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제주도의 기온은 역대 가장 더웠다고 한다.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섭씨 2도 높은 25.4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봄,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제주도만 그런 게 아니다. 올해 9월 지구평균기온은 관측역사상 가장 더웠다고 한다. 산업화 전인 1850~1900년 9월 평균 표면 기온보다는 1.75도 높다고 한다. 파리기후협약에서 IPCC가 권고한 1.5도를 넘겼다지만 일시적인 초과이지, 아직 1.5도를 넘은 것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데에 안도감을 가질 뿐이다.
지난달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와 호주국립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9개의 행성경계 중 6개가 무너졌다고 한다. 행성경계는 주요 지구환경의 한계선을 일컫는 것으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생지화학, 해양산성화, 토지이용률, 담수, 오존지수, 대기오염, 화학오염 등 9개 지표로 평가된다.
행성경계가 무너질수록 지구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능력을 점점 상실하게 된다. 대기오염과 해양산성화, 오존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경계는 지구의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오염과 해양산성화도 거의 무너지기 일보직전이고, 유일하게 안정적인 것은 오존지수라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양생태계의 변화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것이 해수면 상승과 해양산성화이다. 해수면 상승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바닷물이 팽창하는 것과 지구기온상승으로 빙하가 녹는 것이 원인이다.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는 바다가 흡수하고 있는데,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으면 탄산이 배출되고 수소이온노동가 높아져서 바닷물이 산성화된다. 현재 해양산성화의 속도는 이전 5500만년 전보다 100배 빠른 것으로 알려진다.
당연히 제주바다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제주의 해수면 상승은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보다 두 배 이상 빠르고, 그에 따라 해안가를 중심으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하수의 염수화도 진행되어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해양산성화로 제주지역은 ‘바다사막화’로 불리는 갯녹음이 35%정도 진행되어 있다고 알려진다. 해조류가 사라지고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소라나 전복도 점점 사라진다. 여기에다 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와 생활 오폐수로 인한 오염으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양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한다.
이러한 현실에 따라 해양생태계 보호와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올해 3월 UN회원국들은 생물다양성협약을 통해 지구 공해상의 30%를 2030년까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2030년까지 해양 보호 구역을 30%로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한편 올해 7월에는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기후대응과 생물다양성 회복을 목표로 2030년까지 육지 및 바다의 최소 20%를 ‘복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연복원법’ 협상안이 가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재 지구바다의 64%를 차지하는 공해의 1.2%만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해양보호구역의 면적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도 생물다양성협약의 당사국으로써 해양보호구역의 확대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 해양보호구역은 3%정도 지정되어 있다. 제주 바다도 마찬가지이다. 해양도립공원, 천연보호구역, 해양보호구역으로 나뉘는 해양을 보호하는 보호구역은 제주관할해역의 1%도 되지 않는다. 이전 상태로 ‘복원’하기는커녕, 현재 상태를 ‘보호’하는 것에도 아직은 국제수준의 기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바다는 지구 생물의 95%가 살고 있으며, 생물이 호흡할 때 필요한 산소의 절반을 만들어내고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다량 흡수하여 지구가열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생물뿐만 아니라 해녀와 어민을 비롯 제주도민의 삶의 기반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구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는 것과 제주 바다의 미래를 여는 것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과 동떨어질 수가 없다.
현재의 기후위기 양상과 각국 정부 및 우리나라 정부의 기후 대응의 모습을 보면 향후 바다를 포함한 지구생태계의 미래가 비관적으로 보일 수가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극복할 해결책은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한다. 그 해결책을 실현할 정치사회적인 대중의 힘이 부족할 뿐이다. 아직 지구의 미래에 희망은 있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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