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인 1898년 9월 1일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으로 일컬어지는 '여권통문'이 발표됐다. 정부는 이를 기념해 매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양성평등주간으로 지정해 다양한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로 28회째를 맞은 양성평등주간, 제주도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제주도정은 기념식에서 매년 성평등한 제주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성평등한 제주, 어디까지 왔을까. 얼마나 더 달려가야 할까. 제주 정치는 여성들에게 얼마나 열려 있을까. 어떻게 열 수 있을까. 제주투데이는 '다함께, 기회를' 코너에서 이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단 1명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제가 실시되면서 제주시장·서귀포시장은 주민 직접 선출이 아닌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임명직으로 바뀌었다.
먼저 제주시장 현황을 보면, 제주도지사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총 11명을 제주시장 자리에 앉혔다. 모두 남성이다. 특별자치도제 이전이라고 해서 다른 것은 없다. 1955년부터 특별자치도제 직전까지 관선, 민선 포함 총 22대(총18명) 제주시장이 나왔다. 역시 모두 남성이다. 역대 제주시장 29명 중 여성은 한 명도 없다.
서귀포시장의 경우 1981년 초대부터 8대 시장까지는 관선으로, 9대부터 11대까지는 민선으로 치러졌다. 특별자치도제 이전에 총 9명이 시장직을 거쳐갔다. 역시 모두 남성이다. 2006년 특별자치도제 이후 현재까지 임명된 서귀포시장은 총 13명. 여성이 한 명 포함된다. 단 한 명이.
원 전 지사 임명, 현을생 전 서귀포시장이 유일한 여성 시장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2014년에 임명한 현을생 전 서귀포시장이다. 그는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시장에 올랐다. 2014년 7월 취임 후 2016년까지 6월까지 2년간 서귀포시장을 지냈다. 제주 첫 여성 시장이다. 현재까지 유일하다.
현을생 전 서귀포시장 취임식 후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제주시장 4명, 서귀포시장 5명이 임명됐다. 역시 모두 남성,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강산은 변했지만 제주 지역 두 번째 여성 시장은 아직이다.
2006년 특별자치도제 실시 후 17년이 흘렀다. 그동안 도지사가 임명한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의 남녀 성비는 24대 1이다. 17년 동안 단 한 명의 여성만 시장으로 임명됐다.
현재 재임 중인 두 시장의 임기는 2024년까지다. 둘이 연임하거나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차기 시장들을 남성으로 임명하면 특별자치도제 20년사에 여성 시장은 1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지사는 말할 것도 없고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두 행정시장 성비가 24대 1에 달하지만, 어쩌면 이는 그나마 나은 수준으로 봐야할지도 모른다. 특별자치도제 이후 행정부지사는 정부에서 내려오고, 도지사는 정무부지사를 임명하는데 아직까지 여성 부지사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올해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성평등한 사회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시장과 부지사의 남녀 성비는 제주 공직 사회의 '유리천장'이 공고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