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확장 공사에 들어가는 도로구역을 결정하는 절차가 적정했는지를 따지는 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시민들이 무효 판결을 호소하고 나섰다.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이뤄졌다는 이유다.
27일 오전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서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이하 시민모임)은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비자림로 도로 공사는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얼마나 허술하고 미흡하게 운영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제주도가 환경부에 제출한 비자림로 환경영향평가서는 엉터리였고 이를 밝혀낸 것은 보통의 시민들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문가들은 ‘도로 확장 공사는 한라산국립공원, 곶자왈에 비견될 만큼 뛰어난 식물 다양성을 가진 비자림로의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벌채 구간은 원상복구하고 추가적인 공사는 진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비자림로의 제2대천교 교각 공사는 비자림로의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천미천에 물리적 변화를 초래해 전반적인 생태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제주도가 내놓은 환경 피해 저감 대책을 두고 “멸종위기종들이 공사현장을 회피할 것이라 예측하고 (멸종위기종을)잡아서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는 대책은 멸종위기종 보존이라는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법원을 상대로 “법의 해석은 기후위기 시대라는 상황이 반영돼야 한다”며 “이번 판결이 감염병의 시대와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법을 받아들여야 할지, 기후위기 시대 개발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당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지난 2021년 12월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위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통해 승인된 공사 결정은 전면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에 통과된 해당 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결과 부실하게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고, 첫 과정이 위법하니 이후의 과정도 무효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피고 측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관련은 업체의 업무상 부주의에 의한 과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후 추가 협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행정행위 자체를 무효화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16일 시민모임은 제주지법에 비자림로 도로구역 결정 무효 판결을 호소하는 1만9504명의 서명과 9명의 탄원서를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오후 2시 선고할 예정이다.
비자림로 공사는 제주도가 242억원을 투입, 2016년부터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대천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4㎞ 구간을 너비 19.5m의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당초 201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2016년부터 87필지 13만4033㎡를 편입해 공사를 시작했지만 삼나무 900여 그루가 잘려 나가면서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훼손과 절차 미이행 논란 속에 2018년, 2019년, 2020년 등 세 차례나 중단됐던 공사는 지난 2월 추가 보완을 거치면서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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