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도만 그런 게 아니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끓고 있는’ 중이다. 유럽의 경우 지난 7월 온도가 기온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다. 아르헨티나·칠레·페루 등 남미 국가는 한겨울임에도 기온이 30도 넘게 치솟는 무더위가 덮치고 있다.
바닷물 온도도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치를 계속 갱신 중이다. 바닷물 온도의 상승으로 바닷물 흐름이 멈춰서서 2025년쯤이면 기후재앙이 닥칠 것이란 경고도 들려온다. 남극의 바다얼음(해빙) 면적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최소치를 기록하였고 해수면의 상승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캐나다의 산불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면적보다 넓은 숲을 태웠으며, 2.9억톤이 넘는 탄소를 배출하였다. 그리스 로도스 섬의 산불은 7일 이상 계속되면서 ‘성경 속 재앙을 닮았다’는 평가와 함께, 관광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폭염과 산불만이 아니다. 지난 7월, 대한민국에서 집중 호우가 내렸으며, 태풍으로 인해 중국의 베이징도 마찬가지의 엄청난 폭우를 겪었다. 반면에 아프리카 동부는 40년만에 처음 겪는 가뭄으로 식량이 부족하여 수천만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러한 가뭄의 발생가능성은 100배 이상 커졌다고 한다.
폭염, 산불, 홍수, 가뭄 등은 이제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 ‘뉴노멀’인 기후위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후스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7월 유엔본부에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지구가 끓어오르는 ‘열대화 시대(global boiling)’”라고 연설했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으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질환발생자의 수도 급증하였다. 이와 연동되어 세계청소년의 축제라고 일컬어지는 새만금 잼버리대회는 파행을 겪었다.
지난 7월 폭우로 인한 침수와 산사태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으며, 작년 서울에서 폭우로 반지하에 거주하는 세모녀가 사망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산불에 의한 생태계의 파괴와 수많은 생물의 죽음, 해수면 온도와 높이의 상승으로 인해 바다생태계파괴와 더불어 통째로 국가가 사라지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가뭄에 의한 식량부족과 기후난민의 증가는 전 지구적인 ‘안보 위기’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렇게 기후위기와 재난이 일상화되고, 그 피해와 영향이 점점 커져감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하는 우리나라 정부(지방정부 포함)를 비롯한 세계 각 나라의 정부는 책임을 미루거나, 한가한 말잔치만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더 나아가 이를 기회로 돈벌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도 벌이고 있다. ‘녹색성장’이란 담론이 그걸 대표한다.
폭우에 따른 침수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시간 대통령은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하며, 얼마든지 귀국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순방일정을 강행하며, ‘외교적 성과’(?)올리기에만 열중하고, 비행기 안에서 ‘적극적인 대처’라는 말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지역인 충북의 도지사도 집중호우 비상3단계인 시간 서울에서 있는 만찬모임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비웠으며, 경북의 도지사는 폭우가 내리는 주말에 골프를 쳐서 논란을 빚기도 하였다. 잼버리대회의 파행도 새만금 개발에 몰입해 온 전북 지방정부의 준비소홀과 중앙정부의 방관이 결합해서 파생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무책임, 무대책의 모습은 탄소배출 감축을 논의하는 세계 각 나라 정부의 모습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여진다.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 탄소배출의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기후위기대응에 있어 두 나라의 행보가 결정적인 이유이다. ‘신냉전’이라고 불리워지는 대립을 겪으면서도 지난 7월 존 케리 미국 기후위기 특사가 중국을 방문하여 1년간 중단되었던 미중 기후회담을 열었지만, ‘만남’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만 하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올해 9월 인도에서 열리는 G20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진 사전 회의인 올해 3월 외무장관회담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견 차이만 드러내고, 기후위기 대응관련 해서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기후위기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G20국가들이 대책마련에 매우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COP28(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논의내용과 전망도 매우 비관적일 거라는 예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COP28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관건적인 의제인 석탄의 단계적 퇴출과 제3세계의 기후피해 회복과 기후대응지원을 위한 기후기금조성이 주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된 바가 있다. 지금 상황의 변화가 없다면, COP28도 전 세계 국가들의 ‘Blah, Blah, Blah’(그레타 툰베리가 유엔연설에서 전세계국가들의 말뿐인 대책을 꾸짖으며 한 말)의 장소와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재난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 태도와 전 세계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각 국가들의 대응 태도에선 제대로 된 대응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남 탓’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이 뒤따라온다는 점이다. 기존 법과 제도 속에서 가질 수 없는 권한의 한계를 핑계로 들며, ‘제주도의 시간’과 ‘도민의 자기결정권’이란 말을 아무것도 아닌 말로 만들고 있는 제2공항 관련 현 제주도정의 입장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남’에는 이전 정부와 집권세력, 정당도 포함되고, 다른 나라도 포함되며, 현존하는 제도도 포함된다. 물론 각 지역과 나라의 열악한 경제상황에서 성장과 개발을 해야 한다는 사회경제적 구조와 조건도 포함된다.
그렇게 ‘남 탓’을 하고, ‘어쩔 수 없다’라는 핑계를 대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는 가장 책임이 없는 사람들과 국가들이 본다.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이들은 대부분 나이 든 농민이거나 건설현장의 노동자, 그리고 쪽방과 같은 주거가 빈약한 곳에 사는 가난한 이들이다.
폭우로 인해 침수로 사망한 이들도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난한 이들이거나,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이들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온 나라가 바닷물에 잠기는 나라는 태평양 한가운데의 자그마한 섬나라이다. 가뭄으로 인해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는 이는 아직 개발이 덜 된 아프리카 나라의 국민들이다. 이들 모두 기후재난의 최전선에서 고통받고 있지만, 기후위기 원인인 탄소배출책임은 거의 없거나,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할 뿐이다.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구조와 관행이 기후위기를 낳았고, 기후위기를 더욱 심화 확대하면서 지구 위에 사는 사람과 생물에게 고통을 안기고 지구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중학생 시절 기후결석시위로 유명해진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 7월 석유운반도로를 막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유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툰베리는 “기후위기는 이미 수많은 사람의 삶과 죽음의 문제”라며,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라고 하며 계속 시위를 할 것임을 밝히고, 실제로 선고 몇 시간만에 다시 석유도로를 막는 시위를 벌여 경찰에 연행되었다.
‘어쩔 수 없다’고 방관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응집된 힘과 행동만이 기후재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아닐까 한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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