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 앞서 3월의 “도시+락(Rock, 樂)”을 휴재한 데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예기치 못한 건강 이상이 있었던 까닭입니다.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제주의 3월과 4월, 산과 들은 벚꽃과 유채꽃으로 점령해 버린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봄이 왕좌를 튼 형세이다. 길고도 잔인했던 COVID-19 팬데믹의 시간이 어느덧 엔데믹의 시간으로 향하는 것에 대한 봄으로의 계절 바뀜은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연일 호외 되는 뉴스들을 보면 봄 계절의 느낌과 거리감이 있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의 타이틀, 그리고 기사를 볼 때마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에서 성내고 노여워할 노(怒)의 감정이 솟구쳐 오른다.
사람들마다 화를 다스리는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인데 필자는 노여움의 감정이 정신을 지배할 때면 포효하는 시원한 보컬과 Heavy 한 리프로 연신 기타를 괴롭히는 메탈, 또한 하드 록 음악을 듣는다. 정신 사나운 소음들의 향연 속에서 화로 인해 템포가 오른 불안정한 마음의 리듬이 안정과 질서를 찾아가는 역설적인 상황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메탈과 하드 록 음악을 찾아 들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메탈, 하드 록 장르는 지상파TV 음악프로그램, 케이블 TV등의 미디어에서도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마이너한 소재가 되어버렸으니. 세대의 교체, 또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가 그 이유라면 씁쓸하기만 하다.
그런데 4월 8일 토요일 저녁, 메탈과 하드 록의 전사들이 위풍당당 공연을 감행하는 용기백배의 결정을 내렸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으니.
와비킹이 2023년 제주로의 첫 귀환 소식을 알렸다. 그 이름 와비킹! 제주가 낳은 야성의 근육질로 단련된 메탈리언이 아니던가. 나는 이 형님이 과거 메탈리카 트리뷰트 밴드인 비니모터 시절 때부터 현재 와비킹이 되어 전국을 누비는 모습을 알고 있기에 그에 대한 편파적 애정과 팬심은 높고도 깊다.
와비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나의 과도한 아드레날린 분비의 연유는 이제부터 보여드릴 몇 장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 독자분들께서 충분히 공감과 이해를 하실 것이라 믿는다.
정말 오랜만에 방문한 ‘레드 제플린’이다. 내 또래, 또는 비슷한 연배의 선후배님들께서는 ‘레드 제플린’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속에서 반갑고 아련한 추억의 책장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레드 제플린’이라는 이름의 록카페가 주는 상징성과 위상은 격동의 90년대를 경험했던 이들에겐 각별한 의미일 것이다.
‘레드 제플린’에 대하여 이런저런 에피소드들과 풀어놓을 이야기보따리가 많이 있지만 차후에 제주 인디음악 공연장 탐방이라는 별도의 섹션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우선 이번 공연의 오프닝을 담당한 콩코드 유니버스(CONCORD UNIVERSE)의 무대이다.
3인조 밴드인 콩코드 유니버스. 서울 및 부산 출신의 여러 지역 멤버들로 구성된 팀이다. 콩코드(CONCORD)의 사전적 의미는 화합과 일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콩코드 유니버스는 화합된 세계에 대한 이 밴드의 이상향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그들이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는 본인들의 화법은 블루지하고 때론 Rock and Roll적이다. 아니 굳이 특별한 장르를 대입한다는 것은 강박적인 나만의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한 장르에 매몰되지 않는 콩코드 유니버스만의 자유로운 해석이 옳다.
다양한 표정과 언어, 그리고 기타연주로 관객과 소통하는 보컬님의 카리스마도 돋보였지만 개인적으로 베이시스트님의 예사롭지 않은 베이스 연주 퍼포먼스에 흠뻑 매료되었다. 참고로 리더로 보이시는 보컬님의 SNS를 찾아 들어가보니 어마무시한 이력과 스펙을 보고서 깜놀했다는...
그리고 이어진 무대, 청주에서 온 매니악킹즈(MANIACKINGS)의 무대.
아~! 이건 뭔가?
오프닝 팀인 콩코드 유니버스(CONCORD UNIVERSE)의 무대의 뜨거운 불기운이 가시질 않았는데 더 뜨거운 사막의 열풍 = 하르마탄 [Harmattan : 사하라 사막에 부는 동북 무역풍. 사막의 풍진(風塵)을 동반하는 건조한 열풍]이 독기를 품고 기다리고 있었다니. 허를 찔렸다.
보컬의 시니컬한, 그리고 하이피치에서 쏘아대는 고음의 샤우팅과 베이시스트의 현란한 피킹플레이, 드러머의 공격적인 킥킹 사운드는 전장의 하늘에서 B-52 폭격기가 적진을 향해 사정없이 뱉어내는 폭탄 무더기와 같았다.
어떻게 3인조 밴드가 4~5인조 부럽지 않는 꽉 찬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저 입 벌리고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지 아니한가? 나중에 리더 알빈류님을 취재를 해보니 너바나, 푸파이터스와 같은 얼터너티브 & 그런지 록에 근간을 둔 매니악킹즈만의 음악화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내 취향이다. 여기요! 오늘부터 매니악킹즈 팬 1명 추가요!
자 그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KING의 무대가 펼쳐진다.
왕의 귀환! 와비킹 (WABIKING)!!!
팬심이란 이런 걸까? 와비킹의 등장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내 심장박동은 요동치고 온몸의 혈류가 평소보다 몇 곱절 더 빨리 순환됨을 느꼈다. 돌이켜 보면 와비킹은 제주도 인디 음악史에서 도드라지는 이슈를 만둘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과거 메탈리카 트리뷰트 밴드 “비니모터” 시절엔 전국에서 찐 실력파 메탈리카 트리뷰트 팀들을 규합하여 대규모 트리뷰트 공연을 성사 시키고 그날 밤 탑동공연장 야외 무대를 그야말로 찢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증거영상
또한 크래쉬, 블랙신드롬 등 대한민국 메탈음악史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대선배 팀들을 섭외하여 제주도에서 헤비메탈 라이브 공연무대를 성사 시킨 진정한 용자 중에 용자이기 때문이다.
와비킹은 영국의 전설적인 락앤롤 밴드(또는 헤비메탈/스피드메탈 밴드로도 정의되는)인 “모터헤드”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그만의 해석으로 곡을 만들어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하는 3인조 락앤롤 밴드이다.
와비킹은 주로 육지부의 유명 라이브 공연장에서 활동하는, 이제는 전국구라는 형용사를 붙일 자격이 있는 밴드로 성장했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왜 관객들이 와비킹의 무대에 열광하고 환호하는지 위의 라이브영상을 보면 납득함의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이 번쩍하고 와닿을 것이다.
공연장에서 유독 수줍은 많은 제주의 관객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고, 움츠린 손을 크게 좌우로 흔들게 하고, 무려 자발적인 헤드뱅잉을 유도하게 하는 신묘한 능력을 발휘한다. 까닭은 와비킹만의 넉살과 화법, 무대 퍼포먼스, 적극적인 관객과의 소통이 그 이유이다.
조금 오버해서 표현한다면 와비킹은 공연의 新이다. 그의 제스처 하나하나가 흡사 모터헤드의 리더 레미 킬미스터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통해 개인적으로 와비킹 밴드의 베이시스트분을 주목하게 되었다.
베이시스트님 또한 리더 와비킹 못지 않은 끼로 충만하신 분인데 그 분위기와 아우라는 마치 전설의 그루브 메탈 그룹인 판테라의 베이시스트 렉스 브라운과 흡사하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그 특유의 포즈하며 피킹, 그리고 퍼모먼스 등을 보면 판테라의 렉스 브라운을 직관하는 듯한 착각을 유발시킨다. 밴드 와비킹의 베이시스트님 또한 팬이 되어 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번 공연 참가팀들 모두 기타겸 보컬, 베이스, 드럼 구성의 3인조 밴드인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구나.
이제 지극히 편파적인 팬심의 글을 마무리하겠다. 메탈, 그리고 하드 록이라는 이제는 유니크한, 때론 그들만의 리그라는 편견의 시선으로 내몰린 장르가 있다. 하지만 70년도에 태동하여 80~90년대 전세계 음악시장를 평정했던 메탈과 하드 록의 전성기가 있었다는 분명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시절 우리는 레드제플린, 딥퍼플에 열광했고 레코드샵에서 메탈리카, 메가데스, 판데라, 스키드로우, 본조비, 건즈 앤 로지스, 너바나, 펄잼, 사운드 가든 등등의 밴드 음악을 찾아 들으며 레코드샵에서 그들의 CD를 구매하기 위해 지갑을 열고 기꺼이 소비했었다.
지금의 음악시장은 한쪽으로 기운 운동장과 같다. 유행에 치우치고 세대를 극명하게 갈라 놓았다. 우리 몸도 한쪽으로 치우친 편식을 경계하고 골고루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해야 건강해지듯이 음악 또한 유행하는 장르만을 취하지 말고 다양한 장르를 접해 보는 것도 감성의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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