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로 뻗어 오르는 송악덩쿨. (사진=송기남)
나무 위로 뻗어 오르는 송악덩쿨. (사진=송기남)

소왁낭은 두릅나무과 송악속 늘푸른 덩구나무 송악의 제주말이다. 덩굴줄기의 키는 10미터 이상 자라며 어린줄기의 이파리는 3~5갈래로 갈라지는데 늙은 줄기에서 나온 이파리는 둥근 삼각형에 가까운 계란형이다. 짙은 녹색의 이파리는 가죽질로서 조금 질긴듯하다. 옛 제주인들은 송악을 가리켜 소왁낭, 골그락낭, 또는 송낙이라고도 했다.

국내 자생지는 제주에서부터 중부지방까지이며 중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제주에서 자생하는 개체수가 상당히 많아 시골의 집주변서부터 들판의 돌담 위에 무성하게 자라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꽃은 10월부터 11월 늦가을 에 연한 녹황색의 작은 꽃들이 가지 끝에 모여서 핀다. 쌀알만 한 작은 열매들은 겨울에 월동하면서 계속 자라다가 3월부터 5월 사이 까맣게 익을 때쯤이면 블루베리 열매만큼 커진다.

새들은 조잘조잘 노래하며 날아와 열매들을 냠냠냠 맛있게 따먹는다. 제주의 새들은 새 식구가 늘어도 배가 고파 아침에 우는 새가 없다. 먹을 것이 풍족한 제주에 새들은 아침이 즐거워서 조잘조잘 짹짹짹하는 것이다.

송악. (사진=송기남)
송악. (사진=송기남)

장난감이 귀했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 아이들은 대나무로 딱총을 만들어 총싸움 놀이를 하였다. 아이들 새끼손가락 굵기의 대나무를 볼펜길이로 잘라 낸다. 대나무 구멍 크기와 일치하는 송악열매를 하나 집어넣고 대나무총 안으로 가느다란 베설대를 쑤욱 밀어서 반대편 구멍을 막는다.

다시 실탄 하나를 더 넣어서 조금만 밀다가 손바닥으로 딱 치면 끝에 있던 열매는 뻥! 소리를 내면서 몇미터 앞까지 날아간다. 연속해서 열매실탄을 장전하고 쏘다보면 대나무통 안에서 압축된 공기가 실탄과 함께 연기처럼 빠진다. 아이들은 재미있어서 깔깔대고 놀았다. 지금도 이런 장난감을 만들어 놀이를 하면 재미있을 것이다.

송악의 생육환경은 양지에 부터 반음지까지 비옥한 땅이든 돌밭이든 가리지 않고 번식한다. 땅에서 기어오르는 송악은 바위든 담장이든 키가 큰 나무든 기어오르는 습성이 있다. 송악은 살기위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저 높은 곳에 햇볕이 꽃가루를 수정시켜 줄 벌들이 날아오고 열매 씨앗을 옮겨줄 새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송악줄기는 바위나 키 큰 나무 등걸에서도 잔뿌리를 내린다. 공중에 내린 뿌리로도 바람에 날려오는 먼지와 이슬을 받아먹으며 살아간다. 자기 몸통에서 뻗어나간 가지 줄기가 서로 다시 만나면 그물망처럼 다시 하나가 되어 엮어 나가기도 하는 참 재미있는 식물이다.

나무 위로 뻗어 오르는 송악덩쿨. (사진=송기남)
나무 위로 뻗어 오르는 송악덩쿨. (사진=송기남)

우리 인류보다 먼저 이 땅에 와서 수만 년을 살아온 송악넝쿨이 나무줄기를 감고 오른다고 하여 행정의 숲가꾸기 사업으로 모두 베어 버린다. 숲에는 송악줄기 이파리를 맛있게 먹고 살아가는 초식동물이 있다. 송악은 소나 말들이 잘 먹는 식물이고 특히 야생노루들에게는 겨울먹이가 된다.

빽빽하게 우거진 숲에 키 큰 겨울나무를 타고 올라간 송악넝쿨의 푸른 잎은 계절을 잊게 한다. 그 수많은 나무들 중에 송악넝쿨이 올라가 햇볕을 가렸기 때문에 기둥이 되어주던 나무가 죽어서 쓰러지기도 한다. 이때 쓰러진 나무에 매달린 송악넝쿨은 야생노루들에게도 맛있는 밥상이 된다.

그렇게 나무 한 그루씩 번갈아 쓰러지는 자리에는 또 다른 어린나무가 재빠르게 고개 들어 ‘하늘을 봐요,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왔네요’하면서 쭉쭉 커나간다. 우리들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도 이것이 자연 생태계의 순환 순리가 아니겠는가?

특히 요즈음 깊은 산속에 소나무밭에도 소나무만을 위한 인위적인 간벌작업과 송악넝쿨 제거로 인해 야생노루들의 겨울 식량창고를 빼앗고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는 겨울 노루들이 농가의 들판으로 내려와 농작물에도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인위적인 간섭이 없어야 야생다운 숲에서 하늘과 땅에 뭇짐승들이 살아갈 지상낙원이 되는 것이다.

송악. (사진=송기남)
송악. (사진=송기남)

송악이 꽃필 때면 꿀벌들이 붕붕 날아와 꿀과 꽃가루를 가져가고 눈 덮인 하얀 산에서 배고픈 노루가 발견한 송악의 녹색 이파리는 얼마나 반가운 먹이가 될까? 그래서 생태계는 스스로 움직이며 순환하는 것이기에 자연의 나무들은 키 작은 관목이든 키 큰 교목이든 기대어 살아가는 덩굴식물이든 그 그늘 아래 살아가는 무엇이든지. 인위적으로 열 지어 심어놓은 과수원 같은 그런 모습이 아니라 그냥 뒤죽박죽 살아가며 변화무쌍한 그것이 자연인 것이다.

송악은 사계절 상시 푸른 잎이 봄철에 모습과 같아서 생약명으로도 봄 ‘춘’, 등나무 ‘등’을 써서 상춘등이라 하였다. 세상에 병원들이 모두 파업해 버리거나 병원에 갈 돈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내 몸 아플 때 필요한 약초들이 사방에 뒤죽박죽 자라는 그 풀과 나무들인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이 식물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간 의학에서 줄기와 잎은 상춘등이라 하여 간을 보호하고 간염을 다스리며 풍으로 얼굴이 마비되는 구안와사를 다스린다. 열매는 상춘등자라 하여 빈혈증을 치료한다. 말린 줄기와 잎은 20그램을 물 4홉에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에서 물이 반으로 줄어들면 하루 2회나 3회 따뜻한 채로 나눠 먹는다. 성질은 서늘하고 맛은 쓰다. 열매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는 쓸데없이 나온 생명들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다만 우리가 그 생명체들이 각자가 어떤 역할을 받고 나왔는지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것은 병이고 모르는 것들은 거의 모두가 약이었던 것이다.

이것도 이제 추출물을 가지고 신약 개발에 소식이 들려온다. 어떤 새로운 재료를 대상으로 하여 세계 보건기구가 모두 인정할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 연구비가 수천억원에서 1조원에 가까운 액수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제주에서 생태자원을 아끼고 보전한다면 미래 세대들이 무궁무진한 연구 자원이 될 것으로 본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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