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씌어진 이 책은 2013년에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2022년까지 3쇄를 찍었다. 1쇄에 1,500부를 찍었다고 하면 지금까지 4,500부쯤 나왔다. 굳이 9년 동안 3쇄를 찍은 사실을 거론하는 이유는 이 책을 여러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책도 팔리지 않으면 목숨을 다한다. 인문사회과학 책들은 1쇄로 끝나는 일도 흔하다. 이제 이 책 내용을 보자.
사람이 살면서 은행에 돈을 빌리지 않은 일은 거의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은행이란 곳은 처음에는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내는 곳이 아니었다. 내가 돈이 은행에 10만 원을 맡겼다면, 다시 10만 원을 찾는 보관 기능을 은행이 했을 뿐이다. 그때 돈을 맡기는 보관료만 조금 내면 됐다.
지금 은행은 돈 놀이를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카지노경제’의 시작이다. 땀 흘려 일을 하지 않는 돈이 돈을 만들어 낸다. 내가 10만 원을 은행에 맡겼다면 은행은 1만 원만 중앙은행에 맡기고 나머지 9만 원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고 이자를 받는다. 9만 원을 빌려간 사람이 은행에 돈을 다시 맡겼다면, 9만 원의 10%인 9,000 원만 중앙은행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81,000원으로 은행은 또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면서 이자를 받는다.
은행에서 돈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은 그냥 통장에 숫자로만 남는다. 이렇게 하다보면 내가 맨 처음 은행에 맡겼던 돈 10만 원은 100만 원 넘게 불어난다. 만약 1조 원이 은행에 입금이 되었다고 하면 100조 넘게 돈이 생길 수도 있다.
은행은 건물이나 땅을 담보로 해서 돈을 빌려준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이자를 많이 받고 적은 돈을 빌려주고, 대기업에는 싼 이자에 돈을 많이 빌려준다. 이러다 사람들이 돈을 빌려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는데 그 땅과 건물 값이 떨어지면 은행에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다.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돈을 찾으려 해도 은행에는 돈이 없다. 은행이 문을 닫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은행에 더 큰 돈을 만들어서 주어서 은행이 문을 닫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은행에 돈을 맡겼던 사람들은 맡긴 돈 모두를 찾을 수 없다. 좀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하다. 은행은 돈을 만들지도 않으면서 돈 놀이를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 그럼 돈은 누가 만드나.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만들고 한국조폐공사에서 돈을 찍는다. 사람들은 한국은행이나 한국조폐공사가 국가기관이라고 생각한다. 맞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
국가에서 한국은행장과 한국조폐공사 일꾼들을 뽑는다. 하지만 둘 다 독립된 단체다. 굳이 말하면 민간기업이다. 모든 나라들이 다 그렇다. 국가가 나서서 필요한 만큼 돈을 만들고 필요 없으면 돈을 회수하면 나라 경제가 안정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 시도를 전혀 안 한 것은 아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에 링컨은 ‘그린백(greenback)’이라는 돈을 만들어서 전쟁기금으로 썼다. 달러 뒷면이 녹색이어서 그린백이다. 전쟁을 하려고 대형은행에서 돈을 빌리려 했는데 이자가 25%가 넘었다. 또 그 은행자본은 대부분 유럽 부자들이 갖고 있었다. 링컨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린백을 썼다. 그러다 암살을 당했다. 국가가 나서서 돈을 만든 것을 금융투기자본가들은 몹시 싫어했다.
남북전쟁 당시 썼던 그린백은 ‘대안화폐’다. 지역에서 유통되는 화폐. 은행에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지 않는다. 마을에서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루어진다. 지구가 더럽혀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린백이나 대안화폐는 금융위기가 와도 영향을 덜 받는다. 은행이 돈을 보관만 하는 기능을 하고, 국가가 돈을 만든다면 세상이 바뀐다.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독자들과 만난다.
- 《봄꿈》을 읽고
- [또밖또북]《삶을 위한 학교》를 읽고
- [또밖또북]《동백꽃이 툭,》을 읽고
- [또밖또북]《우린 너무 몰랐다-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을 읽고
- [또밖또북]《우주식당에서 만나》를 읽고
- [또밖또북]《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를 읽고
- [또밖또북]덴마크의 교육정책에서 배울 점
- [또밖또북]《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읽고
- [또밖또북]《농본주의를 말한다》를 읽고
- [또밖또북]《들국화 고갯길》을 읽고
- [또밖또북]《까대기》를 읽고
- 《돼지 이야기》를 읽고
- 《깻잎 투쟁기》를 읽고
- 《어느 개 이야기》를 읽고
- 《사랑의 기술》을 읽고
- 《그 꿈들》을 읽고
- 《애국자가 없는 세상》을 읽고
- 『눈이 내리는 여름』을 읽고
- 《대범한 밥상》을 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