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왜곡 발언으로 도민사회에 생채기를 남긴 태영호 국회의원(국민의힘·서울 강남갑) 측이 법정에서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민사3단독은 21일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과 양성홍 행불인유족회 회장, 오영종 유족,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태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두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태 의원은 지난 2월 제주4·3평화공원 참배 이후 "4·3은 명백히 김씨(북한 김일성) 일가의 지시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고 왜곡한 바 있다. 그는 이후 페이스북과 보도자료,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같은 주장을 고수했다.
그의 발언은 제75주년 4·3추념식 당일 자칭 '서북청년단'의 집회소동이나 4·3 폄훼 현수막 내걸기 등 극우보수단체의 망언으로 확대됐다.
도내 시민사회와 4·3단체, 정치권은 태 의원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태 의원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아 결국 법적 조치에 나섰다. 3000만원 이하 사건은 판결 사유를 알 수 없는 점을 고려, 3000만100원을 청구했다.
태 의원은 여전히 그의 발언들이 허위사실 적시 및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원고 측이 피고의 발언을 잘못 해석,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오류로 귀결됐다는 주장이다.
태 의원 측은 "피고 발언 취지는 '역사적 진실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희생자 및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며 비극을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것"이라며 "특히 '무장폭동'과 '무장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국가 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희생자들'을 명확히 구별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 내용은 '희생자가 무장폭동 주도세력과 동일하다'는 내용이 전혀 아니"라며 "이 사건과 관련, 정쟁이 벌어져 반지성적 해석과 선동이 사안의 본질을 훼손했다"고 원고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원고 자격이 있는지도 쟁점이 됐다. 원고로 적격하지 않은 자의 청구는 소송요건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각하된다.
원고 측 대리인 백신옥 변호사는 이에 "해당 유족회는 비법인재단"이라며 "피고의 발언에 의해 유족 뿐만 아니라 단체의 명예도 훼손됐기에 소송을 청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원고 측은 다음 기일까지 청구내용을 정리 및 수정하고, 청구인을 특정하는 등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해 3월 28일 오후 2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4·3의 발단은 1947년 3월1일 기념행사가 열리던 날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도민 6명이 목숨을 잃은 ‘3·1발포사건’이다.
미군정과 경찰이 유족에 대한 사과 또는 진상조사도 없이 사건을 무마하고 넘어가려 하자 도민사회가 반발해 열흘 뒤 전도(全島)적인 총파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이듬해 ‘4·3 무장봉기’가 발발한 배경이 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채택한 공식보고서인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는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4·3을 정의하고 있다.
현행 4·3특별법 제13조(희생자 및 유족의 권익 보호)에 따르면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및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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