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사진=송기남)
쑥. (사진=송기남)

속은 국화과의 다년생 식물 쑥의 제주말이다. 키는 50cm ~100cm 전후로 자란다. 맛은 쓰고 매우나 독특한 향이 있다. 양지바른 길가나 들판. 농경지라면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자라는 강인한 야생식물이다. 

쑥은 겨울 한설이 퇴장하는 이른 봄 땅속 뿌리에서 어린잎이 나와 땅바닥에 바짝 붙어 있다가 조금씩 조금씩 쑥쑥 자란다 하여 그 이름이 쑥이라 하였다. 세상이 난장판이 되도록 짓밟혀진 상황을 우리는 쑥밭이 되었다 하는데 이 말은 쑥이 땅바닥을 뒤덮은 모습에 비유한 말이다.

우리 민족의 신화에도 등장하는 호랑이와 곰의 전설에도 쑥과 마늘이 등장하니 우리 민족이 쑥을 먹으며 살아온 세월은 까마득히 오랜 옛날부터인듯하다. 쑥은 옥토와 박토를 가리지 않고 햇볕이 드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뿌리내려 번식하는 근성을 가졌기에 옆으로 뿌리 뻗어 번식하는 모든 초본식물을 쑥근초라 불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쑥은 뿌리 번식의 대표 식물로서 도시의 보도 블럭 틈 사이로도 질기게 살아남았다. 쑥은 다른 초본식물과는 달리 자기 몸을 보호하는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풀잎이 벌레가 갉아 먹어버린 들판에서도 쑥잎과 쑥대만 남아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다.

농경민족이 심어서 가꾸는 작물을 키우기 위해 잘라내고 뽑아내어도 인간은 쑥을 이길 수 없었다. 한여름 밭고랑에 뽑아 놓은 쑥 뿌리가 며칠 지나서 다시 보면 뿌리는 시들다가도 다시 살아 땅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그 생명력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1970년대 전반기 미국이 베트남 침공 때 하늘에서 쏟아부었던 고엽재가 전쟁이 끝나고 나서 잡초제거용 제초제로 농가에 뿌려지면서도 쑥근초만은 꿋꿋이 살아남아 번식을 해왔다. 그러나 20세기 중후반에 들어 모든 식물 뿌리를 죽일 수 있는 맹독성 제초제가 개발되면서 지구의 농경지와 들판은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

쑥근초의 생명력은 제초제를 덜 먹은 채로 살아남아 다시 번식한 것을 인간이나 동물이 먹었을 때가 위험하다. 쑥뿌리는 생명력이 강한 만큼 토양에 뿌려진 농약과 오염물질을 사정없이 빨아들여 식물에 축적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모르고 먹었다가는 사람과 동물에게 기형아가 태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쑥. (사진=송기남)
쑥. (사진=송기남)

옛날 제주사람들은 봄철 어린 속을 뜯어다가 좁쌀가루로 속떡을 만들어 먹었다. 제주에서는 쑥떡을 속떡이라 한다. 제주에서는 쑥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이 속떡, 속범벅, 속지지미 등이 있다. 

속범벅은 솥에 물을 적당히 넣고 소금을 약간 넣어 팔팔 끓이면서 쑥과 밀가루를 넣어가면서 계속 저어 밥처럼 되면 떠서 먹는데 육지에서 해 먹는 쑥버무리와 비슷하지만 쑥버무리는 쑥과 밀가루를 받침에 넣어 수증기로 쪄낸 것이고. 범벅은 끓는 물에 바로 넣어 저어서 익힌 것이다.

쑥지지미가 있는데 쑥지지미는 가루와 쑥을 물에 개여서 빈대떡을 부치듯이 기름 바른 판에다가 지져먹는 음식이다. 요즘에는 육지음식과 제주음식이 교류하면서 쑥을 이용한 음식은 매우 다양하다. 봄철 어린쑥을 캐어 살짝 데쳐놓고 냉동시켜뒀다가 조금씩 꺼내어 쑥 된장국을 끓여 먹어도 아주 맛있다.

봄에 채취한 쑥은 그늘에 말려 분말로 먹거나 분말을 벌꿀에 버무려 환으로 먹는 방법이 있지만 여름에 채취한 쑥은 독성이 있으므로 햇볕에 말려서 더운물에 차로 우려먹는 방법이 있다.

동의학에서는 쑥을 애엽이라 하여 쑥뜸용 약재로도 쓴다. 쑥은 기혈을 통하게 하고 아랫배가 차가운 복부냉증에 쓰인다. 냉증으로 인한 아랫배 통증과 생리불순, 자궁냉증으로 인한 불임증을 치료하는데 여성들에게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약재다.

여름에 잘라다가 말린 쑥을 목욕물에 담가 몸을 적시거나 삶은 쑥물에 수건을 적셔 피부를 적셔주면 피부병을 다스리고 피부에 생명력이 살아난다.

쑥의 쓰임새는 아주 다양하여 병 고치고 먹는 음식으로서만 쓰임새가 다하는 것이 아니다. 관공서의 책상 위에 놓고 쓰는 빨강색의 도장밥에도 빨강 인주가 쏟아지지 않고 촉촉하게 흡수되어 있는 것은 바로 쑥이파리의 섬유질 솜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천연 염색재료로도 아주 훌륭하다. 이처럼 훌륭한 약재 식량이며 고운 옷의 염색 재료가 될 쑥이 들판에 청정한 땅에서 자라야 할 것이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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