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평화인권 마당극제에 참여했다. 넥타이가 공연 준비물이었는데 까먹고 안 챙겨왔다. 마침 이 날이 하루지기를 맡은 날이었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4.3 평화인권 마당극제에 참여했다. 넥타이가 공연 준비물이었는데 까먹고 안 챙겨왔다. 마침 이 날이 하루지기를 맡은 날이었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저희 학교는 ‘하루지기’란 것이 있습니다. 하루지기란 그날의 일정들을 공유하고 바뀌는 상황을 조율하며 일감도 배분하는, 말 그대로 하루자체를 책임지는 역할입니다. 

저는 일주일간 하루지기를 맡게 됐습니다.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얼마 전, 저희는 마임극 문정성시라는 공연을 했습니다. 그때 마임 소품으로 넥타이가 있었습니다. 넥타이는 각자가 챙겨서 오기로 했죠.

연극 전날, 저는 넥타이를 챙겼다고 생각하고 잠들었습니다. 도착해서 준비물을 확인하는데 가방 속에는 넥타이가 없었던 게 아니겠어요? 하마터면 공연복을 못 입고 공연을 할 뻔 했지만, 선생님이 1시간 거리를 갔다 오셔서 넥타이를 챙겨주셨습니다. 

저는 단 한번의 확인을 하지 않아서 선생님께 1시간이라는 시간을 민폐 끼쳤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걱정을 끼쳤죠. 그날 하루는 오히려 하루지기인 제가 나서서 다른 사람들의 준비물이 잘 챙겨졌는지를 체크했어야 했는데, 제 것 하나 제대로 못챙기는 모습은 매우 무책임했던 행동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저희는 하루를 나누는 하루나눔이란 것을 합니다. 저의 그 무책임했던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제가 하루지기를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인 것 같아서 하루지기를 안할려고까지 했습니다.

선생님은 의견을 냈어요. "그런건 쉽게 포기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겪으며 배워야 한다"고요. 저도 그 의견이 동의가 가서 7일간의 하루지기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일주일간 하루지기로 살아보면서 느낀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제일 먼저 공통적인 일에서 제대로 조율되지 못해서 생긴 문제들이 하루지기인 저의 책임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마임 선생님, 볍씨학교 친구들과 함께.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공연을 마치고 마임 선생님, 볍씨학교 친구들과 함께.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시간분배를 잘못해서 일하는 시간이 30분이나 줄었던 것이죠. 30분이면 다 할수 있는 조금 남은 밭을 그대로 두고 나왔습니다. 분명 계산 한번만 더 했어도 일을 더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검질매기도 끝낼수 있었는데 말이죠.

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깨달았습니다. 공통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것, 내가 실수 한 번이라도 하면 그날 하루 일정 전부에 차질이 생기고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것을요. 앞으로는 일정을 정하고 시간을 배분할 때마다 한번씩 더 체크를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전까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하루지기의 당연한 책임들과 역할을 아주 조금이나마 해내게 됐습니다. 모여야 될 때 몇 분 전에 공지해서 미리 모이게 만들고, 일정들이 바뀌면 가서 조율하고, 외부공연을 할 때면 복잡한 곳에서 사람들을 찾고 일을 나누고 진행했습니다. 하루지기 역할이라면 마땅히 해야했던 당연한 일들을 아주 조금이나마 하게 되었다는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항상 완벽하게 한 것은 아닙니다. 저희는 하루나눔 시간을 통해 글을 씁니다. 30분의 시간 동안 빨리 써내면 잠깐 눈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다 되면 하루지기가 아이들을 깨워서 글 나눔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피로감을 참지 못하고 알람도 맞추지 않은 채로 잠들고 시간 내에 사람들을 깨우지 못했습니다.

또 수업을 해야하는데 선생님이 늦으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제 담임 선생님께 찾아가서 지금 강사 선생님이 어디에 계신지 위치 파악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귀찮은 나머지 그저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만약에 오시지 않는걸로 바뀐 것이였으면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쓸지 등을 생각해야했습니다. 그런데 일에서 손놓고 기다리기만 한거죠.

이런 실수들이 꽤 있었습니다. 예전보다야 몇배는 더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한 지점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하루지기를 할때는 지금까지 제가 실수한 지점들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며 더 나은 하루지기가 되도록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밭일을 할 때도 시간을 잘 계산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게 중요하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밭일을 할 때도 시간을 잘 계산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게 중요하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하루를 완벽히 챙기기 위해서 노력도 했습니다. 우선, 전날에 일정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놓습니다. 다음날 일정 공지 사항들을 정리하죠. 그리고 공지를 합니다. 5분전에 알려서 다른 사람들이 제시간 안에 수업에 참여할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변화하는 일정에 어떤 것은 시간을 빼고 어떤 것은 넣으며 유동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결정을 내릴때는 스스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어요. 이렇게 하다보면 잘 챙겨진 하루가 됩니다. 

일주일이 지났고, 하루지기도 끝났습니다. 오랫동안 진행해오던 프로젝트가 끝난 느낌입니다. 그동안 힘든 일도 있었고 다사다난했습니다. 끝나고 나니 성장했다는 자신감과 이뤄냈다는 뿌듯함이 듭니다. 

하루지기를 맡을 동안 제일 기분좋은 순간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바로 그날 하루를 완벽히 챙겼을 때입니다. 계속해서 시간에 민감해지고 하루를 챙기다 보면 다른 날보다 더 피곤해집니다. 하지만 그날 하루 실수 한 번 없이 하루를 챙겼다는 사실은 '내가 더 성장했구나', '내가 생각보다 책임감있는 사람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돕니다.

제주볍씨학교에 재학 중인 윤승호군.
제주볍씨학교에 재학 중인 윤승호군.

 

윤승호

저는 제주볍씨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학교 3학년 윤승호입니다. 저는 이 학교에서 저의 산만함을 고치고, 분노를 조절하는 것을 배우려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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