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제주YWCA가 진행하는 제주 성평등마을 만들기 사업 결과공유회가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렸다. (사진=양유리 기자)
​제주여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제주YWCA가 진행하는 제주 성평등마을 만들기 사업 결과공유회가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렸다. (사진=양유리 기자)

마을에서의 여성대표성 강화를 위해선 여성들의 활동에서 나아가 남성 이장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제주여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제주YWCA가 진행하는 제주 성평등마을 만들기 사업 결과공유회가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렸다. 

결과공유회는 △2024년 성평등마을 조성사업 결과 총괄 공유 △참여 마을 활동 공유 △성평등마을 조성사업 확산·발굴·후속 사업 추진 위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제주성평등마을 조성사업은 ‘여성대표성 강화’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다. 이장·개발위원회 등 마을 의사결정구조에서 배제된 여성들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2024년 성평등마을 조성사업은 신도2리, 중엄리, 첨단마을, 신산리, 신촌리 등 마을 5곳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다. 

2024년 성평등마을 만들기 사업 만족도 조사. (사진=제주여민회 제공)
2024년 성평등마을 만들기 사업 만족도 조사. (사진=제주여민회 제공)

사업의 핵심 활동은 ‘성평등마을규약 개정’이다. 활동가들은 직접 마을 부녀회와 이장 등을 찾아가 성평등마을규약의 취지와 필요성, 내용을 설명하며 개정을 추진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마을 15곳 중 6곳이 참여했다. 올해 참여 마을 5곳 중에선 4곳이 성평등마을 규약 개정 전 단계인 ‘우리마을규약 톺아보기’ 활동을 가졌다. 

성평등마을규약에는 △(목적)민주적이고 성평등한 마을운영 △(주민권리)마을여성들의 참여권·발언권 보장 △(주민의무)관습적 차별 극복 위한 배려·존중 의무 △(의결권·성평등 평등)1세대 1표 대신 1인 1표 △(마을임원조직)개발위원회 등 운영위원회에 여성참여율 보장 등이 포함된다. 

이밖에도 성평등마을 조성사업 참여 마을들은 성평등 강의, 여성영화 상영회, 놀이패한라산 연극 관람 등 성평등 프로그램들을 수행했다. 

김영숙 신도2리 부녀회장. (사진=양유리 기자)
김영숙 신도2리 부녀회장. (사진=양유리 기자)

김완숙 신촌리 동수동 부녀회장은 “성평등 연극을 40~50명 마을 삼촌들과 함께 봤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 우리도 이장에 나가보자는 삼촌도 계시고 다들 들떠 있었다”며 “7~8년 정도 부녀회장을 했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없었다. 개발위원회가 주요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동장 후보로 여성이 나와서 열심히 밀었고, 결국 여성 후보가 당선됐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2년째 참여 중인 김숙 신산리 부녀회장은 “마을규약을 함께 읽어보면서 마을에서 여성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며 “부녀회측에서도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자 성평등마을 만들기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이사장. (사진=양유리 기자)
김연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이사장. (사진=양유리 기자)

사업에 참여한 김연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이사장은 “사업이 시작되면 마을이 들끓는다. 남성 중심 마을회에서 눈치보던 여성들이 성토를 시작한다”며 “제주도에 여성 이장이 1명뿐이라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다. 제주가 성평등마을 사업을 전국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과제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농촌마을은 오랜기간 쌓여진 공동체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어 사회적 관계임에도 가족같은 관계를 넘어서지 못한다”고 한계를 지적하며 “여성들이 마을의 주체성을 가지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훈 제주투데이 편집국장은 “성평등마을 사업의 확장을 위해서는 제주도정 차원에서 참여 마을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며 “마을 주민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발적으로 성평등 프로그램 개발하고 제주도에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진희 전여농 제주도연합 정책위원장. (사진=양유리 기자)
현진희 전여농 제주도연합 정책위원장. (사진=양유리 기자)

현진희 전여농 제주도연합 정책위원장은 성평등한 마을을 위해선 남성 이장들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부녀회에서 안을 마을규약 초안을 제출하더라도 이장이 최고 결정권자로 있는 운영위원회에서 통과돼야 총회의 안건으로 올라간다”며 “이처럼 성평등마을 규약은 남성 이장의 동의가 있어야만 실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 위원장은 “1가구 1표가 원칙인 마을에선 세대주인 남성에게 투표권이 돌아가 여성에게는 의결권이 없다. 마을에 20년을 넘게 살았는데 회원이 아닌 걸 이번 규약 톺아보기 시간에 처음 알게된 분들이 있었다”며 “마을에서 여성들이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사업이 확장되기 위해서 제주도 성평등정책관의 강력한 사업 추진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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