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로 대표되는 제주의 여성상. 제주 해녀가 관광용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지만, 해녀는 고달팠던 제주 여성의 삶을 표상한다. 척박하고 고립된 자연환경과 가부장제 사회문화는 제주 여성을 강인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가부장제적인 사회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여러 지표들을 보면 아직 각 분야의 유리천장이 공고하다. 또 제주 여성들의 권리 확장,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해 갈 길도 멀다. 임금격차도 여전하며, 가부장제적인 문화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여성이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들기 위한 행정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도는 제주의 여성들을 위해, 그리고 성평등한 제주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6회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제주성평등협의회
2019년 3월 발족한 제주도 성평등협의회는 올해로 운영 6년째를 맞았다. 점점 참여 기관이 늘어나고 있고, 참여 기관들이 성평등 인식 확산을 위해 자발적인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제주 지역의 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제주도는 2018년 성평등정책관 부서를 전국에서 처음 신설하면서, 성평등한 제주를 만들기 위한 조직적 실천에 나섰다. 이후 불과 1년여 만에 제주 공기업, 경찰청, 교육기관 등 24개 주요 기관이 참여하는 성평등협의회를 구성하며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참여 기관 수는 40개로 늘어났다.
양적 성장은 물론 질적인 성과도 두드러지고 있다. 초기에는 제주도가 주도해 정기회의와 포럼을 개최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이제는 참여 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양성평등 문화 확산 사업을 직접 기획·추진하고도 있다. 성평등협의회는 제주도의 성평등 정책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장으로서, 각 기관의 성평등 실천 사례를 공유하며 성평등 조직문화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협의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프로그램의 다양성도 확대됐다. 성평등 포럼, 성평등 관련 퀴즈를 풀어보는 '도전 골든벨', 찾아가는 성평등 연극 공연 등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도입해 성평등 인식 확산에 힘쓰고 있다.
매년 양성평등주간에는 성평등협의회 참여 기관들의 노력이 더욱 빛난다. 제주도는 양성평등주간에 성평등협의회와 협업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미디어 영역에서 바라본 젠더 이슈 특강, 차별에 대한 성평등 토크, 변화하는 성역할 비교 및 올바른 성평등 인식 확산을 위한 특강 등이 진행됐다.
각 기관별로도 개별적인 성평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가령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성평등을 주제로 한 영화 감상회를 마련했고, 제주도개발공사는 성평등한 조직 만들기 특강과 성평등 주제의 사진전을 개최하며 양성평등주간을 맞았다. 이와 함께 성평등 실천을 위한 다짐 캠페인을 하면서 성평등한 제주를 만드는 데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제주양성평등위원회
성평등협의회가 도내 주요 공공기관, 경찰청, 교육기관 등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기관 간 협력과 참여를 통해 성평등 문화를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는 반면, 제주도 양성평등위원회는 「양성평등기본법」 및 도 조례에 따라 설치돼 운영하는 공식적인(법정) 위원회이다. 성평등 전문가, 학계 인사,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실·국장 전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도정 정책 전반에 성인지 관점을 반영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제주도의 성평등 정책을 심의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도 조례는 양성평등위원회가 다음 사항들을 심의 및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1. 양성평등정책 연도별 시행계획에 관한 사항
2. 연도별 시행계획 등 양성평등정책 추진실적 점검에 관한 사항
3. 양성평등정책 관련 사업의 조정 및 협력에 관한 사항
4. 양성평등정책의 평가 및 제도 개선 등 성 주류화(性 主流化)에 관한 사항
5. 그밖에 양성평등 정책 관련 주요사항
도지사는 양성평등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할 경우 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며, 위원회는 제주자치도의 자치법규, 정책 등이 도민의 양성평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때에는 도지사에게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제5기 양성평등위원회가 지난 5월 위촉돼 현재 운영되고 있다. 제5기 양성평등위원회는 도 실·국장 등 당연직 위원 16명과 위촉직 위원 23명 등 총 39명으로이다. 임기는 2026년 4월까지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지난 7월 ‘양성평등위원회 워크숍 및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형식적으로 그치는 워크숍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양성평등위원회 워크숍은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졌다. 성평등정책관은 워크숍을 위해 회의 진행촉진자들을 초청했다. 진행촉진자들이 회의를 진행하면서 각 분과별로 다양한 성평등 정책 제안을 모아냈다.(양성평등위원회는 성평등정책, 젠더폭력예방인권, 여성 및 가족친화 등 3개 분과를 두고 있다) 올해 양성평등주간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서도 머리를 맞댔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성평등 정책을 심의하는 제주도의 공식적인 위원회인 만큼, 목적 달성을 위한 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양성평등위원회와 성평등협의회는 제주도가 추진하는 성평등한 정책을 심의하고 실천하는 중요한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축이 잘 돌아가야 제주 지역 사회에 성평등 문화를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