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사진=락하두)

2월의 첫 번째 ‘도시+락(Rock, 樂)’ 시간은
지난번과 같은 장소인 ‘낮과 밤’ 소극장에서의 공연 소식이다.

2월 19일, 아직 겨울 계절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은 2월 하늘에서 
제법 찬 부슬비를 내리는 쓸쓸한 토요일 저녁.

이번 겨울 계절은 무슨 미련이 남았기에 2월 중순이 넘어서기까지  
그 냉랭한 심술을 부리는 걸까? 

정녕 그렇다면 
나는 라이브 극장에서 밴드의 뜨겁고 생생한 기운과 온도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겨울 계절의 냉랭한 심술을 조롱하리라.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
주차의 스트레스를 멀리하고 싶어 차를 제법 먼 곳에 세우고
간만 긴 걸음을 내달려 ‘낮과 밤’ 소극장을 향했다.

우산 없이 겨울비 맞은 청승은 덤이다.

예정된 공연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공연장에 당도했다.
공연 시간보다 일찍 공연장에 가면 얻을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공연 참가팀들의 리허설 모습, 장비 및 음향 세팅 등등 공연 전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풍경들이 그것이다. 
가끔 우연찮게 공연의 주인공들에게 친필 사인을 받을 볼 수 있는 행운도 함께할 수 있단다.

일찍 도착한 공연장 모습. (사진=락하두)
일찍 도착한 공연장 모습. (사진=락하두)
밴드 이강 멤버들의 친필 사인. (사진=락하두)
밴드 이강 멤버들의 친필 사인. (사진=락하두)

이날 공연의 라인업은 '키타와 올겐', 그리고 '밴드 이강'.
키타와 올겐은 지난번 밴드의 데뷔 무대에서 얼굴을 텄기에 이제 구면이 된 사이.

오프닝은 ‘밴드 이강’이다.

밴드 이강. (사진=락하두)
밴드 이강. (사진=락하두)

개인적으로 이날 공연에서 기대했고 또 궁금했던 팀이다.

예전 ‘제주 Indie 9주년 공연’ 무대에서 그들의 공연을 처음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이 팀의 유니크함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밴드 이강’의 유니크함은 국악과 양악의 퓨전이다. 
국악 창법의 보컬, 바이올린, 카혼, 신시사이저 건반이라는 멤버 조합의 생경함과
분명 처음 접하는 음악인데 마치 과거로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라 착각하게 하는
묘한 감흥은 ‘밴드 이강’의 신묘한 능력이다.

이는 한국인의 DNA에 깃들여 있는 국악과 민요의 전통 감성에 한과 슬픔 몇 숟갈을 더한 
기막힌 편곡의 결과일 것이다.

팀명의 유래를 물어보니
팀 멤버들의 성(이씨와 강씨)을 붙여서 만들었다고.
또 다른 멤버의 전언에 의하면 “이강 (以降) : [명사] 기준이 되는 때를 포함하여 그보다 뒤.”라는
철학적인 메시지도 내포하고 있단다. 팀명 또한 신묘하구나.

밴드 이강 보컬. (사진=락하두)
밴드 이강 보컬. (사진=락하두)
밴드 이강. (사진=락하두)
밴드 이강. (사진=락하두)
밴드 이강. (사진=락하두)
밴드 이강. (사진=락하두)

국악과 양악을 크로스오버한 팀답게 그들이 풀어내는 레퍼토리
한의 정서, 때론 꽹과리가 등장하는 흥겨운 음악을, 그리고 듣고 있으면
마치 사극의 주제가를 연상시키는 기승전결 분명한 한편의 서사곡도 풀어 놓는다.
또 어떤 곡에서는 재즈적인 편곡 센스 또한 엿보이기도.

 

 

‘밴드 이강’의 무대에서 제주 인디음악의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조만간 정규 앨범을 제작하여 발표한다고 하니 기대해 본다.

'밴드 이강'의 무대가 끝나고 이젠 서로 아는 척하는 사이가 된 '키타와 올겐'의 무대.

키타와 올겐. (사진=락하두)
키타와 올겐. (사진=락하두)

두 번째 만남인데 그들의 첫 무대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정말 저 둘의 유쾌한 ‘케미’는 최고다.
밴드가 가져야 할 여러 덕목 중의 으뜸인 합이라는 제일 우선의 덕목을 진심으로 실천하는
모범 케이스가 ‘키타와 올겐’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보컬의 적극적인 관객과의 소통도 점수를 주고 싶다.
자신들이 준비한 곡들에 대한 탄생 비화와 스토리텔링, 여러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한다. 

소극장이라는 특정된 무대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가수와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소극장만이 가질 수 있는 공연 문화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겠나.

키타와 올겐. (사진=락하두)
키타와 올겐. (사진=락하두)
키타와 올겐. (사진=락하두)
키타와 올겐. (사진=락하두)

내 비록 음악을 들으면 바로 장르를 내뱉을 만큼의 음악적 내공이 한참 부족하지만
‘키타와 올겐’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예전 80년대 시티팝의 익숙한 추억이 떠오른다.

까닭은 키보드를 연주하는 이유정님이 만들어 내는, 80년대 감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독특하고 오묘한 사운드 때문이다.

지난번 보컬 유현상님에게 장르를 물으니 '키타와 올겐'의 장르는 포크음악이라고 답했는데
이제부터 나는 감히 ‘시티 포크’ 음악이라 지칭하겠다.

 

 

‘키타와 올겐’의 무대를 끝으로 
다시 만난 인연과 새로 만난 인연의 무대가 마무리되었다.

이번 공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극장 공연이라는 소극장만의 장점이 정말 극대화된 무대가 아닐까 싶다.
대형 공연장 무대와 달리 소극장은 가수와 관객의 무대가 불과 몇 미터가 안 될 만큼 가깝지 않나.
이날 무대에 선 밴드와 관객들 사이에서
소통과 유머, 따스한 공감이 오고 가는 상황이 노래와 노래 사이, 잠깐의 쉬는 시간에도 끊김없이 이어져 갔다. 

찬비가 내리는 토요일 밤의 한기는 적어도 이날 ‘낮과 밤’의 소극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왜냐고? 이날 이곳은 밴드와 관객들이 내뿜는 따스한 호흡으로 가득 찬 봄날의 공간이었으니까.

낮과 밤. (사진=락하두)
낮과 밤. (사진=락하두)

 

(사진=락하두)
(사진=락하두)

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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