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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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잔혹한 여름은 인류가 자초한 기후 온난화로 인해 평년 6.5일의 3배에 이르는 20.2일이라는 극악무도한 기록을 세운 열대의 잠 못 드는 밤들로 기억될 것이다.

밤공기의 서늘함이 이토록 반가웠었던 때가 있었을까? 서늘한 밤공기를 기쁘게 호흡하며 강함과 또 강함이 폭발하는 공연을 관람했다. 지난 5일 저녁 7시 30분 제주인디 공연장에서 'ROCK & SHOW'라는 주제로 열린 공연이다. 서울에서 온 밴드 '팎(PAKK)’과 제주 밴드 ‘매드(MAD)’가 무대에 섰다.

메탈(Metalcore)이라는 유니크한 장르를 다루는 매드의 공연은 지난 6월 본 적이 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팎(PAKK)이라는 파격적인 밴드명을 가진, 나에겐 미지의 존재였던 팎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셀레임이 우선이었다.

제주인디에 따르면 팎(PAKK)은 2014년 5월에 결성된 3인조 헤비록밴드이다. 이들은 포스트록을 바탕으로 헤비니스, 그런지, 사이키델릭 등이 뒤섞인 자신들만의 유니크한 음악을 구사하고 있다. 2016년 3월 EP 앨범 ’곡소리‘를, 2017년 8월에 정규 1집 ’살풀이‘를 발매했다.

’살풀이‘ 앨범은 웹진 ’음악취향Y’에서 올해의 앨범 1위에 선정됐으며,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메탈 & 하드코어’ 부분에 노미네이트 됐다. 2019년부터는 대만을 시작으로 해외투어를 시작했으며, 2021년 10월 2집 ‘칠가살’을 발매했다. 이 앨범은 1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나는 강하고 센 장르를 편애한다. 이번 공연은 서울의 센 장르의 밴드와 제주의 센 장르의 밴드가 한무대에 서는 조합인 것이다. 공연 전부터 쏟아지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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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자작곡으로 업그레이드한 매드

이번 공연에서 매드는 전곡 자작곡이라는 숨겨놓은 발톱을 드러내고 무대에 섰다. 지난 6월 제주 인디공연장에서 그들의 실체를 확인하고 느꼈던 그 전율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다. 남들이 선뜻 그 길을 가기를 주저하는 장르는 코어메탈을 선택한 사실이 놀라웠다. 또 제주 인디씬에서 갓 데뷔한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연주력과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그들을 보며 제주에 탄생한 사기적인 밴드의 앞으로 행보를 기대했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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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들은 데뷔 이후 짧은 기간의 시간 속에서 몇차례 육지의 공연 무대에 섰다. 난 10월 1일, 삼다일보 주체 제4회 버스킹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무려 메탈코어 밴드가 말이다.

이날 선보인 그들의 자작곡이 8개에 이르렀기에 조만간 매드의 정규앨범 발매 소식을 예상해 본다(공연 영상 링크 link).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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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팎, 기묘한 주문으로 관객들의 넋을 빼앗다

이날 공연의 초대 손님 ‘팎’. 참고로 밴드명 ‘팎’의 의미에 대해 밴드의 리더인 김대인씨에게 물어봤다. 안과 밖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만든 이름이었다. 밖의 세상을 향해 밴드의 모든 의지를 쏟아내겠다는 의미로 밖의 발음인 ‘팎’이라고 지었다고.

그들의 음악은 샤머니즘 세계관을 통해 현실 속 모순을 고발하는 음악으로 묘사된다. 포스트 록이라는 장르를 기반으로 삼인조라는 소박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밴드 팎은 압도적인 사운드와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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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무대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독특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첫 곡이 시작되자마자, 잔잔한 앰비언트 사운드가 공연장을 감싸더니 이내 웅장한 드럼 비트와 기타 리프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곡의 전개는 섬세하면서도 강렬했고, 각 악기들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듣는 이들의 감정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특히, 드럼의 묵직한 리듬은 밴드의 음악에 깊이를 더했고, 기타의 멜로디는 듣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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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밴드가 들려주는 서사시는 낯선 듯, 하지만 익숙한 강렬함이었다. 때때로 기관총처럼 연사하는 헤비한 기타리프는 스트레스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짜릿함 그 자체였다.

그들의 세계관이 무속, 샤머니즘에 기반한 까닭일 것이었을까? 이 밴드가 풀어내는 사운드는 몽환적이며 프로그레시브하기도 했다. 강과 약의 경계를 영리하게 넘나들었고 곡 사이의 짧은 침묵마저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공연 영상 링크 link).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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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팎‘의 제주도 첫 라이브 공연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음악색과 폭발적인 퍼모먼스로 인하여 마치 굿 한판을 보는 듯한 신묘한 체험을 경험케 했다. 앞으로도 ’팎‘과 같은 육지부의 실력파 밴드들이 간헐적이라도 좋으니 자주, 종종 제주에 내려와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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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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