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4일 제주시청 일대에서 '924 기후정의행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길훈)
지난해 9월24일 제주시청 일대에서 '924 기후정의행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길훈)

“우리의 걸음만큼 세상은 움직인다”

지난해 시민들로 구성된 제주기후평화행진이 내건 슬로건이다. 기후, 평화, 행진. 이 단어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어떻게 결합돼 있을까. 이들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위기를,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를 지역사회에 알리기 위해 꾸려졌다. 

그 방식은 정치·자본권력이 아닌, 시민들이 주도하며 사회 구성원, 나아가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물들이 배제되지 않는 평화로운 과정이어야 한다. 바다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나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 등 (주로 권력이 원하는) 소극적인 시민의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행동을 하는 시민으로 나서겠다는 취지다. 

이 행진에선 기후위기 현장을 알리고, 미래세대를 포함한 우리의 삶을 지속불가능하게 하고 불평등 구조를 심화하는 사회·경제 시스템과 이를 공고히 하는 권력을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일들은 시민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이들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 ‘기후재난’ 현장을 선정, 직접 찾아 걷고 보고 듣는다. 답사가 끝나면 ‘시민광장’을 열고 재난 현장이 맞닿아있는 기후위기의 현주소, 또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인류와 생태계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흐름 속에서 시민들이 함께 할 행동을 이야기한다. 

지난해 9월24일 제주시청 일대에서 '924 기후정의행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길훈)
지난해 9월24일 제주시청 일대에서 '924 기후정의행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길훈)

제주투데이는 올해 7대 특별 기획 중 하나로 ‘기후위기’를 선정한 데 따라 기후평화행진 동행 취재한 기록과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행진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강정천에서였다. 강정은 제주의 ‘개발과 저항’의 역사에서 의미를 가진 마을이다. 10여년 전부터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무색하게 하는 행정 절차를 봐왔고 공권력의 폭력을 경험했다. 마을은 공동체가 분열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결국 해군기지는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은 마을 공동체의 갈등 봉합만이 남은 과제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강정에선 여전히 ‘개발과 저항’이 진행 중이다. 

Scene #1. 곧게 뻗은 직선 도로

지난해 12월2일 서귀포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2일 서귀포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해군기지 정문을 등지면 맞은 편에 한라산이 보인다. (사진=박지희 기자)

“‘우리 해군들도 즐겨야 할 것 아닙니까’라고 하는데….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지난해 12월2일 오후. 해군기지 정문을 등지고 한라산을 바라보는데 장관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진 경관이 눈앞에 있었다. 그 아래로는 도로 공사가 한창 중이었다. 

이날 제주투데이 취재진과 함께한 강정 주민 이광희씨(51)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이씨는 지난2016년 열렸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주민설명회에서 해군 관계자가 무심코 던진 말을 잊지 못한다. 

지난해 12월2일 서귀포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한라산을 등지고 바라보니 해군기지가 마주 보였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2일 서귀포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한라산을 등지고 바라보니 해군기지가 마주 보였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2일 서귀포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2일 서귀포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주민 엄문희(왼쪽)씨와 이광희씨(오른쪽)이 공사 현장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주민들이 ‘굳이 상수원 지역을 건드리면서까지 직선 도로를 내고 싶으냐’고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비록 공식적인 답변이 아니라 격앙되는 장내 분위기를 가볍게 풀어보려는 목적으로 한 말이었지만 이 공사를 두고서 양측이 느끼는 온도 차는 너무 컸다. 누군가에겐 10년이 넘도록 싸워 지켜내려는 ‘삶’이지만, 누군가에겐 ‘퇴근길 드라이브 코스’다. 

이 공사는 일주도로와 해군기지 정문을 잇는 구간 2.08㎞를 왕복 4차선으로 도로를 내는 작업이다. 55m 길이의 교량도 짓고 있다. 기존 설계대로라면 쭉 뻗은 직선도로가 뚫릴 예정이었지만 중간에 천연기념물인 녹나무 자생지가 있어 돌아가느라 한 번 꺾이게 됐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 공사 과정에서 여러 번 옮겨 심어진 녹나무. 나무 둘레엔 버팀목 여러 개가 세워져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 공사 과정에서 여러 번 옮겨 심어진 녹나무. 나무 둘레엔 버팀목 여러 개가 세워져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커다란 녹나무 한그루는 공사를 할 때마다 여러 번 옮겨 심다보니 지금은 버팀목 없이는 버틸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이날 동행한 강정 주민 엄문희씨는 “공사 구간 중 하류부에도 녹나무 자생지가 있었다. 이건 문헌에서도 확인이 된다”며 “그런데 그 자생지에 녹나무가 거의 없다고 해서 문화재청에서 공사가 통과됐다. 그곳이 도유지였는데 (공사를 하기 위해)고의로 벌목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Scene #2. Ecocide = Suicide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에 매달린 깃발. 원래는 '생태계 파괴는 곧 자살 행위'(Ecocide = Suicid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에 매달린 깃발. 원래는 '생태계 파괴는 곧 자살 행위'(Ecocide = Suicid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강정마을 주민들이 지나다녔다는 다리 가운데 찢어지고 빛바랜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진입도로 공사에 반대하던 시민들이 매단 깃발이라고 했다. 거기 씌어있던 문구는 “Ecocide = Suicide”. 생태계(환경) 파괴는 곧 자살 행위라는 뜻이다. 

에코사이드(ecocide)는 지난 1970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살포한 고엽제가 사람은 물론이고 환경 생태계 전체에 장기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끼치자 집단학살을 뜻하는 ‘제노사이드’에서 비롯해 만들어진 단어다. 자연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사업은 결국 인류의 삶도 지속불가능하게 한다. 
 

Scene #3. “저기까지 땅이 올라간다고요?”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땅이 올라갈 높이를 표시한 푯말.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땅이 올라갈 높이를 표시한 푯말. (사진=박지희 기자)

공사 중인 현장을 걷다보니 기자 키보다 두 배나 되는 높이의 빨간 화살표 푯말이 서 있었다. 무엇이길래 이렇게 높게 세웠나 했더니 화살표 끝까지 땅이 올라간다고 한다. ‘땅이 올라간다’가 무슨 뜻인가 다시 물었더니 엄문희씨가 “땅을 쌓아서 저 높이까지 올린다는 것”이라고 답한다. 

낮게는 3m에서 높게는 6m까지 땅을 높이려면 얼마나 많은 흙과 바위가 필요할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그러자 엄씨는 “주변에 비닐하우스들을 보라”며 “땅이 올라가면 저기가 다 묻히는 것”이라고 더 놀라운 이야기를 꺼낸다.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오른쪽엔 새로 건설하는 교량 일부가 보인다. 왼쪽 편에 있는 비닐하우스는 모두 묻히게 된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오른쪽엔 새로 건설하는 교량 일부가 보인다. 왼쪽 편에 있는 비닐하우스는 모두 묻히게 된다. (사진=박지희 기자)

“주민들도 처음엔 여기 길이 난다고 하니까 재정적인 보상도 기대가 되는 마음에 찬성했다가 막상 공사가 들어가니까 하천이 범람해서 여기 비닐하우스 몇 동이 잠긴 거예요. 그러니까 찬성했던 주민분들도 저희한테 전화가 와서 물어보시더라구요. 어떡하면 좋냐고…. 그런데 보상은 이미 다 끝났고. 답답하죠.”

이 마을은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범람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강정천이 흐르는데 막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하천이 범람한 데 대해 엄씨와 이씨는 배수 처리 시설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지만 교량 공사를 하면서 기존의 하천보다 3~4m 안쪽으로 벽을 메운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일 제주 서귀포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강정천 벽을 새로 정비한 곳. 원래 하천벽보다 3~4m 안쪽으로 들어와서 정비가 돼 일부 주민들은 하천 범람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2일 제주 서귀포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강정천 벽을 새로 정비한 곳. 원래 하천벽보다 3~4m 안쪽으로 들어와서 정비가 돼 일부 주민들은 하천 범람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Scene #4. 여기는 상수원보호구역입니다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상수원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판. 안내문에 따르면 이 구역에선 자동차 세차도 불가하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상수원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판. 안내문에 따르면 이 구역에선 자동차 세차도 불가하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상수원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판. 안내문에 따르면 이 구역에선 자동차 세차도 불가하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상수원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판. 안내문에 따르면 이 구역에선 자동차 세차도 불가하다. (사진=박지희 기자)

공사 현장 곳곳에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만이 이곳이 상수원 지역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표지판에선 금지행위로 다음과 같이 쓰여있었다. 수질유해물질·폐기물·농약·오수·분뇨 또는 가축분뇨 등을 버리는 행위. 심지어 자동차 세차도 금지행위에 포함된다.

바로 옆에선 포크레인이 건축 자재를 옮기느라 한창이었다.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포크레인이 건축 자재를 옮기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포크레인이 건축 자재를 옮기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Scene #5. 냇길이소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냇길이소.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냇길이소. (사진=박지희 기자)

강정천으로 내려가 보니 주상절리와 함께 커다란 호수가 펼쳐졌다. 서귀포 지역주민들의 식수원인 냇길이소다. 엄씨에 따르면 제주에서 두 번째로 큰 물웅덩이라고 한다. 1급수에 서식하는 은어가 있을 만큼 수질이 높다. 하지만 굴착 소리가 크게 들릴 만큼 공사 현장과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냇길이소 직경이 30m가 넘어요. 여기가 엄청 맑은 물인데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종종 알 수 없는 기름띠가 올라오더라구요. 철 박테리아가 나온 건데 제주 암석에는 광물질이 없거든요. 공사 밖에 이유가 없는거죠.”
 

Scene #6. 몸 절반이 떨어져 나간 신목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지난 2020년 큰 가지가 부러진 담팔수.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지난 2020년 큰 가지가 부러진 담팔수. (사진=박지희 기자)

“500년 동안 멀쩡하던 나무가 쓰러졌어요. 물이 자꾸 넘치니까 지반이 약해져 있는 상황에서 강풍이 부니까 나무가 부러진 거예요.”

냇길이소에서 50m쯤 내려가니 높고 커다란 녹나무 ‘담팔수’가 나타났다. ‘냇길이소당’이라는 당(堂)의 신목(神木) 담팔수다.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제주에서 자생하는 녹나무 중 가장 컸다. 높이가 11.5m, 뿌리 둘레 10.5m, 굵기 6.4m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금은 그 절반이 잘려 나가 있다. 

담팔수 큰 가지 하나가 부러져 나간 모습이 발견된 건 2020년 10월. 당시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바람이 많이 불자 썩은 부분이 찢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풍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500년을 강한 바람에도 끄떡없던 나무가 갑자기 부러진 원인을 하천 범람으로 추정한다. 앞서 밝혔듯 하천 범람은 진입도로 공사가 시작되고부터 발생했다. 실제로 이날 담팔수 주변엔 군데군데 땅이 꺼져 있었다. 이 또한 홍수가 나면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담팔수 주변 땅이 군데군데 꺼져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담팔수 주변 땅이 군데군데 꺼져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엄씨는 “오랫동안 자주 신목을 찾았던 심방과 주민들은 처참한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다”며 “제주는 육지부와 지질이나 지형이 완전히 다른데 그걸 고려하지 않고 공사를 하는 게 문제”라고 한탄했다. 
 

Scene #7. 나무 열매 닮은 원앙 똥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구실잣밤나무 열매를 닮은 원앙 똥.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구실잣밤나무 열매를 닮은 원앙 똥. (사진=박지희 기자)

“원래 지금쯤이면 여기 바위 위가 원앙 똥으로 막 뒤덮여있어야 하거든요. 강정천이 원앙 놀이터예요. 근데 지금은 깨끗하잖아요. 그만큼 원앙이 잘 안 온다는 거예요. 워낙 예민한 새인데 공사 소리 때문에 여길 이제 안 오게 된 거죠.”

강정천을 따라 걷다보니 도토리 절반도 안 되는 까만 씨앗 같은 게 하나둘 눈에 띄었다. 구실잣밤나무 열매를 주로 먹는 원앙의 똥이었다. 도로가 뚫리고 차가 다니기 시작하면 원앙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강정천에서 헤엄치는 원앙.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원앙 한 마리가 강정천에서 헤엄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이씨는 “제주도 관계자들은 공사가 끝나고 지금보다 더 높은 도로가 생기면 원앙이 높게 날아다니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원앙은 평소 다니는 생태이동로에서 더 높이 날지 않는다”며 “더 높게 날면 천적의 눈에 띄게 되는데 그것조차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cene #8. 뚝뚝 떨어져 가는 주상절리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강정천 주상절리가 부서진 모습.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사진은 강정천 주상절리가 부서진 모습. (사진=박지희 기자)

다각형 기둥 모양을 한 주상절리는 용암이 급격하게 식으면서 굳어 생긴 지질구조다. 냇길이소보다 위쪽으로 올라가면 주상절리가 일부 무너져 내린 곳이 있다. 지난 2021년 여러 TV방송과 언론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면서 화제가 됐었다. 

엄씨는 “물론 자연적으로 시간이 가면서 주상절리에 금이 가고 떨어질 순 있지만 지질전문가에 따르면 주상절리는 진동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아예 그 주변에선 공사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주상절리가 부서지자 위쪽 나무들 뿌리가 드러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2월 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주상절리가 부서지자 위쪽 나무들 뿌리가 드러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11월19일 진행된 행진엔 시민 30여명이 참여했다. 그들에게 강정천 행진은 어떤 의미였을까. 

지난해 11월19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에서 제주기후평화행진이 열렸다. (사진=제주기후평화행진 제공)
지난해 11월19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에서 제주기후평화행진이 열렸다. (사진=제주기후평화행진 제공)
지난해 11월19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에서 제주기후평화행진이 열렸다. (사진=제주기후평화행진 제공)
지난해 11월19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에서 제주기후평화행진이 열렸다. (사진=제주기후평화행진 제공)
지난해 11월19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에서 제주기후평화행진이 열렸다. (사진=제주기후평화행진 제공)
지난해 11월19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 현장에서 제주기후평화행진이 열렸다. (사진=제주기후평화행진 제공)

 

시민 황용운

“기후위기로 지구 생태계가 너무 빨리 망가지는데 이 현상이 자본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거든요. 이 문제를 계속 가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는데 그러려면 지난해 ‘924 기후정의행진’이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시민들이 모인 거예요. 이번 강정천을 보면서 ‘내가 여기 너무 늦게 왔구나’하는 생각에 많이 울컥했습니다. 개발을 둘러싼 인간의 이기와 욕심들이 탈법, 불법, 편법을 수단으로 강정천을 파괴해 나가는 장면을 보고 계속 얘기를 해서 하나라도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

중학생 정근효

“환경, 기후위기에 대해선 미래세대인 우리 청소년들이 나서서 얘기를 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어요. 이번 행진 중에 마이크를 물 위에 가까이 놓고 강정천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다들 침묵 속에서 강정천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이었죠. 뭉클했습니다. 피켓을 들고 데모하는 시위도 파급력이 있지만 이번 행진처럼 정말로 그 현장을 알아가는 운동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주민 고권일

“우리 인간들은 ‘환경’을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과연 그 환경의 입장은 무엇일까. 그 질문을 고민했던 행진이었습니다. 강정천이 전하는 소리, 나무가 전하는 소리, 바위가 전하는 소리를 들으며 반성도 했고요. 기후위기를 거대한 담론으로만 얘기하지 말고 개인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변화를 찾는 게 중요할 거 같습니다. 에너지를 절감하고 로컬푸드를 이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그렇게 생활 양식부터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기후평화행진에 다양한 세대들이 참가해서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기후평화행진이 다음으로 향하는 장소는 오는 4일 오후 2시30분 새별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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