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오후 찾은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 공사 현장.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6월 11일 오후 찾은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 공사 현장. (사진=조수진 기자)

"생물다양성 보존구역인 제주에는 그에 따른 지침이 존재합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도 원칙은 지켜져야 해요. 법과 조례 등 원칙을 세워놓고 따르지 않는다면 그의 존재 이유는 없습니다."

제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6일 제주녹색당과 도내 환경단체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도로구역 결정 무효 확인' 세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비자림로 공사는 제주도가 242억원을 투입해 2016년부터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대천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4㎞ 구간을 너비 19.5m의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당초 201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2016년부터 87필지 13만4033㎡를 편입해 공사를 시작했지만 삼나무 900여 그루가 잘려 나가면서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훼손과 절차 미이행 논란 속에 2018년, 2019년, 2020년 등 세 차례나 중단됐던 공사는 올해 2월 추가 보완을 거치면서 재개됐다.

도는 왕복 4차선을 유지하는 대신 도로 폭을 기존 19.5m에서 16.5m로 축소하고, 도로 가장자리에 차폐할 수 있는 나무울타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도는 최근 토목 공사에 들어갔으며 새해 예산안에 공사비 50억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사는 재개됐지만 지난해 12월 녹색당 등이 제기한 해당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원고 측은 "위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통해 승인된 공사 결정은 전면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에 통과된 해당 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결과 부실하게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고, 첫 과정이 위법하니 이후의 과정도 무효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피고 측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관련은 업체의 업무상 부주의에 의한 과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후 추가 협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행정행위 자체를 무효화 할 필요는 없다는 것.

원고와 피고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2019년과 2020년 제주도가 실시한 비자림로 공사현장 추가 환경조사 당시 조류 분야에 참여했던 나일 무어스 박사가 이날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했다. 통역을 위해 변규범 통역가도 함께했다.

무어스 박사는 현재 조류 서식지 보전 단체 '새와 생명의 터' 대표를 맡고 있다. 일본 규슈대 예술공학부에서 생태학 석사를, 호주 뉴캐슬 대학교에서 보전생물다양성학 박사를 거친 인물이다. 동아시아에서 30여년 일했고, 한국에는 1990년대에 처음으로 국내 습지와 새의 가치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법정에서 비자림로의 생태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도의 저감대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증언했다. 제주투데이는 원고·피고의 질문과 무어스 박사가 답변한 증언 내용의 요지를 정리했다.

나일 무어스 박사.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KBS제주 유튜브 갈무리)
나일 무어스 박사.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KBS제주 유튜브 갈무리)

- 증인은 비자림로 건설공사 소재지에서 97종의 조류종을 발견했다. 보고서 내 증인이 제시한 표에 따르면 팔색조·긴꼬리딱새·붉은해오라기 등은 3종은 멸종위기종으로, 원앙 등 또다른 3종은 천연기념물로 표기돼 있다. 증인은 이 6종을 핵심종으로 보고 있는데, 의미가 무엇인가.

이들은 문화·인류적으로 모두 가치있다. 각 새들은 저마다 적합한 생태계가 필요하다. 특히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붉은해오라기 등의 종은 아주 특별한 서식지를 필요로 하고,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종이다. 한국에서도 이들 종이 가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으로 안다.

- 증인은 이 새들이 다른 지역보다 해당 공사 현장에 더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됐나?

30년 동안 조류를 연구한 경험에 근거했다. 일본과 타이완 등 세계적 조류학자와 도로공사전문가와 교류를 했고, 심도깊은 문헌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 제주도의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협의내용 및 환경저감대책 이행계획'에 따르면 조류는 서식지 이동이 용이, 조류들이 새로운 장소에서 서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긴꼬리딱새 등이 처음 확인된 구간은 사업으로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가 아니며, 공사시행으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한 증인의 의견은 무엇인가.

완전히 비과학적인 조사다. 세계적으로 48%의 조류종이 감소하는 추세다. 관련 문헌에 따르면 서식지 파괴가 가장 주된 이유라고 한다. 환경청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에 대해 도로공사나 서식지 파괴를 금지하고 있다. 만약 서식지가 파괴됨에도 불구하고 영향이 없다면 동네의 새들이 사라지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제가 이 재평가를 한 주된 목적은 정확하고, 정직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새들의 이주는 간단한게 아니다. 다른 서식지는 또다른 새들이 서식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고서처럼 쉽게 가능하지 않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라. 제가 당신의 집을 무너뜨린다면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사를 갈 수 있겠나. 

- 제주도가 환경청에 환경영향저감대책으로 제시한 '대체서식지 마련 및 나무울타리 설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조사자료를 보면 주변지역에 팔색조의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여러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자체가 팔색조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특히 나무울타리 설치 방안은 이해되지 않는다.

- 조류서식지에 도로가 생기거나 길이가 늘어난다면 차량통행량·소음공해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서식지가 조각나게 되면 조류가 줄어들게 되나.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논문, 문헌에 의하면 그렇다. 저는 도로 엔지니어나 전문가는 아니기에 정확히 답할 수 없다. 그러나 서식지의 파편화로 인해 새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

- 피고(제주도)가 만든 소규모 환경영퍙형가 자료는 증인이 발견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조사시기는 2014년 6월으로, 긴꼬리딱새 등의 핵심종의 소리를 전혀듣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게 가능한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양질의 연구자가 시간과 때를 맞췄다면 들었을 수도 있다. 해당 공사와 관련한 첫번째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16종의 조류를 발견했다고 했을 때 저는 (너무 적어) 믿을 수가 없었다. 제가 정확하게 기억한다면 지난 2019년 9월 제주도 관계자와 30분짜리 미팅에서 이 내용을 듣고, 비자림로 숲에 갔다. 도착한 이후 30분 후에 팔색조 울음소리를 들었다.

- 증인이 조사한 시기는 2019년이었는데, 보고서 작성 시기는 2014년이라 멸종위기종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과학처럼 100% 판단할 수 없지만, 조사자들의 지식·직업적 의미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 제주대산하협력단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조류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 범위 내에서는 조류들이 양질의 번식활동을 할 수 있는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사범위 내에 환경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한 의견은.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 채밀연구 시 새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번식지를 조사한다. 연구자가 번식지를 지정하는 게 아니다. 새들이 자기들의 번식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이는 긴꼬리딱새와 팔색조, 붉은 해오라기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2019년 진행됐던 조사의 목적은 도로의 길이를 늘리는게 아니라 확장에 목적을 둔 것으로 기억한다. 저는 당시 보고서에 이 새들의 서식지 위치를 정확히 정해뒀다. 해당 보고서는 새들의 적합한 서식지가 어디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다만, 현재 도로는 기초적 데이터가 확보돼있지 않아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시행으로 인한 생활저해요인 발생시 오름 주변에서 먹이활동을 하거나 이동하는 개체가 간헐적으로 발견된다. 다만, 오름의 인파가 많은 편이고, 번식하기에는 적정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증인의 의견은 이와 다른가.

사람들은 새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다. 제가 했던 조류연구의 목적은 생태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저는 제 의견을 낼 때 여러 논문과 문헌을 근거로 내세웠다. 법을 존중한다면, 환경영향평가가 법적 절차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국가적으로 보호돼야한 종들이 보호돼야 한다. 그런 개체들을 간단히 옮기겠다고 주장하려면 아주 심오한 문헌이나 논문이 증거로 뒷받침돼야 한다. 저의 조사는 증거에 기반하고 있고, 행정당국도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조사된 제 보고서의 결론은 '비자림로는 아주 중요한 생물다양성의 장소'라는 것이다.

- 증인은 2019년 첫 조사 당시 '확장공사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취소하는 것 말고는 어떤 환경저감대책도 쓸모없고, 무용하다는 입장인가.

: 아니다. 다만, 제가 알기로 한국은 생물다양성 보존에 대한 원칙들이 있다. 서식지가 대체불가능하다면 어떤 공사든 중지돼야하는 점과 회복불가능한 공사라면 어떠한 인허가도 안된다는 점 등으로 기억한다. 제주도는 생물다양성 보존구역이고, 여러 세계자연유산을 갖고 있는 것에 따른 지침이 존재한다.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도 이러한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이 원칙이 밀집돼 있는 비자림로 공사지역은 조류서식지라는 관점에서는 대체불가능하다. 그래서 확장공사는 안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기존 영향을 어떻게 막을까 생각해야 한다. 여러 법과 조례 등 원칙을 세워놓고 따르지 않는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 제주대의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이행에 따른 조사 용역 최종보고서' 결과에는 2018년 에일대에서 독자적으로 집계한 세계환경성과지수가 제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서식지와 생물다양성보전 부문에서 144위를 차지하는 등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통계결과가 말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질문이 광범위해 답하기 어렵지만 부끄럽게 생각한다. 저는 외부인이지만 한국을 깊게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의견을 말하는 게 결코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한국은 여러분야에서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환경 분야에서만큼은 그렇지 못하다. 환경보호와 관련해서 수많은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실제로는 보호구역의 생물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몇몇 사람들은 비자림로 공사가 과거 '4대강' 이슈만큼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 별볼일 없는 이슈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최근 환경영향평가가 제출이 됐고, 그에 수반한 충분한 증거가 제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반대되는 일들이 전개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의문스럽다. 지금까지 했던 재영향평가와 기존 법들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한국이 환경분야에서도 정해진 원칙을 제대로 따른다면 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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