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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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인연(因緣)이란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인연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삶이라는 운명 속에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에게 있어서, 인연은 삶의 희노애락을 결정짓게 하는 여러 가치 중 선두권에 있을 것이다.

관계 속에서 자의와 타의로 결정된 인연은 누군가에겐 따사로운 봄날 같은 축복일 것이고, 또는 다른 누군가에겐 고통과 원망의 낙인이기도 하다.

나에게 인연은 나 혼자의 삶을 굳건하게 한 어둠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이야기할 누군가의 인연은  그의 일기장에 기록으로 남겨야 할 평생의 소중한 가치였다.

제주시 이도이동 소재 공연장 '인디'에서 누군가와의 인연을 떠올려봤다. 이날 공연 주제가 '인연'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한 ‘지지(ZIZI)’를 소개한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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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구성은 기타 2명에 베이스, 드럼, 보컬이 각각 1명씩이다. 록밴드가 희망하고 권장하는 보컬과 세션의 구성이었다. 세션들은 모두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동기들이다. 섭외된 보컬은 비전공이지만 곧 실용음학을 전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기타 김지훈은 2022년 12월 ‘Begin’이라는 일렉 기타 인스트루먼트 자작곡을 발표한 이력이 있는, 제주에 몇 없는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의 셋리스트는 공연은 김지훈의 자작 기타 연주곡과 케이팝을 편곡한 곡들로 꾸려졌다. 아무래도 기타 연주로만 무대를 이끌고 가기엔 부담이 됨직도 하다.

대중에게 기타리스트의 연주곡은 마니아들만의 장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받아들여야 할 냉정한 현실이기에 멤버들의 이러한 전략을 지지한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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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연의 무대는 시작됐다. 기타리스트의 연주곡과 보컬의 노래가 하모니를 이루는 무대가 펼쳐졌다(무대영상 link).

음원으로만 듣던 김지훈의 기타를 생생한 라이브 무대에서 목격했다. 기타 현으로 풀어내는 그의 감성은 절제된 클라이맥스였다. 블루지(bluesy)한 끈적함보다 잔잔함과 은은함이 빛났다.

극영화에서 주인공의 긴장과 갈등이 끝나는 무렵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일렉기타 연주곡이 연상됐다. 기억 속 영화 탑건의 유명한 기타 연주곡 ‘Top Gun Anthem’이 강제 소환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공연에서 허를 찔린 것이 있는데, 기타 연주곡의 주인공은 곧 군대에 가는 김지훈 말고 한 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이다. 밴드의 또 다른 기타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갓 군대에서 전역했다고 본인을 소개하며 그의 미발표 기타 연주곡을 플레이했다. 깜짝 이벤트가 펼쳐진 것이다.

이제 막 입대를 앞둔 친구와 갓 전역한 친구의 무대라니.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린 무대 위에 상황이었는데 이 또한 예사롭지 않은 인연이겠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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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 기타를 메인으로 연주곡을 가진 기타리스트는 제주의 인디 음악 씬에선 흔치 않다. 그간 몇몇 제주의 실력파 일렉 기타 연주자들이 싱글을 발표한 사실이 몇 번 있긴 했다. 

장르의 특성상 대중에게 진입장벽이 분명 존재하지만 밖으로 나와 존재를 알리고 일렉 기타만이 연출할 수 있는 신기의 무대를 자주 선보인다면 그 진입장벽의 높이는 낮아질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가설에 대한 해답을 ‘ZIZ’의 무대를 통해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들에 무대가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실증의 무대를 만들고 실천했다. 그대들과의 인연으로 인해 제주의 인디 씬은 일렉 기타 연주라는 카테고리 하나가 만들어진 것이기에.

락(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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