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해녀, 제주 일기』, 이아영, 미니멈, 2021
『애기 해녀, 제주 일기』, 이아영, 미니멈, 2021

요즘 한수풀도서관에서 수필 교실을 진행 중이다. 시 창작 교실은 몇 번 해봤는데, 수필은 처음이다. 그래서 수업을 준비하면서 수필의 특성을 다시 살피는 중이다. 수필은 쉽게 생각해도 될 정도의 갈래인 건 맞지만 수필 또한 결코 쉽지 않은 글이다.

내 인생의 책, 유년의 원풍경, 비 등 제재를 정해 글을 쓴다.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는데, 하나같이 사연이 아릿하다. 세 번째 수업 시간에 이 책을 선보였다. 이아영의 『애기 해녀, 제주 일기』(미니멈, 2021)이다.

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통한 깨달음을 전하는 글이다. 이아영은 제주 색달 어촌계 소속 해녀이다. 제주도에 이주해 해녀가 되었다. 솔직하고 위트 있는 글이 수필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물질을 하며 겪은 일들을 기록했다. 그림도 곁들였다.

“다른 어촌계와 달리 우리 색달 어촌계는 출퇴근길이 정말 아름답고 고되다. 퇴근할 때는 약 2킬로미터를 헤엄쳐서 퇴근해야 한다. 집에 가려면 어떻게 해서든 헤엄쳐야 한다. 게다가 너무 늦게 도착하면 삼춘들이 걱정하기 때문에 타임리미트까지 있다.”

체험하지 않고선 쓸 수 없는 글이다. 수필은 자신이 겪은 일을 쓴다. 나의 직업에서 겪은 일들을 기록하면 다 수필이 된다. 문제는 일화를 통해 어떤 계기나 교훈을 얻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해녀 공동체를 이해하는 깨달음이 있다.

함께 물질을 하는 어르신들이 이웃사촌이자 직장 상사이기에 마을에서 말이나 행동을 조심해야 한단다. 글쓴이는 불턱에서 삼촌들이 서로의 고무옷을 정리해주는 풍경을 가장 좋아하는 풍경으로 삼을 정도로 해녀 문화에 적응 중이다.

망사리로 물고기 잡는 법, 고무옷 입고 벗는 법, 색달 어촌계의 물질 일정 등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렸다.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기록하지 않을 법한 것들을 기록했는데, 해녀 직업을 생각하면 어쩌면 굉장히 중요한 기록이다.

최근에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도 이주한 해녀 배역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다른 해녀 삼촌들과 어울리지 못하다가 나중에 서로의 진심을 알고서 잘 어울리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드라마에 이런 역할이 나올 정도로 젊은 해녀 사연을 종종 접하게 된다.

내가 아는 한 해녀는 제주도 남자와 결혼해 해녀가 되었다고 한다. 해녀학교가 있어서 해녀가 되려는 젊은 사람들이 있는 점은 다행으로 여겨야겠지. 해녀의 명맥이 끊길 거라 걱정했는데, 애기해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모슬포에서 물질을 하는 어느 해녀는 가끔씩 남방큰돌고래를 마주치게 된다고 한다. 갑자기 나타나 깜짝 놀랄 때도 있단다. 그런 이야기를 글로 만나고 싶다. 경험은 소중하다. 직접 겪을 때 느끼는 점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전통적인 제주 해녀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의미보다 개성 강한 글쓴이가 해녀 관한 에피소드를 통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기록한 점이 흥미롭다. 같은 사건이라도 기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개성의 글이 나올 것이다. 수필은 비전문적인 글이다. 누구나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점은 누구나 기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문이든 소설이든 글을 쓰는 해녀가 속속 등장하면 좋겠다. 어디 해녀뿐이랴. 글 쓰는 돌챙이도 가능하다. 해녀학교를 나오면 해녀를 할 수 있듯 수필 교실이 끝나면 수강생들이 멋들어진 수필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며.

현택훈, 김신숙 '시인부부'
현택훈, 김신숙 '시인부부'

'시인부부의 제주탐독'은 김신숙 시인과 현택훈 시인이 매주 번갈아가며 제주 작가의 작품을 읽고 소개하는 코너다. 김신숙·현택훈 시인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부부는 현재 시집 전문 서점 '시옷서점'을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제주 작가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다양한 기획도 부지런히 추진한다. 김신숙 시인은 시집 『우리는 한쪽 밤에서 잠을 자고』, 동시집 『열두 살 해녀』를 썼다. 현택훈 시인은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음악 산문집 『기억에서 들리는 소리는 녹슬지 않는다』를 썼다. 시인부부가 만나고, 읽고, 지지고, 볶는 제주 작가와 제주 문학. '시인부부의 제주탐독'은 매주 금요일 게재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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