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가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을 찾아 "성과 창출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1일 문순덕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을 비롯해 이해응 성인지정책센터장, 고보숙 양성평등교육센터장, 강문실 가족친화지원센터장, 김민선 성별영향평가센터장 등 수탁기관장 및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오 지사는 이날 "인구 유출을 막으면서 유입을 끌어올리고, 출생률 급감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일이지만,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원 구성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서로 존중하면서 협력을 강화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평등 성과 위한 '과감한 도전' 당부했지만...공공기관장 남녀 성비 악화
여성의 사회참여 정책을 개발하고 성평등 제주사회 실현을 목표로 운영 중인 기관을 찾아 '과감한 도전'을 요청한 오영훈 지사. 오 지사가 제주도정을 운영하면서 성평등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제주 지역 사회에 공고한 '유리천장'에 균열을 내고 있을까.
오영훈 도정의 '유리천장'은 전임 원희룡 지사 때보다 오히려 더욱 두꺼워졌다. 성평등한 사회와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 수장의 고민과 실천이 필수적이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과감한 도전과 실천은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 출자·출연 공공기관장의 남녀 성비는 상당히 악화됐다. 오 지사가 지난해 10월 제주관광공사 사장과 올해 1월 제주사회서비스원 원장에 남성을 임명하면서, 이전 4명이던 여성 공공기관장은 2명으로 줄어들었다. 제주도 공공기관장 중 이선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장, 문순덕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2명에 불과하다.
#5급 이상 여성 고위공직자 비율도 답보..공직자 인사 시 성비 공개해야
앞서 제주투데이는 올해 오영훈 도정의 2024년 상반기 인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고위공직자(5급 이상) 중 남성의 비율은 65%, 여성의 비율은 35%였다고 밝혔다.(2024 상반기 인사 5급 이상 공무원은 총 434명이다. 이는 공무연수 등으로 빠진 별도 정원을 제외한 수치이다. 이를 포함하면 5급이상 전체 공무원 수는 510명이다. 별도 정원을 제외한 5급 이상 공무원 434명 중 여성은 152명으로 35%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답보상태다.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0.7% 늘었다.
고위공직자의 남녀 성비는 제주 공직사회의 '성평등'이 어디쯤 이르렀는지 도민의 알권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오영훈 도정은 올해 첫 인사를 단행할 때 인사 대상자의 명단과 직책 등만 제시했다. 왜일까.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아니다. 그저 여태껏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의 남녀 성비는 지역의 성평등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행정당국이 인사를 하면서 이 같은 지표들을 파악하고 공개하면 '유리천장'의 높이와 성평등 정도의 변화를 도민이 인식할 수 있다. 행정당국 스스로도 성평등한 인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5급 이상 공직자의 남녀 성비를 공개하는 것. 이는 '과감한 도전' 축에도 못든다.
고위직 남녀 공직자 수를 세고 계산기만 잠깐 두드리고 인사 결과를 알릴 때 함께 발표하면 되는 정도의 작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작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는 행정운영위원회들은 운영하면서 위원의 성별을 제시하며 성별 분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도정의 인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적용하지 않는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오영훈 지사는 성평등 정책을 개발하는 여성가족연구원 등에 '성과 창출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요구했다. 하지만 '성평등한 제주'라는 실천은 바로 오영훈 지사의 몫이다. 공공기관장과 고위공직자 인사 과정에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실천. 그 실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성가족연구원이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백약을 개발해도 무효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