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도 기상관측 이래 기온의 최고치를 달성했다는 뉴스 미디어의 우려스러운 속보와 함께 찾아왔다. 아마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며 맞이하게 될 여름의 기온은 달력 맨 앞 페이지의 연도가 바뀌는 것에 비례하여 상승할 것이다.
슬프지만 경제와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까닭일 것이며 이는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자업자득의 운명일 것이다.
사람들은 뜨겁게 데워진 공기와 제주의 바닷바람 습기로 올라간 불쾌지수에서 탈출하기 위한 여러 해법들을 찾아 헤메인다. 내 방법은 에어컨의 냉기로 빵빵하게 채워진 공연장 방문이다. 또한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뮤지션들의 뜨거운 이야기이다.
이번 올해 첫 여름의 제주인디 공연장에서 나는 접하지 못했던 첫 대면의 음악인들에게서 시원함과 뜨거움을 동시에 맞닥뜨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2024 Rollick vol.2’였다.
이날 공연에는 ‘젠얼론’, ‘스테이플러’, ‘ONLD’, 그리고 ‘파라솔 웨이브’ 등 총 4팀이 참여했다.
젠얼론·스테이플러
젠얼론과 스테이플러가 공연의 전반부에 섰다. 앞서 ‘락하두의 도시락’ 칼럼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젠얼론과 스테이플러는 그 공연의 규모가 작고 크고를 마다하지 않고 제주도의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공연을 펼치는 음악인들이다.
심지어 젠얼론은 일본, 그리고 스테이플러는 대만에서 그들의 공연역량을 발휘한 실력파들이다. 그들은 낯선 세계와 무대를 경험이 그들의 무대에서의 여유와 관록이라는 것을 의도치 않게 발산했다(무대영상 link).
ONLD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만난 밴드다. 이들 미지의 음악인들에 대한 궁금증이 나를 이날의 공연장으로 이끈 이유이기도 했다. 나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무대에서 어떻게 답변해 줄 것인가?
Out Now, Live Dream을 슬로건으로 밝고 긍정적인 음악을 지향하며 즐거운 꿈을 꾸는 듯한 노래를 하는 ONLD. 제주를 중심으로 공연 활동과 유튜브를 통해 활동하고 있으며 오재훈(보컬, 기타), 송민우(드럼), 고예주(보컬, 베이스 피아노)로 이루어진 팀이다. 2024년 싱글 ‘DIY’ 발매와 영상을 통해 활발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출처 : 제주인디)
제주인디의 SNS에 공지된 ONLD 소개의 글이다. 글처럼 ‘밝고 긍정적인 음악’이 정체성이었다. 장르적으로는 모던록으로 보여졌다. 그들의 준비한 곡들은 마이너 코드의 우울함을 배제한 메이저 코드로 모두 경쾌, 발랄함이 돋보였다.
오재훈과 고예주가 번갈아 가며 보컬을 보여줬다. 그들의 표정에선 시종일관 '오늘 날씨는 맑음' 상태를 유지했다. 일상의 대부분이 다크하고 글루미한 나에겐 그들의 엔저나 밝음이 부럽기만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오재훈 보컬의 유니크하고 허스키한 보이스의 질감과 고예주의 멀티프로세싱 능력이었다. 특히 고예주는 베이스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경우에 따라 건반도 연주했다.
베이스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상당한 실력을 요구한다. 베이스 연주자들은 공감하리라. 베이스 기타는 박자와 리듬, 그리고 멜로디의 영역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해야 하기에 연주에 집중하기에도 벅찬 악기이다. 그를 보며 부럽고 존경스러웠다(link).
파라솔웨이브
파라솔 웨이브는 기타리스트 프란츠(배민덕), 베이시스트 존(임요한), 드럼 양군(양현석), 보컬 에스테반(김태연)으로 이루워진 프로젝트로 자유분방하게 재밍을 하다가 결성되었다. 멤버들 각자 다양한 음악 활동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얼마 전 ‘칠’한 감성을 담은 EP앨범 <WIND & WAVE>를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진 셋이 모인 파라솔 웨이브의 음악을 지금 느껴보길. (출처 : 제주인디)
이번 공연에서 가장 강력한 아우라와 충격파를 뿜어낸 팀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 접하는 타인에 대한 나름의 대비를 하고 나갔던 참인데, 첫인상이 이처럼 강렬할 줄이야. 40대 중후반으로 추측되는 외모에 동네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일상복을 입고 나올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공연의 말미를 맞은 파라솔 웨이브는 보컬의 관객을 장악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팀의 세션들 출중한 연주력도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파라솔 웨이브의 순서에서 관객들은 무대 난입과 슬램, 무형의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의 후렴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제주에서 몇 없는 팬덤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파라솔 웨이브는 지난번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건너와 공연한 그룹 MAD처럼 제주의 서쪽이 주 활동무대라고 했다. 공연 시작 전에 멤버들에게 음악의 장르를 물으니 돌아온 답변은 팝(POP)이었다.
실제 무대에서 확인한 바로는 팝보다는 모던록에 더 가까웠다.곡에 따라 블루지 한, 때론 프로그레시브 하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레게 장르도 끼어든다. 때론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연주 중에 구성을 바꾸기도 했다.
레퍼토리를 풀어내는 능력이 심상치 않았다. 때론 짧고 굵게, 어떤 때는 십여 분 넘는 연주로 관객들과 감질난 밀당을 했다. 과연 파라솔 웨이브라는 밴드를 향한 팬덤의 이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link).
제주라는 로컬에서 바다 건너 육지의 메인스트림 뮤지션들 부럽지 않은 숨은 실력자들을 찾아내는 행복과 재미. 내가 공연장을 찾아 돌아다니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