 부산항 하역 작업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어 화순항이 고등어선단 유치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등어선단을 유치하면 화순항이 어선들로 채워지게 된다. 대규모 고등어선단이 드나들고 가공 작업까지 이뤄지게 되면 화순항 내 오염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모래해변의 해수욕장 기능 상실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시한부인 셈이다. 수질 악화 등의 이유로 해변이 방치되면 결국 완전 매립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순의 자랑이던 금모래해변은 완전히 사라지고 인공적인 담수풀장만 덩그러니 남은 미래. 그런 미래를 맞을 준비를 하거나, 이미 많이 늦었지만 완전히 늦기 전에 금모래해변이 해수욕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