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로 '빈독낭'으로 불리는 천선과나무. (사진=송기남)
제주어로 '빈독낭'으로 불리는 천선과나무. (사진=송기남)

'빈독낭'은 뽕나무과 낙엽활엽 소교목 천선과나무의 제주말이다. 바닷가나 하천변 또는 저지대의 숲이나 곶자왈 빌레틈에도 무작위로 잘 자라는 나무다. 

미끈한 회백색의 나무줄기와 가지 끝 부분에 볼펜자루 길이 만 한 이파리가 특징이다. 이파리를 따거나 열매를 따내면 우유빛 하얀 진액이 뚝뚝 떨어진다. 진액은 손가락이 달라붙을 정도로 끈적이는데 여기에 약이 되는 성분들이 들어있다. 

열매는 무화과 열매로서, 그 속에 꽃이 들어있다. 꽃은 5~6월에 애기 젖꼭지만한 작은 열매들이 보이는데 이것이 꽃이며 열매다. 헛꽃의 열매는 늦여름과 가을 사이 달려 다음해 봄까지 월동하는 경우도 있다. 

암꽃의 열매는 초여름에 달려 8월에 흑자색으로 말랑하게 익는다. 작은 포도알 만 한 암꽃 열매는 완전히 익으면 배꼽 부분이 저절로 갈라지는데, 달고 쫀득하여 온갖 새들과 날벌레들이 몰려와 만찬을 즐긴다. 

숫꽃 열매는 암꽃 열매보다 크며 껍질이 두껍고 성숙한 열매는 배꼽부분이 툭 튀어나와 살짝 벌어진다. 속은 가운데 부분이 비어 있고 포자와 비슷한 꽃가루들이 푸석푸석하다. 이곳에 작은 좀벌들이 알에서 깨어나 성충이 되면 꽃가루를 묻은 채 나온다. 달콤한 암꽃 열매로 들어가 식사를 하는 동안 수정이 되는 것이다.

숫꽃의 열매는 붉게 익어도 푸석푸석하고 아무맛도 없다. 그런데  8월에 익은 암꽃 열매는 잘 익은 무화과 처럼 쫀득하고 달다. 어린 시절 시골 아이들이 빈독열매가 익어가는 7월 말부터 9월 초 들판과 냇가 근처로 돌아다니며 따먹던 추억의 열매다.

제주어로 '빈독낭'으로 불리는 천선과나무.  (사진=송기남)
제주어로 '빈독낭'으로 불리는 천선과나무.  (사진=송기남)

아이들과 새들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새들이 많은가, 아이들이 많은가, 빈독낭이 많은가 적은가에 따라 그날의 경쟁은 달라진다. 새들이 많으면 돌을 던져 새들을 다울리며 따먹는다. 아이들이 많으면 혼자 발견한 나무에 가서 조용히 따먹고 시치미 뚝 떼면서 나타난다.

빈독낭은 초식동물들에게도 고급진 먹을거리다. 풀을 뜯던 소들 도 빈독낭을 발견하면 고개를 내밀어 이파리와 열매를 한번에 먹어버린다. 동물들은 맛있고 약이 되는 식물들을 냄새와 감각으로 알아차린다.

어떤 효능이 있는 나무일까? 온갖 날짐승들과 사람들이 먹고, 초식동물들 까지 먹는 이 나무와 열매는 대단한 효능을 가진 자원식물이다.

제주에서 빈독낭이라 하는 이 식물의 정식 명칭은 천선과나무다. 한자는 하늘 천(天), 신선 선(仙)을 쓴다.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 따먹고 가는 과일나무일까? 아니면, 이 과일을 먹은 여인이 선녀가 되어 하늘로 날아올랐을까? 뭐, 선녀나 신선이나 천상에서 같은 급이니 대단한 약성을 가진 나무라 할 수 있다.

빈독낭은 생명력도 대단하다. 음지와 양지를 가리지 않으며 박토와 옥토를 가리지 않고 자생하는 생태적 특성도 가졌다. 숲에서 평균 키높이가 5~6m 정도이며, 끝까지 다 자라도 8m를 넘지 않는다.

높은 고목나무에 새가 먹었던 씨앗에서 싹이 나면 끝까지 죽지 않는다. 공중에서부터 아래로 뿌리를 내리며 땅으로 뻗어 살아남는다. 높은 바위 절벽에서 싹을 틔우면 바위 틈을 뚫고 지하로 뿌리를 내리거나 지상 위로 항한 자기 키보다 몇배로 길게 절벽 아래로 뿌리를 뻗어 지하에 수분을 끌어당긴다.

제주도 화산암반 동굴이 산재한 빌레용암 위에서 싹이 나오면 그대로 암반 틈새를 뚫고 지하로 뿌리줄기를 내려보내 지하에 물을 길어 올리면 살아간다. 이때 지상에 비가 내리면 나무 뿌리줄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는 물이 동굴 천정을 녹이면서 휘황찬란한 동굴석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오래된 콘그리트벽에 나무가 있다면 언젠가는 그 콘크리트벽 아래 지하로 뿌리가 내려가게 된다. 병들어죽지 않는 신선 처럼  최악의 조건에도 끝까지 살아남는 천선과나무 (빈독낭) 의 약효는 어떤것일까?

제주어로 '빈독낭'으로 불리는 천선과나무.  (사진=송기남)
제주어로 '빈독낭'으로 불리는 천선과나무.  (사진=송기남)

열매의 속의 소 위장처럼 생겼다 하여 생약명은 우내장이다. 뿌리는 '우내근', 줄기는 '우내시'라 하여 열매와 뿌리, 줄기 모두 약재로 쓴다. 

피를 돌게 하는 활혈 작용을 하며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모유가 부족한 산모에게는 모유를 풍족하게 돕는다. 류머티스 관절염에도 좋으며 특히 관절염을 치료할때는 우슬과 닭발을 섞어 진하게 오래 달여서 먹으면 약효도 좋아진다.

사람을 살리고 우리들의 활동을 편안하게 할수있는 환경과 자원들은 우리가 아끼고 보전할때만 그것이 고갈되지 않고 영구적으로 쓰임이 될 것이다. 잘 익은 천선과열매는 무화과처럼 잼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우리도 이것을 먹고 하늘로 들판으로 훨훨 날아 다니는 선녀나 신선이 되어보자.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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