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들고 나온 똑딱이 카메라. (사진=락하두)
간만에 들고 나온 똑딱이 카메라. (사진=락하두)

2023년 1월29일. 하늘의 별과 달과 해는 일직선상에 놓이질 않았다.

다만 며칠의 낮과 밤을 돌돌 떨게 했던 동장군의 심술이 한술 풀린 날씨였다. 낮에 잠깐 내린 함박눈. 독기 가득했던 겨울바람과 싸라기눈 대신에 반가운 함박눈을 내려 주시다니 혹 하늘 날씨께서 내가 오늘 제주투데이와 약속했던 첫 미션 수행을 흐뭇이 여겨 동장군의 심술보를 잠시 내려놓으신 듯하다.

사설이 길었다. 그만큼 긴장이 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연문화 탐방이었지만 오늘부터는 공적(!)인 의무를 다해야 한다. 여느 때와 다르게 스마트폰 카메라 대신 하이엔드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낮과 밤 소극장의 공연으로 향했다.

낮과 밤은 제주시청 인근의 작은 라이브 소극장 겸 펍이다. 정확한 주소는 제주 제주시 동광로 21 지하층. 자하 계단을 지나 입장하면 소극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소담스러운 인디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라이브 소극장 낮과밤. (사진=락하두)
라이브 소극장 낮과밤. (사진=락하두)

이날 공연의 라인업은,

#01. 키타와 올겐

#02. 95밴드

#03. 싱어송 라이터 이기현 

#04. 파초선

총 3개의 팀과 1명의 솔로가 공연의 주인공이다.

첫 순서의 무대에 선 ‘키타와 올겐’. 이날이 무려 첫 데뷔 무대이기도 했으니 팀 본인들과 관람객들에게도 특별한 의미의 자리였을 것이다. 오프닝임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여유가 ‘뿜뿜’이다. 까닭은 저 두 명은 인디밴드 스테이플러의 멤버로 공연의 잔뼈가 굵은 세션들이기 때문이다. 

키타와 올겐. (사진=락하두)
키타와 올겐. (사진=락하두)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유현상님의 재치 넘치는 입담과 발랄한 가사, 키보드의 상큼한 멜로디가 즐겁다. 보컬에게 물어보니 키타와 올겐은 포크송 기반이라는데 기존 내가 알고 있는 포크 음악보다는 상당히 모던하다. 기존의 포크 음악과는 다른 분명 그들만의 젊은 해석이 반영되었으리라.

보컬이 착용한 선글라스에 눈이 가던 중 다음 팀의 무대가 관객을 맞이한다.

두 번째 무대는 ‘95 밴드’. 이야기를 듣자니 95년생 동기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스탠다드 팝, 혹은 이지리스닝 성향의 3인조 밴드. 나는 그들과의 만남이 처음이다.

95밴드. (사진=락하두)
95밴드. (사진=락하두)

 

3곡의 자작곡과 영화 라따뚜이 OST ‘Le Festin’, 레이찰스의 ‘Hit The Road Jack’을 자신들만의 감성으로 편곡한 노래를 들려준다. 95년 동기생들이니만큼 서로에 대한 각별한 의리와 애정을 공연 무대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밴드음악에서 반드시 필요한 여러 가지 포인트 중에서 으뜸이 되는 ‘합’의 모습이랄까? 자기 색 분명한 자작곡을 장착한 밴드이기에 95밴드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세 번째 무대는 싱어송라이터 이기현님의 무대. 이분도 앞서 ‘키타와 올겐’처럼 본인에겐 특별한 무대이기도 했는데 제주에서의 처음 무대란다. 오늘은 내가 계를 탄 것이 분명한 거야. 두 음악인의 첫 무대를 직관하게 될 줄이야.

이기현. (사진=락하두)
이기현. (사진=락하두)

 

내 짧은 경험상 리듬을 타기가 여간 까다로운 보사노바풍의 자작곡을 들려준다. 진한 에스프레소라기보단 라이트한 아메리카노 같은 보사노바다. 이분의 노랫말도 뭔가 보헤미안스런 세상 자유 넘치는 재밌는 이야기 가사라서 귀가 즐거웠다. 소년 같은 외모에 미성은 덤이다.

눈 내린 제주에서 따뜻한 감성으로 관객들을 훈훈하게 데워줬으니 그의 첫 제주 무대는 분명 흥했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 ‘파초선’. 개인적으로 밴드의 멤버들과는 구면이기도 하고 친한 형과 동생도 있다. 여담으로 밴드 이름의 히스토리가 있는데 ‘액체인간’, ‘스튜던트’ 등을 거쳐 ‘파초선’이란 타이틀이 밴드의 최종 명칭이 되었단다.

파초선. (사진=락하두)
파초선. (사진=락하두)

 

파초선이라는 밴드명을 지은 연유가 궁금했었는데 팀 리더가 만화 ‘드래곤 볼’을 보다가 어느 에피소드에서 파초선이 나온 것을 보고 이거다 싶어 결정했단다. 원래 그 힘든 밴드 작명이라는 것이 가끔 얻어걸릴 때도 있다. 

이 팀은 제주의 여러 라이브 공연장에서 수차례 라이브 공연한 전력이 있는 잔뼈 굵은 모던록 밴드다. 이날 공연무대에서도 수줍지 않고 오히려 위풍당당하다. 실제로 팀의 리더는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밀당의 입담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정규 앨범 녹음 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이들의 CD 또는 신규 음원을 보고 듣게 될 것이다.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나 그래도 쌀쌀했던 토요일 저녁이었는데 작은 소극장이 꽤 찼을 만큼 많은 관객들이 찾아 줬더랬다. 글재주 없는 그리고 음악이라는 깊이가 한참 부족한 내가 감히 이날 공연 무대를 평할 수 있으랴.

지난 29일 낮과밤 공연 참가 뮤지션들. (사진=락하두)
지난 29일 낮과밤 공연 참가 뮤지션들. (사진=락하두)

다만 3040 세대인 내가 느끼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면 예전처럼 문예회관 소극장이든 탑동 야외 무대이든 아니면 우리 세대가 기억하는 도어즈, 레드제플린 같은 록카페를 발품으로 찾아다니며 제주 음악인들이 행하는 공연 무대가 그리웠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공기를 느끼는데 카피곡 보다는 자작곡 위주의 뮤지션들이 많아졌다는 점. 그리고 트렌드에 치우치지 않고 본인들만의 개성과 색으로 음악적 승부를 거는 다양성이 넘친다는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만의 자작곡을 곱게 차려입은 밴드들의 면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2023년의 1월 달력도 찢어내야 할 때가 와버렸네.

과거엔 이제야 1월이 지난 거야 했으나 지금의 나는 벌써 1월이 지나가 버렸잖아 하고 

시간의 빠름에 탄식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유튜브 채널 '락하두튜브'에서 더 많은 공연 영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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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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