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인 1898년 9월 1일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으로 일컬어지는 '여권통문'이 발표됐다. 정부는 이를 기념해 매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양성평등주간으로 지정해 다양한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로 28회째를 맞은 양성평등주간, 제주도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제주도정은 기념식에서 매년 성평등한 제주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성평등한 제주, 어디까지 왔을까. 얼마나 더 달려가야 할까. 제주 정치는 여성들에게 얼마나 열려 있을까. 어떻게 열 수 있을까. 제주투데이는 '다함께, 기회를' 코너에서 이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체육계 미투, 성범죄와 성평등의 상관관계는?..."있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이 연이어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마무리되었다. 특히나 ‘황금 세대’ 또는 ‘수영 르네상스’라 불리는 수영 부문에서는 22개의 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남자 축구가 금메달을 따며 아시안게임 3연패를 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처럼 화려하고 박수받는 체육계에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이 있다. 2019년 연달아 폭로된 체육계 미투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한 조치로 지방 체육회들은 잇달아 성폭력 실태조사와 예방 교육을 실시하며 체육계 내 성범죄 문화 근절에 앞장서는 듯했다. 제주도체육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2022년에 체육회 간부가 여직원을 성추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고, 도체육회로부터 영구제명과 해임 처분을 받았다. 가해자는 도체육회에서 실시하는 성평등 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평등 교육 이수만으로는 이 같은 성범죄 예방이 충분하지 않았다.

2022년 6월,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는 전 간부의 강제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사과를 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2022년 6월,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는 전 간부의 강제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사과를 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한 조직의 성비를 보면 그 조직 내 여성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주체육회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09년에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공개한 ‘생활체육지도자 배치사업의 성인지적 분석(대표 연구원 고은하)’ 논문은 의사결정자의 남성화에 대해 “의사결정권자는 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쉽고, 이 과정에서 성희롱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성평등한 조직을 우선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회장 단 한 명도 없는 제주체육회...여성 임원은 9% 불과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 소속 임원진의 성비. (표=양유리 인턴기자)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 소속 임원진의 성비. (표=양유리 인턴기자)
1951년 창립 이래로 2023년 현재까지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의 역대 회장 성비. (표=양유리 인턴기자)
1951년 창립 이래로 2023년 현재까지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의 역대 회장 성비. (표=양유리 인턴기자)

위 표는 제주도체육회 내의 현 임원진과 역대 회장의 성비 분석 표이다. 현재 총 85명의 임원 중 여성은 7명뿐이다. 비율로 따지면 남성 91%, 여성이 9%다. 10대 1의 비율이다. 극단적으로 불균형한 이 비율도 역대 회장 성비에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1951년 제주도체육회(구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가 처음 설립된 이래, 배출된 34명의 회장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70여 년의 도체육회 역사에서 여성이 대표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성대표성 확대 위한 여러 제도적 방안 요구돼"

도체육회의 조직 내 성비는 다음과 같다.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 소속 구성원들의 성비. (표=양유리 인턴기자)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 소속 구성원들의 성비. (표=양유리 인턴기자)

도체육회 소속 직장운동경기부의 경우 코치는 10명 중 남성 7명, 여성 3명으로 2.3:1,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선수는 69명 중 남성 41명, 여성 28명으로 1.5:1의 비율이다. 선수에서 코치로, 코치에서 임원진으로 갈수록 여성의 비율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도내 전문체육지도사 중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 도내 전문체육지도사 35명 중 남성은 28명, 여성은 7명으로 4:1 비율을 보인다.

도체육회 조직의 성비 불균형 문제와 관련해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이해응 성인지정책센터장은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제주지역 여성의 경제 참여율은 전국 1위이지만 이에 반해서 모든 영역에서 의사결정구조에 있어서 여성이 과소대표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육 부문에서 여성의 과소대표성) 또한 같은 맥락으로, 여성이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하는 데에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본다."면서 "여성대표성의 확대를 위해 여러 제도적 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여민회 양희주 사무국장은 “도체육회 조직이 여성 저대표성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 먼저 자체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제주도체육회 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여성의 대표성 문제가 심각하다. 공적 영역에서의 정치적 대표성과 더불어 지역 사회 기초단위인 마을에서의 여성의 과소대표성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성이란 이유로 다양한 방면에서 임원직을 맡을 수 없는 현상이 있다는 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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