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참나무과 밤나무의 열매 밤송이의 알맹이다. 밤나무는 낙엽활엽 교목으로 높이 15m 이상 자란다. 넓고 길쭉한 이파리는 짙은 녹색이다. 윤기가 있고 잎맥이 선명하다. 잎 가장자리에 약간 거친 톱니가 있다.
어린가지 줄기는 갈색이고 늙은 줄기는 회색이다. 껍질은 세로로 갈라진다. 생태 환경적으로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한국에는 개마고원 밑까지, 온난대에서 냉온대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그럼에도 밤나무는 애초에 우리나라 자생종이 아니다. 산지 재배하던 것이 야생으로 번식하기도 한다.
꽃은 여름이 시작되는 6월, 가지 끝에 핀다. 밤꽃향기는 사람 남자 냄새 같은 향기를 허공으로 보내어 꿀벌을 부른다.
같은 나무에도 숫꽃과 암꽃이 따로 한여름 자지러지게 울던 매미울음 잦아들고, 여치와 귀뚜라미는 사랑의 계절을 노래하는 가을로 접어들 때 파란 하늘 흰 구름 아래 십자형으로 쩍쩍 벌어지는 밤송이를 볼 수 있다.
십자형으로 벌어진 한송이의 열매 속에는 보통 3개의 알밤이 들어 있는데 가끔은 1~2개가 들어있는것도 있다. 가시가 촘촘한 밤송이는 익어서 벌어지면 저절로 떨어진다. 땅에 떨어진 알밤에는 시일이 지나면 좀벌레가 먹어들어간다.
제사를 지낼때 1순위 조(대추)다. 율(밤)은 2순위다. 시(감)와 배 또는 능금(사과)이 3~4순위다. 여기서 배, 사과는 옛날 기준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해 제철에만 사용했다.
대추와 밤은 껍질채 말릴수가 있어 일년 내내 쓸수가 있고 감은 껍질을 벗겨 곶감으로 말리면 일년 내내 쓸수가 있는 과일이다. 차례상에 대추를 제1순위로 하는 이유는 열매 하나에 씨 하나이기 때문에 조선 임금님을 섬기라는 의미다.
밤을 제 2순위로 하는 것은 3개의 알밤이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3정승을 섬기라는 것이다. 감, 배, 사과는 씨가 6~ 8개 이므로 조선조정에 정6품까지 섬기고 조선팔도 여덟수령 즉 광역권 지방수령 에게 충성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로 넘어오는 동안에 제사를 지낼수 있는 고급관리가 아닌 평민들에게도 허용이 되면서 부터 임금님과 3정승을 위한 제사가 아닌 각자의 보모 조상님을 모시는 제사가 되었다. 이에 따라 가문가례의 규칙들도 달라지고 자기 조상이 생전에 좋아 했던 음식을 올리게 된다.
이렇게 하여 차례상에서 서열이 아주 높았던 밤, 대추도 수박, 참외에 밀려나 신분 하향길로 접어들게 되는걸까? 조, 율 ,시, 이의 신분은 그대로 인데 애초에 차례상에 없던 참외나 수박은 물론이고 제사상에서 금기시 하던 씨없는 바나나와 복숭아 까지도 신분 상승하여 차례상에 올라온 것은 시대의 변천사다.
밤나무의 속살은 결이 곱고 부드럽다. 그림이나 글자를 새겨서 걸어두면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밤나무는 표고버섯 종균을 접종해 버섯을 재배하는데도 자목으로 쓸 수 있다. 흠이라면 다른 참나무 종류에 비해 빨리 삯는 것이 흠이다.
밤은 약밥이나 떡, 빵에도 넣어서 먹는다. 삼계탕, 닭백숙 등에도 다른 약재들과 함께 쓴다. 차례상에는 생밤을 통으로 쓴다.
밤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많고 지방과 칼슘도 들어있으며 비타민이 들어있다. 비장, 위를 다스리며 기를 보한다. 특히 위장병에는 알밤의 속껍질 섬유질을 물로 끓여서 하루 3회 물을 따뜻하게 마신다.
밤은 쪄서 먹거나 구워서 먹기도 하지만 생밤을 오독오독 씹어먹으면 날고구마 맛과 비슷하고 독특한 맛이 있다. 껍질을 벗기고 장조림을 하여 밥반찬으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분말로 건조시킨 가루를 꿀 한숟갈씩 넣고 먹으면 몸에 기운이 생긴다.
밤은 알밤 하나가 나무 한 그루를 싻틔울 씨앗을 품고있는데 해묵은 밤을 채소냉장고에 보관했다가 꺼내보면 가끔 싹이 나오는걸 볼 수 있다. 이것을 땅에나 화분에 부드러운 흙을 덮고 묻어두면 뿌리를 내리고 나무가 자란다. 7년 이상을 키우면 밤맛을 볼 수 있다.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