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굽낭이라하면 두릅나무과 잎지는 작은교목 두릅나무를 이르는 제주말이다. 4월에 고사리를 꺾으러 야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초원과 숲의 경계지점에 가시덤불 얽어진 사이로 간간이 볼수있는 나무다.
어랑 어랑 하다는 말은 여리디 여리다는 제주말이다. 날카로운 가시가 나무줄기와 잎자루에 돋아 맨손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나무가 들굽낭이지만 그 어랑진 새순을 끓는 물에 데쳤을 때 가시채 부드럽게 넘어가는 향기로운 맛은 거칠다고 표현할 수 없는 언랑진 맛 그 자체라 할 수가 있다.
산신령을 어머니 아버지로 두지 않고는 맛보기도 점점 어려워져 가는 귀한 몸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태어난 고향 집도 사라지고 어린 날에 소 몰고 다니던 들판들도 옛 모습 사라져가는 아련한 추억의 향기가 나를 소년 시절로 불러주는 나무다.
시골 동네에는 집집마다 초식동물들을 키우던 시절이 있었다. 그 초식 동물들에게 겨울 양식으로 먹일 건초를 생산하기 위해 남겨두는 촐(꼴의 제주어)밭이 있었다. 봄에 가보면 청미덩굴과 보리수나무가 우거진 밭 구석진 곳에는 두릅나무가 있었다.
고사리를 꺾다 말고 먼저 달려들어 따가는 사람이 임자이던 시절이다. 그 시절에는 누구나 아무 밭에 가서라도 재배하는 작물이 아니면 서로 시비를 걸지 않던 시절 이야기가 된다. 산에는 고사리도 넘치고 두릅도 넘치고 온갖 것들이 뜯어도 뜯어도 넘치고 넘치던 시절이니 자원도 넉넉하고 인심도 넉넉하여 그야말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그런 사회였다.
사람의 손으로 씨를 뿌려 가꾸지 않은 임산물은 산림 보호구역만 아니면 누구의 땅에서 채취하여도 채취한 사람의 것으로 서로를 인정해주던 그 자연물 소유권 공동체의 인심은 지금도 그리워진다.
두릅나무의 한자명은 목두채라 하여 나무 위에 머리 달린 채소가 된다. 두릅 순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마음들도 제각각이다.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새순이 먹을 만치 충분히 자란 것을 채취하되 손가락 길이보다 작은 것들은 남겨놓고 온다. 며칠이 지나면 내가 못 따와도 다른 사람이 그것을 충분히 키워서 따온다.
마음이 간장 종지 정도로 협소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놓칠까 봐 그 어린순들을 모조리 따와 버린다. 그보다 더 인간성이 못된 사람들은 나무를 아예 가지째 잘라와 버린다. 이런 사람들하고는 같이 벗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사람은 자기가 어려운 일을 당하면 친구를 밟고 갈 수 있는 사람이어서 위험인물이다. 욕심이 많고 인간성 못된 사람들이 나무를 가지째 잘라다가 물그릇에 담아놓고 뜯어먹다가 나무가 힘을 잃으면 버린다.
두릅나무는 줄기 속이 비어있는 나무다. 그래서 나무줄기를 중간에서 자르게 되면 새균과 빗물이 속으로 스며들면서 병들어 죽어버린다. 그래서 장갑 낀 손으로 새순이 솟아오른 부분에서 젖혀 뚝 꺾으면 된다. 그래야 진액이 흘러나와 꺾인 부분이 아물기 때문이다.
두릅나무는 가지를 잘라다가 삽목하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간혹 볼 수가 있는데 절대로 가지삽목은 되지 않는다. 두릅나무는 종자번식을 하거나 종자번식보다 더 빠른 번식을 원한다면 뿌리삽목으로 번식을 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삽목용 뿌리는 젓가락 굵기의 가느다란 뿌리부터 손가락 굵기 정도까지가 좋다.
너무 굵은 뿌리를 욕심내어 심으면 가위로자른 부분에서 벌레 유충이 침입하여 나무가 자라면서 수확 중에 고사하기 쉽다. 삽목용 뿌리는 20㎝ 내외로 잘라서 진액이 흘러나오는 자른 부위에 짚이나 나무를 태운 재를 묻혀주거나 깨끗한 흙을 묻혀서 그늘에서 진물이 마를 때까지 거적을 덮어둔다.
한나절쯤 꼬들꼬들 말리다가 심기 전에 물을 듬뿍 주고 밭에다가 약 50㎝ 간격으로 심는다. 흙을 부드럽게 갈아엎은 밭에 골을 내어 묘종을 세우지 말고 일정한 간격으로 눕혀 뿌린 다음 부드러운 흙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만 살짝 덮어주면 끝이다. 심한 가뭄이 아니면 물은 더 이상 주지 않아도 스스로 뿌리내리고 싹틔우며 살아난다.
동의학에서는 두릅나무의 껍질과 뿌리껍질을 총목피라 하여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만성 간염을 다스리고 위장병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기를 보하며 혈압을 내려주기도 한다.
이뇨작용을 돕고 죽은 피를 내보내어 활혈작용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두릅을 보면 기름진 고기와 함께 먹으려고 한다. 두릅 자체가 기름진 나물이여서 기름진 고기와 함께 먹으면 장이 약한 사람은 설사를 한다. 두릅은 독성이 있어서 생채로는 먹을 수가 없다. 반드시 끓는 물에 데치거나 장아찌를 담아 숙성시킨 후에 먹어야 한다.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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