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인 1898년 9월 1일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으로 일컬어지는 '여권통문'이 발표됐다. 정부는 이를 기념해 매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양성평등주간으로 지정해 다양한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로 28회째를 맞은 양성평등주간, 제주도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제주도정은 기념식에서 매년 성평등한 제주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성평등한 제주, 어디까지 왔을까. 얼마나 더 달려가야 할까. 제주 정치는 여성들에게 얼마나 열려 있을까. 어떻게 열 수 있을까. 제주투데이는 '다함께, 기회를' 코너에서 이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도의회보다 떨어지는 언론의 여성 대표성
사회의 성불평등 문제를 감시하고 지적해야 할 언론사에서도 여성의 대표성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내 언론의 '유리천장'이 꽤나 두껍다. 제주도 등록 언론사 현황(9월 말 기준)을 보면 제주투데이를 포함해 제주도에 등록된 언론사는 총 121개이다. 이 중 여성이 대표(발행인)를 맡고 있는 언론사는 14개다. 12%에 불과하다. 현 제주도의회 내 여성 의원의 비율(19.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계의 여성 저대표성 문제는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2022년 신문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기자 수는 남성 67.3%, 여성 32.7%로 약 7:3 비율로 나타난다. 하지만 각 언론사를 대표하는 발행인과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9% 수준으로 떨어진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의 대표성이 낮아지는 문제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현직 기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년마다 한 번씩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언론인 의식조사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2021년 실시한 ‘제15회 언론인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기자들은 불평등한 인사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봤다. ‘성평등한 언론환경을 저해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5점 평균 척도에 3.52점을 받았다. 반면 남성 기자들은 성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훨씬 낮게(2.58점) 바라봤다. 여성 기자와 남성 기자 간 인사의 성불평등에 대한 시각차가 확연하다고 볼 수 있다.
시민단체도 여성 대표성은 '다소 미흡'
제주투데이가 살펴보고 있듯, 조직 내 여성 낮은 대표성 문제는 사회 각 영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여성이 고정된 성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반의 분야에 참여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여러 정치 영역과 사회단체, 업종에서 조직을 대표하는 여성의 수는 여전히 적다.
시민단체의 경우도 성평등 부문에서는 미진한 모습을 보인다. 편의상 제주 지역 대표적인 시민단체의 협의체인 ‘제주시민단체연대회의’ 참여 단체를 대상으로 여성 대표성을 살펴보았다. 제주시민단체연대회의 참여 단체는 총 20개다. 이중 여성 단체(서귀포여성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민회)와 종교 관련 시민단체(YMCA, YWCA)를 제외하면 15개 단체 중 여성이 대표를 맡은 단체는 3개 단체에 불과하다.
제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곶자왈사람들 / 참여와통일로가는서귀포시민연대 / 서귀포여성회 /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 제주여성인권연대 /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제주주민자치연대 / 제주참여환경연대 / 제주평화인권센터 / 제주환경운동연합 / 제주YMCA / 제주YWCA / 제주흥사단 / 제주장애인연맹DPI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 제주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 제주여민회 / 제주민예총 /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앞장 서서 목소리를 내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시민단체들에서도 여성의 대표성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여성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대표제를 도입하는 사례들도 확인되고는 있다.
낮은 여성 대표성 문제는 업계나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문제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의 권리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언론과 주요 시민단체들에서도 여성 대표성이 낮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아쉬움이 크다. 언론과 시민단체 역시 여성 대표성 확보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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