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가시낭은 참나무목 참나무과 참나무속의 상록 활엽수다. 원산지는 동아시아의 한국과 일본이이며 우리나라에는 제주에서 부터 울룽도까지 자생한다. ‘낭’ 또는 ‘남’은 나무를 가리키는 제주말이다. 키는 20미터 정도까지 자라며 늙은나무의 줄기껍질은 판자조각 처럼 조각조각 갈라진다.
생육조건은 제주 한라산 남쪽 기준이면 돈네코 계곡에서 부터 한라산 해발 700고지 중턱까지 다른 상록수들과 섞여 분포한다. 한라산 북쪽으로는 동백동산 곶자왈을 중심으로 덕천리 일대까지, 곶자왈과 오름골짜기를 따라 광활하게 분포하며 제주시 아라동쪽으로는 해발 500고지까지 계곡을 따라 분포한다.
붉가시나무의 생육환경을 관찰하다 보면 여름철 공기가 시원하면서도 겨울철에는 어느 정도 따듯한 곳을 좋아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부엽토가 쌓인 곳이나 계곡이 있는 곳이나 동굴과 숨골이 많은 화산용암이 겹겹이 쌓인 곳에는 공기 중에 수분조절이 잘되고 온도조절이 잘 되어 최상의 생육조건이다.
거대한 덩치에 바람잘날 없는 빽빽한 가지를 어깨위에 이고도 태풍에 뿌리채 넘어간 나무를 거의 볼 수 없는 제주의 곶자왈은 그 돌덩이들 틈새로 뿌리를 뻗었기 때문이다.
뿌리를 누르고 있는 흙이나 돌들이 나무의 머리보다 가벼우면 바람에 쉽게 흔들려 넘어지는것이고 뿌리를 잡아주는 돌들이 머리보다 무겁고 단단하여 태풍에도 곶자왈에 있는 나무들은 넘어지지 않고 아들딸과 손자들이 어른이 되어 늙어가는 것을 보면서 오래오래 살아간다.
붉가시나무라는 이름은 나무 속살이 붉은색을 띠고 있어서다. 나무가 아주 단단하고 질이 좋아 옛날에는 거목을 베어 집을 짓는 데 썼다. 널판지를 문짝으로 쓰기도 하고 마루바닥용으로도 썼다.
붉가시나무 마루바닥은 칠을 먹이지 않고 물걸레질만 하다보면 바닥이 반들거리는 목재였다.목재는 한번 건조시키면 쉽게 깨지지 않고 빛깔이 아주 고와서 악기의 재료로 쓰기도 한다. 옛날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군인들이 사용하던 총기류가 반들거리는 나무판으로 되어있었는데 그 반들거리는 붉은색의 나무판이 바로 붉가시나무로 만든 총이다.
메주콩을 삶아 찧거나 찰떡매를 찧는 나무방아(남방애)를 만드는 데도 붉가시나무를 쓴다. 농경사회에서 황소를 이용해 밭을 갈던시절에는 붉가지나무를 깎아 보습을 끼우고 쟁기질을 했었다.
생밭을 개간하는 데도 따비를 만들어 땅을 일구는 데 썼었다. 고대에서 중세의 탐라인들은 물위에 잘 뜨는 한라산 구상나무로 배를 만들어 그 배가 암초가 많은 제주바다를 행해할때 부딧쳐 부서지지 않도록 앞머리부분에 단단한 붉가지나무를 덧대어 덕판배를 밀들었다.
붉가시나무의 도토리는 찰지다. 찰지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집어도 부서지지 않고 잘 집힌다. 흉년에 제주민들은 구황식량으로 붉가시나무 도토리를 주워다가 갈아서 죽을 쑤어먹으며 목숨을 연명했었다.
붉가시나무가 가지고 있는 장 점들은 대기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데도 아주 종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붉가시나무 우거진숲 3000평이면 2000cc 급 중형자동차 3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정화시켜 맑은 공기로 처리해준다.
붉가시나무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할 나무이고 반드시 사랑하지 않으면 안될 나무다. 농경사회에서는 땅을 일구는 도구로서 고맙게 쓰여졌고 민간 생활에서는 민기구로서 고맙게 쓰여졌던 나무가 아닌가.
목수의 손길로는 멋진집을 지어 주었고 거친 바다를 거너야했던 옛 사공의 뱃머리를 암초에서 지켜주었던 나무가 아닌가. 예술가의 손길에 아름다운 악기가 탄생했던 붉가시나무인데..
선흘곶자왈 인접지역이 채석장 개발로 사라지고 있고 국정원 토지가 파헤쳐지고 거대한 동굴들이 인접한 덕천리 들판에 화북공업지역을 이전하기 위해 개발한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제주에 등록되어 있는 70만대의 자동차와 거의 1분간격으로 날아오르는 항공기의 매연들을 그나마 줄여줄 수 있는 숲을 더 확대보존하여야 할 것이다.
제주에서 생육환경이 왕성하면서 단단하고 품질 좋은 목재로도 고급자원이 될수있는 붉가시나무숲을 더 넓게 보전한다면 제주는 녹색섬으로 자원도 자급자족할 수 있을 것이다.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