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로 대표되는 제주의 여성상. 제주 해녀가 관광용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지만, 해녀는 고달팠던 제주 여성의 삶을 표상한다. 척박하고 고립된 자연환경과 가부장제 사회문화는 제주 여성을 강인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가부장제적인 사회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여러 지표들을 보면 아직 각 분야의 유리천장이 공고하다. 또 제주 여성들의 권리 확장,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해 갈 길도 멀다. 임금격차도 여전하며, 가부장제적인 문화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여성이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들기 위한 행정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도는 제주의 여성들을 위해, 그리고 성평등한 제주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6회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제주도 양성평등담당관제가 운영된 지 5년이 지났다. 양성평등담당관제는 제주도의 특화된 성주류화 전략제도로 성평등정책을 도정전반에 확산하여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제주도가 고위직 공무원의 영향력을 중요시하며 부서 전반에 성평등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의지를 보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중앙정부는 2019년부터 교육부, 법무부, 고용 노동부 등 8개 부처에 양성평등정책 담당관을 설치했다. 2018년 미투 운동과 함께 정부 모든 부처에 성평등 실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부터다. 제주도도 이에 발맞춰 양성평등기본조례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하고, 이러한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중앙부처와는 조금 다르다. 도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도, 양 행정시, 읍면동까지 219개 부서의 장을 양성평등담당관으로 지정 운영해오고 있다. 양성평등 전문인력을 채용해 배치하는게 아니라 모든 부서를 양성평등 담당 주체로 세워 성평등한 정책집행 책무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공무원 내부의 촘촘한 성평등 네트워크기반을 구축 도의 성평등 정책이 각 부서별로 전달되고 협력하는 연결망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주류화(性主流化)는 여러 정책을 기획, 실행하는 과정에서 성별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각 성별집단의 차이를 고려해 성평등한 정책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여성이 남성만큼 사회 모든 주류 영역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의사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형태로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를 행정에 적용하면 모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성평등 관점을 고려하는 것이 된다.
도는 양성평등담당관제 도입 이전부터 다양한 성주류화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었다. 우선 '성인지예산제'가 있다. 예산이 남녀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하고 이를 예산편성에 반영·집행한다. 이후 모든 성별이 동등하게 예산의 수혜를 받고, 예산이 성차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집행됐는지를 평가한다. 이는 다음연도 예산편성에 반영된다.
특히 정책 수립·시행 과정에서 그 정책이 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성별영향평가' 는 성주류화의 주요한 도구다. △성장배경, 거주지역, 사회적 관계망, 폭력 등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 및 경험 △성별 고정관념 등 성별에 따른 사회문화적 차이와 성별에 따른 경제적·신체적 차이까지 고려해 서로 다른 정책 수요가 발생하는 지 점검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공직자 대상 성인식 개선 교육은 물론, 주요 사업계획 수립 시 성평등 사전 점검을 의무화, 정책에 성인지 관점을 반영시키는 '성평등사전검토제'도 전 부서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같은 성주류화 정책은 양성평등담당관제 도입 이후 각 부서가 각자 수립한 성평등목표, 성인지정책 내용을 양성평등담당관 관리카드에 작성하여 종합적으로 관리·추진되고 있다. 전체를 총괄해 성평등여성정책관에서 취합하는 식이다.
특히 이러한 제도로 도의 성평등정책이 각 부서별로 전달되고 협력하는 연결망을 형성, 공무원 조직 내부의 연대를 다질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여기서 성평등여성정책관은 성평등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운영부서로 위상을 정립하고, 관련 정책 실행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성과도 확실하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2023년 지역성평등지수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년 동안 제주도의 지역성평등지수 수준이 가장 크게 상승한 영역이 성평등 의식.문화 영역이다. 지난 9월에는 이은영 제주도성평등정책관이 2024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다. 가령 공직사회 내에서도 양성평등담당관제가 어떤 체계로 운영되고, 구체적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각 부서 담당자들이 양성평등담당관제 관리카드 작성을 주요업무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며 “특히 성평등목표 및 수립절차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부서 성평등목표 수립 시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또한 성주류화 업무의 전문성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업무담당자의 ‘전문관 지정’ 등 도정전반에 성주류화가 확산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주도는 오는 28일 ‘성평등 정책 실천을 위한 양성평등담당관 워크숍’을 개최한다. 이번 워크숍은 도내 모든 양성평등담당관들이 참석하는 자리로, 성평등 정책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성평등담당관 제도가 내실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부처 양성평등담당관이 성평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일이 필요하다. 제도 도입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각 부처 양성평등담당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도민의 관심이 요구된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