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이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이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4·3 역사 왜곡 문제에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6일 오후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은 지난 16일 오후 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역사 왜곡이나 폄훼 행위는 교묘하게 발전하고 진화했다”며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하고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진경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안내판을 설치해 달라는 청원을 했는데 제주도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며 “제주도가 의지를 가지고 강력하게 도정의 철학을 제시한다면 보훈청을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선거 후보 당시 본인이 4·3특별법 전부개정을 통해 4·3 해결의 진전을 이끌어 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박진경 추도비 등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선 별 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지금 제주도정은 ‘4·3의 정의로운 해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 실천이 이뤄지고 있는가”라며 “오영훈 지사가 4·3 왜곡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면 행정이 왜곡 행위 전수조사 등 선제적 대응 방안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5월20일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이 ‘4·3 도민 학살 주역’이라 평가 받는 박진경 추도비에 씌운 철창 조형물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해 5월20일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이 ‘4·3 도민 학살 주역’이라 평가 받는 박진경 추도비에 씌운 철창 조형물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김 이사장은 아울러 역사 왜곡 대응을 위해 유족회와 4·3단체 간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4·3운동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엔 유족뿐만 아니라 여러 4·3단체들과 원로의 노력이 있었다”며 “고성만 교수가 지적했듯 (역사 왜곡으로 인한) 권리침해 대상이 특별법 내 ‘희생자와 유족’에 한정된 부분은 딜레마”라며 “자칫 4·3의 모든 담론이 유족 중심으로 환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4·3운동이 여기까지 온 데엔 유족뿐만 아니라 여러 4·3단체들과 원로의 노력이 있었다. 개별단체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서로 다른 단체들을 격려하고 비판하고 견인하면서 4·3 진상규명 운동이 이어질 수 있었다”며 “이제야말로 유족 중심이 아니라 시민적 거버넌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4·3은 명사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살아움직이는 동사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이사장은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간간히 나타나는 ‘4·3은 이데올로기와 관계가 없다’는 식의 논리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해방공간에서 4·3의 비(非)이념성을 강조하다 보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5·10 단독선거에 반대하는 등 제주사회가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하기 위해 펼쳤던 적극적인 행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별법 제정 이후 이른바 극우세력의 ‘공산폭동론’은 시효소멸된 것이 아니라 양민학살의 책임은 인정하면서 항쟁적 측면을 가진 ‘봉기’의 불온성을 문제 삼는 방식으로 진화됐다”며 “운동적 차원에서 역사 왜곡 대응의 본질은 이러한 이중의 잣대를 겨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오후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이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이 ‘4·3역사 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조수진 기자)

#4·3 왜곡 행위의 일상화·대중화..체계적인 대응 필요

이날 강호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4·3 왜곡 행위 대응이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상적으로 대응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3 왜곡 행위는 다변화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일상화·대중화하고 있고 그 논리는 합리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4·3단체의 대응은 기존의 방식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아 전방위적인 왜곡 공세에 밀리는 형국이다. 

강 위원장은 “4·3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인 1999년까지만 해도 (대중들의 인식은)‘4·3은 폭동’이었다”며 “하지만 특별법 제정 이후 최소한 문재인 정부까지는 ‘폭동론’이 대세가 아니었다. 최근 정권이 교체되면서 그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경향은 상당히 조직적이고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 지난 2018년 미국 백악관에 제출하기 위해 진상조사보고서 영문판을 가져갔더니 관계자가 ‘4·3은 폭동이라 주장하는 자료도 받았는데 어느 쪽이 진짜냐’고 묻더라”며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세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또 “실제 생활에서 4·3 관련 유튜브 중에서 반 이상이 ‘폭동론’ 콘텐츠이고 관련 서적은 전국 도서관에 깔려 있다. 관련 영화까지 나왔다”며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국화’하고 있지만 대응은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1년 8월12일 오전 제주4·3 도외 유적지 조사단이 서울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사진은 채명신의 묘. 박진경이 9연대장을 맡을 당시 소대장으로 있었으며 회고록 등을 통해 4.3은 폭동이라 왜곡했던 인물.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2021년 8월12일 오전 제주4·3 도외 유적지 조사단이 서울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사진은 채명신의 묘. 박진경이 9연대장을 맡을 당시 소대장으로 있었으며 회고록 등을 통해 4·3은 폭동이라 왜곡했던 인물. (사진=조수진 기자)

아울러 “도외 국립현충원에 가면 4·3 학살 주역들을 국가가 추념하고 있는데 그 비석에 ‘이 사람이 4·3 당시 제주도민을 학살했다’는 문장 하나 못 넣고 있는 게 4·3 왜곡 대응의 현주소”라며 “박진경 비석에 설치물 세우는 건 불법이라면서 경찰서 옛터에 극우세력이 불법으로 도로를 점유하며 세운 왜곡 안내 비석은 그대로 놔두고 있다”고 행정의 이중적 판단 기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상적으로 4·3 왜곡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컨트롤타워는 4·3평화재단이 맡는 것이 적절하다 판단되고 민언련처럼 일상적으로 언론을 감시할 기관도 필요하다. 이 부분은 제주지역 내 기자협회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처벌 조항 신설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제주도-도의회-4·3재단-4·3단체-지방변호사회-4·3전문가-언론학회-역사학회-제주도교육청 등 다양한 분야가 참여해 종합적인 왜곡 대응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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