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자치경찰단 기마대가 강정 민군복합항에서 크루즈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도 자치경찰단 기마대가 강정 민군복합항에서 크루즈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코로나19로 닫혀 있던 크루즈관광이 3년 만에 재개됐다.

지난 3월16일 2만9000톤급 크루즈 아마데아호의 제주항 입항을 시작으로, 개점 휴업 상태였던 강정항에 11만5000톤급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3월19일 기항했다. 이어 3월에만 5척의 크루주선이 입항했고 6,200여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

올해 51척의 크루즈 선박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더불어 방문하는 관광객은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크루즈 관광의 재개로 제주도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커졌으며, 제주도정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중이다.

크루즈 관광과 지역상권과의 연계를 모색하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강정항에 크루즈 선박이 기항할 때에는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마을주민, 군관계자 등 민·관·군이 모두 나서서 환영행사를 갖기도 했다.

크루즈 관광에 대한 환영과 기대의 물결속에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묻혀 버렸다. 크루즈 관광이 미칠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와 환영의 모습은 비단 제주만이 아니다. 같은 시기에 크루즈선박이 기항하기 시작한 인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크루즈관광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와 환영 못지 않게, 그것이 지역주민과 바다를 비롯한 자연과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고, 이에 따른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크루즈 관광으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익은 대부분 크루즈선박을 운영하는 기업과 이와 연계된 대규모 여행사에게 들어가지만, 크루즈선박이 야기하는 부정적인 환경적 영향과 피해는 크루즈 선박이 기항하는 지역의 사람들과 바다를 비롯한 자연이 떠안아야 한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 크루즈 관광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 등의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그리고 그 안에서 중심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크루즈관광이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대책의 마련은 매우 시급하다.

바다의 호텔로 불리는 초호화유람선인 크루즈선은 최근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우아하게 바다를 항해하고 있지만, 상당한 유해가스를 내뿜고 있는 것이다.

크루즈선이 사용하는 연료는 휘발유와 증류 연료를 추출한 후 남은 중유의 한 종류인 벙커유로 연소 시 발암물질을 동반한 유독가스가 다량 배출된다. 일반 자동차 보다 3,500배 이상 유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21년에 발표된 ‘유럽 환경 및 인간건강 센터(European Center for Environment and Human Health)에 따르면 이번에 강정항에 기항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 같은 대형 크루즈선은 자동차 1만2,000대에 버금가는 탄소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 

또한 남극 크루즈에 탑승한 승객은 7일 동안, 유럽인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양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고, 지중해 에서 크루즈 및 페리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 선박 배출량의 최대 10%로 추정된다.

2007년 연구에 따르면 뉴질랜드로 여행하는 크루즈선의 탄소배출은 국제 항공기가 배출하는 양보다 최소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유람선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한 에너지 사용량은 육상 호텔보다 12배나 크다고 한다.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사례에서 보듯이 전염병확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도 보고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2,700명의 승객을 태운 크루즈선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총량은 하루에 1톤을 초과하며, 크루즈 선박은 전세계의 1% 미만에 해당하는 상업선박이지만 모든 선박대비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은 25%를 차지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어떤 크루즈선은 선박에서 발생한 쓰레기의 75%를 소각해 바다에서 처리했다고 하여 지탄을 받았다고 보고한다.

독일자연보호협회(NABU)에 따르면 6000명의 승객을 태우는 대형 크루즈선은 하루에 10만갤런(380톤) 가량의 연료를 소비하며, 하루 동안 자동차 8만4000대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와 자동차 100만대 이상의 미세먼지, 이산화황을 배출한다.

크루즈선 갑판에서의 미세먼지입자는 다른 곳보다 200배 높은 농도를 기록한다. 이로 인하여 선박에 탑승한 관광객 뿐만 아니라, 선박이 기항하는 지역 주민들의 건강악화는 너무나 자명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영국의 리버풀, 포르투칼의 리스본 등 크루즈선이 기항하고 있는 유럽연안지역의 주민들은 크루즈선에 벌금을 부과하라고 요구하는 등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거나, 크루즈선의 기항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 과학자들도 크루즈선에 대해 바다와 인체건강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국제적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크루즈선이 제주항과 강정항에 머무는 시간은 7시간, 9시간으로 알려진다. 하루에 미치지 못하는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크루즈선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을 비롯한 대기오염물질 및 미세먼지, 그리고 쓰레기의 양은 적지 않을 것이다. 

제주의 바다와 대기, 그리고 지역주민에게는 긴 시간에 걸쳐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한 대책을 제주도 당국은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방안마련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하여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항만지역 등의 대기질을 개선함으로써 항만 및 인근지역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황산화물 배출규제해역‘을 지정하고 있다.

현재 인천항(경인항 포함), 평택 당진항, 여수 광양항(하동항 포함), 부산항, 울산항 등 5곳이 지정 돼 있다. 이 해역을 드나드는 선박은 황함유량 0.1% 이하인 연료유 사용이 의무화 돼 있다. 이러한 배출규제해역 지정제도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도에 기항하는 크루즈선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미세입자 등 대기오염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관련정보를 축적하고 도민들에게 알리는 시스템과 시설,장비,인력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크루즈선에서 나온 쓰레기도 마찬가지로 포함되어야 한다. 2016년 크루즈선이 제주도에 버린 쓰레기는 260톤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해에는 크루즈선에서 관광객들을 하선시키지 않고 쓰레기만 버린 일이 일어나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될 것이다.

아울러 크루즈산업의 육성과 지원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내용을 제주도 환경 및 도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는 내용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매년 제주도는 ’국제크루즈포럼‘을 개최한다. 그동안은 크루즈산업계의 입장을 위주로 논의되고, 지역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이 거론되어 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크루즈선에 대한 국제적 규제움직임과 함께, 크루즈선이 끼치고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더불어 이에 대한 규제대책을 마련하는 것에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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