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떤 음악이든 쉽다, 어렵다를 논할 수 있으랴마는 악기를 연주하고 배우는 이들에게 끝판왕 같은 장르의 존재가 있고 그 끝판왕의 존재는 바로 재즈 아닐까.

여기서 예전 영화 한 편을 소환하여 이야기해볼까? 워쇼스키 자매 감독,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매트릭스 1편. 영화의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적과의 대치 상황 속에서 문뜩 세상의 진실을 목도하게 된다. 우리 눈에 투영되는 세상은 ‘0’과 ‘1’로 만들어진 세상이라는 것을, 호흡하는 공기와 사물과 인간 군체 모두가 ‘0’과 ‘1’의 집합체라는 것을 말이다.

하필 여기서 왜 매트리스 1편을 이야기하냐고? 재즈 연주가들이 바라보는 세상 만물의 형상 역시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그들의 시선에는 ‘음표’와 ‘오선지’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즈에는 정의된 형식과 규칙이 없다. 오로지 파트별 악기 연주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묵음처리 된 대화를 나누면서 연주하고 즉흥적인 솔로를 펼치기도 한다. 이는 악기연주와 화성학에 대하여 단계의 최고 레벨까지 돌파하지 않으면 취할 수 없는 경지인 셈이다. 

제주에서 재즈 연주가들을 접하기도 어렵고 또한 공연무대도 흔치 않은데 데뷔한 지 무려 10년 차가 된 재즈 밴드를 알게 되었다. 시크릿 코드(The Secret Chord). 3장의 정규 앨범과 1곡의 싱글을 보유한 제주 음악씬에서 나름 중견의 위치에 자리 잡은 밴드이다.

SNS에서 접한 이들의 공연 소식이다. 의외였던 것은 전문 공연장이 아닌 커피숍과 같은 장소에서 공연이 이뤄진다는 사실이었다. 추리해 보자면 ‘도심 속, 자주 접할 수 있는 장소에서 펼치는 문화와 공연’이라는 콘셉트인가? 만약 나의 추리가 공연 기획자의 의도와 비슷하다면 참으로 신박한 기획이다.

화북공단에 위치한 FIX 커피숍. (사진=락하두)
화북공단에 위치한 FIX 커피숍. (사진=락하두)
관객들의 모습. (사진=락하두)
관객들의 모습. (사진=락하두)

제법 많은 관객들이 빈틈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그중의 몇몇은 서서 공연을 관람하는 수고도 개의치 않는다. 개인적으론 본인의 직장이 화북공단에 있기에 그 놀라움의 정도는 컸다. 공단에 이런 규모의 커피숍이 있었다고?

클래식한 재즈의 악기 구성은 아니다. 디지털 건반, 일렉베이스,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이다. 퓨전재즈 밴드에게서 볼 수 있는 악기 구성인데 그럼 시크릿 코드는 퓨전재즈 밴드인가?

연주하는 시크릿 코드. (사진=락하두)
연주하는 시크릿 코드. (사진=락하두)
연주하는 시크릿 코드 멤버. (사진=락하두)
연주하는 시크릿 코드 멤버. (사진=락하두)
연주하는 시크릿 코드 멤버. (사진=락하두)
연주하는 시크릿 코드 멤버. (사진=락하두)
연주하는 시크릿 코드 멤버. (사진=락하두)
연주하는 시크릿 코드 멤버. (사진=락하두)
연주하는 시크릿 코드 멤버. (사진=락하두)
연주하는 시크릿 코드 멤버. (사진=락하두)

드럼 치는 리더 김신익님에게 장르를 질문하니 답변은 퓨전재즈라고 하기엔 살짝 애매하다고 한다. 그냥 크로스오버 음악을 실험하는 팀이라고 정의하기로 질문자와 답변자가 타협하기로 했다.

한 시간 남짓한 공연에 1부와 2부로 나뉘어 공연이 이뤄졌다. 1부는 주로 연주 위주의 진행이었고 2부는 보컬 위주의 공연이다.

※ 1부 공연 영상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인상에 남은 것은 보컬이 참여한 2부 공연이었다. 

재즈보컬 이채연님이 참여한 2부 공연. (사진=락하두)
재즈보컬 이채연님이 참여한 2부 공연. (사진=락하두)
재즈보컬 이채연님이 참여한 2부 공연. (사진=락하두)
재즈보컬 이채연님이 참여한 2부 공연. (사진=락하두)
재즈보컬 이채연님이 참여한 2부 공연. (사진=락하두)
재즈보컬 이채연님이 참여한 2부 공연. (사진=락하두)

 

※ 2부 공연 영상 

2부의 공연 모습을 보니 팀의 리더가 왜 ‘시크릿 코드’를 퓨전재즈라는 장르로 규정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갔다. 제주에 사는 도민이라면 귀에 익은 제주의 민요, 멜로디와 화성이 ‘시크릿 코드’만의 재즈적인 해석으로 편곡되어 새로이 태어난 것이다.

재즈의 형태로도 제주가 표현되다니 하는 신선하고 생경한 체험이다. 공연을 보며 내가 경험했던 제주의 음악장르 범위는 아직까진 동네 골목의 크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반성을 했다. 

동네 골목을 탈출하게 해준 ‘시크릿 코드’에게 감사!

이날도 어김없이 나는 사인을 받는다. 그것도 ‘시크릿 코드’의 정규 앨범 CD에다가! (사진=락하두)
이날도 어김없이 나는 사인을 받는다. 그것도 ‘시크릿 코드’의 정규 앨범 CD에다가! (사진=락하두)

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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