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제주여자고등학교 70기 학생회장을 지낸 A씨와 제주학생인권조례TF,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이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내에서 벌어진 학생인권침해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제주여자고등학교 70기 학생회장을 지낸 A씨와 제주학생인권조례TF,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이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내에서 벌어진 학생인권침해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학교내 갑-을 구조를 깨야 한다

현재 학교는 교사는 갑에 위치에 있고 학생은 을에 위치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있다. 지금의 대입 입시제도에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하고, 생활기록부에 소위 좋은 학생으로 기록이 되어야한다.

생활기록부, 수행평가 같은 성적은 교사가 점수를 주게 되어있다. 이 상황에서 학생은 교사에게 잘 보여야 하고 무슨 부당한 일을 받더라도 항의하거나 다른 곳에 알릴 수 없다. 이처럼 갑과 을의 관계인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지역 교육청, 교육감이 바꿀 수 없는 부분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학생인권이 침해받고 있는 이 현실을 그대로 방관해서는 안된다. 

올해 3월 제주여자고등학교 졸업생이 제주여고 재학 당시 교사로부터 인권침해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기자회견과 함께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센터에 제출했다. 이후 제주도 내에서 학생인권에 대한 관심이 화두가 되었다.

김광수 당시 교육감 예비후보는 이석문 당시 교육감에게 더 적극적으로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그런 김광수 후보는 교육감에 당선되어 현직 교육감에 위치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광수 교육감은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현재 제주 학교내에서 학생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인권강사 육성 및 실효성 있는 교육 필요

먼저 학내 인권침해를 줄이기 위한 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지금도 인권교육 등을 각 학교에서 받고 있다. 하지만 그 교육은 매우 형식적이고 딱딱해서 재미가 없다.

그렇기에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고 심지어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영상을 틀어놓고 각자 할 일을 하라고 하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인권교육이 진행이 될 수 없다.

동영상 시청 같은 형식적인 교육을 넘어선 인권교육이 필요하다. 인권 강사를 육성하여 학생들에게 조금 더 실효성 있는 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권활동가들이 직접 학교 현장에 가서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금도 현장에 찾아가는 인권교육이 실시가 되고는 있지만 학교에서 신청을 해야만 교육이 진행되기 때문에 정작 제일 필요한 곳에서는 인권교육이 실시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공립학교부터 인권친화적 문화 정착 정책 펼쳐 나가야

국공립학교 중심으로 인권친화적 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제주여자고등학교 학생 인권침해 사건에 경우 교육청에서 제주여자고등학교에게 인권침해 사건에 따른 조치를 내렸다. 제주여자고등학교는 사립학교이기에 교육청에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교육청에서 사립학교에 대한 인권교육이나 인권친화적 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공립학교부터 인권친화적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제주도민들이 학교에서 인권친화적인 문화가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 사립학교에도 인권친화적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담아내고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학교내 학생 대의원회, 학생자치회 등 학생들이 활동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구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기구에 실제 목적과는 다르게 현재는 학생기구에서 학교 측에 요구를 해도 대부분 묵살되고 있다.

학생기구의 목소리 묵살...실질적인 기구 통해 학생 요구 반영해야

교복 등 복장, 두발, 화장 같은 학교 교칙들은 학생들이 지켜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는 많지만 ‘학생답지 못하다’는 등 이유로 학생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학생들에 목소리를 지금처럼 형식적인 기구에서 형식적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실질적인 기구를 통해서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교육정책은 날마다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의 의견은 여전히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교육청과 '교육 삼주체' 모두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생기고 그 횟수가 많아질 때 제주교육은 발전할 것이다. 그런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와 같은 공간이 마련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학생들이 주체적인 사고와 창의성 역시 향상될 것이다. 학교내 인권문화가 정착될 때 우리 미래도 점점 더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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