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로 대표되는 제주의 여성상. 제주 해녀가 관광용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지만, 해녀는 고달팠던 제주 여성의 삶을 표상한다. 척박하고 고립된 자연환경과 가부장제 사회문화는 제주 여성을 강인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가부장제적인 사회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여러 지표들을 보면 아직 각 분야의 유리천장이 공고하다. 또 제주 여성들의 권리 확장,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해 갈 길도 멀다. 임금격차도 여전하며, 가부장제적인 문화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여성이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들기 위한 행정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도는 제주의 여성들을 위해, 그리고 성평등한 제주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6회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교제 중인 연인이 나를 때린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헤어져도 스토킹을 한다면? 여성인 내가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거나,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해도 불이익이 걱정돼 주변에 알릴 수 없다면?
여성긴급전화 1366 제주센터는 여성폭력의 ‘응급실’과 같은 곳이다.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으로 긴급한 구조·보호 또는 상담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1366으로 전화를 하면 언제라도 전화를 통해 피해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매해 1만건 이상의 도내 여성 대상 폭력 피해자들이 센터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도별 상담건수는 지난해 1만466건, 지난 2022년 1만567건, 2021년 1만670건, 2020년 1만776건 등이다. 올해만 해도 1월부터 4월까지 3356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주를 이루는 건 가정폭력이다. 전체 상담건수의 70~80%다. 이밖에도 성폭력, 교제폭력, 성매매 등 유형은 다양하다. 심화정 센터장은 18일 전화 통화에서 상담 사례를 묻는 취재진에 물음에 “상담 사례는 절대 알려드릴 수 없다. 우리는 비밀 보장의 의무가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처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비밀 유지는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이 센터의 건물은 365일, 24시간 불이 켜져있다. 센터 종사자는 21명으로, 8시간씩 3교대를 하면서 하루 최소 9명은 센터를 지키고 있다. 다문화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비해 중국어·베트남어 이주여성통역사도 2명 근무한다.
심 센터장은 “긴급조치가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에 상담원 전문성도 우수하다”며 “피해여성이 중국어, 베트남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면 통역기기를 이용해 상담이 이뤄지지만 그것만으로는 피해자들의 정확한 상황 파악이 어렵다. 그럴 경우에는 이주여성상담센터로 연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센터로 연락하면 센터 상담원들은 1차로 긴급상담을 제공한 뒤 경중에 따라 적절히 개입한다. 피해자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119나 112 등으로 연계 조치를 한다. 상담원이 112상황실로 신고하고, 상황에 따라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하기도 한다.
피해 여성을 ‘긴급피난처’로 피신시키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피난처다. 긴급하게 숙식이나 정신적·육체적 안정과 상담·치료 등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기본 3일부터 최대 7일까지 머무를 수 있다. 폭력·학대를 당하고 있지만 주변에 도움을 구할 수 없는 여성들에게는 절실한 제도다.
보통은 현장에서 피해자의 심신 상태 파악 후 관련 기관에 연계하게 된다. 다른 곳과 연결해주는 것은 센터의 핵심 기능이다. 심 센터장은 제주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기관간의 네트워크가 탄탄히 구축돼 있는 편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센터에서 긴급 조치가 이뤄지긴 하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기관의 협력의 필수”라며 “연초 도내 전체 파출소를 방문하고, 소방서나 주민센터,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제주는 협업이 잘되는 편이다. 제주도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폭력 사전 예방을 위해 센터 차원에서 예방 캠페인과 홍보·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심 센터장은 특히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가해자는 나의 말이나 행동이, 피해자의 경우 내가 당하고 있는 것이 폭력임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가해자 역시 스스로가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태가 심각해진 후에야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제주는 사각지대가 많고 ’궨당문화‘가 있는 지역사회이기 때문에 폭력이 숨겨지고, 그 안에서 곪기 쉽다. 상담 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지속적으로 힘 쓸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역시 여성범죄 사전 예방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 친화 안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인택배 서비스가 호응이 높다. 이용자가 택배 신청 시 수령 장소를 안심 무인택배함 주소로 기재하고, 이후 택배기사가 물품을 택배함에 보관하면 보관 장소와 인증번호가 신청인 휴대전화로 전송된다. 신청인은 해당 택배함을 찾아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택배를 찾을 수 있다.
제주시 외도동주민센터 후문, 제주중앙지하상가,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센터 등 16곳에 설치돼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이들 보관함 전체 이용건수는 19,8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사용률이 24.6% 늘었다.
또 주거 침입이나 도난 등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불안을 덜기 위한 ’여성안심 지킴이 세트‘로 제주도민 여성 1인 가구 및 여성세대주를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 지원한 물품꾸러미는 앱을 통해 집 앞을 확인하거나, 홈캠으로 사용 가능한 스마트 도어벨, 외부 침입을 차단할 수 있는 '창문 잠금장치', 위기상황시 벨을 누르면 경보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위치정보가 사전 등록된 연락처로 전송되는 '휴대용 호신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성이 혼자 운영하는 사업장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 ‘여성안심 비상벨’을 지원하고도 있다.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고 양방향 소통 가능한 폐쇄회로(CC)TV와 버튼을 누르면 보안업체(위급상황 시 경찰)가 출동하는 비상벨을 제공한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