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2일 태영호 국회의원이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위령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태영호 국회의원 페이스북)
지난 3월12일 태영호 국회의원이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위령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태영호 국회의원 페이스북)

“4·3은 김씨(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다.” 마치 극우단체에서 나올 법한 말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그것도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분향한 직후였다.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본인의 역사 왜곡 행위에 대한 사과는커녕 발언을 바로 잡을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인이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와 대한민국 법률이 정하는 의미를 왜곡한 행위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5·18민주화운동 사례를 통해 4·3 왜곡 행위에 대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은 16일 오후 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6일 오후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이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이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이날 토론회는 주제발표 1부 ‘역사 왜곡, 5·18은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와 주제발표 2부 ‘4·3 역사 왜곡, 쟁점은 무엇인가’, 종합토론,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됐다. 

“후배 변호사가 했던 말을 여러분들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과거의 악을 징벌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악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여러분, 절대 지치지 마십시오.”

이날 강행옥 광주민주화운동 법률지원위원장은 ‘5·18 역사왜곡, 법률대응을 중심으로’ 주제로 발표했다. 

강행옥 위원장은 광주지방변호사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광주·전남지부가 법률지원팀을 꾸려 지만원씨와 전두환씨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한 과정을 설명했다. 이 둘은 5·18 역사 왜곡 행위를 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만원씨는 “5·18은 북한군 특수부대가 대한민국 전복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란 주장을 인터넷 홈페이지(시스템 클립)와 인터넷 언론 매체(뉴스타운)를 통해 유포했다. 하지만 처음엔 북한군이라 주장하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씨가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시민들이 찍힌 사진들을 공개하며 북한군이라고 왜곡해 유포했고, 법률지원팀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지씨를 총 4차례 형사고소했다.   

지난 16일 오후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은 16일 오후 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강행옥 광주민주화운동 법률지원위원장(왼쪽)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은 16일 오후 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강행옥 광주민주화운동 법률지원위원장(왼쪽)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강 위원장은 “ 5·18기념재단의 노력으로 (지씨가 북한 특수군이라 지명한)사진에 나왔던 시민 열댓명이 자기 젊었을 때 사진까지 들고 나와 (지씨의 왜곡 행위로 인한)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고 이 시민들이 고소에 적극 참여해 명예훼손 형사 고소가 가능했다”며 “이는 5·18을 왜곡하는 자를 처벌하는 특별법 제정에도 기여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결국 지만원씨는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 현재 수감 중이다. 또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된 시민들과 5·18단체들은 지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지난 2018년 12월과 2019년 9월 대법원은 지씨가 원고들에게 각 8200만원, 95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전두환씨는 지난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법률지원팀은 조비오 신부의 조카와 함께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전씨는 지난 2020년 1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항소했으나, 사망하면서 항소심이 중단됐다. 

전씨를 대상으로 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5·18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전씨 사망 이후 상속인인 이순자씨와 전재국씨가 5·18단체와 조비오 신부 조카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강 위원장은 “5·18의 경우 시민사회의 협조, 언론의 협조, 지치지 않는 변호사들의 노력 등  삼박자가 있어 법률적인 부분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4·3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 번 하고 말 게 아니라 5년이고,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맡을 지역사회 내 법률 전문가 조직이 꼭 필요하다. 그런 조직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처벌 규정을 만드는 일은 민주화운동이라는 정명을 얻은 5·18과 달리, 4·3은 정명이 없어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저희도 4·3 활동가와 연대해서 같이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은 16일 오후 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기록진실부 부장(오른쪽)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은 16일 오후 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기록진실부 부장(오른쪽)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광주, 지자체-교육청-재단-대학-언론 협력체계 꾸려 대응

이날 차종수 5·18기념재단 기록진실부 부장은 ‘역사 왜곡, 5·18기념재단은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 주제로 발표했다. 

차종수 부장에 따르면 5·18의 경우,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교육청, 5·18기념재단, 전남대 5·18연구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협력체계를 꾸려 왜곡 행위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왜곡 행위 대응 방향을 크게 세 가지(△사이버대응 △법률제도 △교육·연구)로 나눠 과제별로 관련 기관이 역할을 분담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짜뉴스 신고센터 운영 및 모니터링은 5·18기념재단이 하고 법적 대응은 광주광역시와 재단이 맡고 교육은 광주 교육청과 전남대학교가 추진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매년 기관별로 추진 계획 및 실적을 공유해 문제점과 향후 개선점을 도출, 5·18 왜곡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 진행을 맡은 허호준 제주4·3연구소 이사는 1부 주제발표를 듣고 “5·18의 역사 왜곡 대응은 세 단어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체계적이고 집요하고 치밀하다는 것이다. 4·3 왜곡 대응의 방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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