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한 밥상》(박완서 씀, 문학동네 펴냄)
《대범한 밥상》(박완서 씀, 문학동네 펴냄)

이 책에는 박완서가 쓴 중편소설 10편이 실렸다. 글쓴이는 1931년에 태어나서 2011년에 죽었다. 80을 살았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났고, 한국전쟁이 터졌을 때는 19살이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누가 했는지에 따라서 민중의 삶이 달라졌다. 아마 박완서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가 쓴 작품들은 대개 도덕과 체면, 돈과 명예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문학상을 받았다.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인촌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상. 우리나라에 주는 거의 모든 문학상을 받았다. 나는 조금 불편했다. 어느 시인은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조선일보에도 시를 실을 수 있다. 그는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시인이었다. 그는 말하기를 시는 우주 언어다. 어떤 신문도 가리지 않는다고. 박완서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위에 열거한 상 가운데 군사독재정권과 재벌기업을 도와주는 상도 보여서 하는 말이다.

사실 그가 쓴 작품들을 보면 그렇게 많은 상을 받은 것이 이상하지 않다. 작품성이 아주 뛰어나다. 풍자와 심리묘사, 따뜻한 정을 되새기게 하는 글들이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어쩌면 이것이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꼭 배워야 할 점이다. 글쓴이도 잘 모르는 온갖 은유와 비유를 써 가며 사람들이 읽기 힘들도록 하는 것은 좋은 작품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아니다. 작가는 세계관이 중요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말이다.

박완서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가장 믿음직하게 따르던 친오빠를 잃었다. 한반도 북녘 인민군 총에 목숨을 잃었다. 그 오빠도 박완서도 한 때는 사회주의를 바람직한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한반도 북녘에서 하는 공산주의는 싫어했다. 그럴 수 있다. 이런 의문이 든다. 한반도가 두 동강이 나고 남녘은 자본주의, 한반도 북녘은 공산주의 따르는 정치를 하게 된 이유가 사회주의 사상만 잘못된 이념이기 때문일까.

사실 1945년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고나서 미군정에서 몰래 여론조사를 했다. 한반도 사람 70%가 사회주의를 바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주의를 제대로 모르고, 공짜로 땅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생각한 이들도 있겠다. 36년 동안 일본군국주의 세상에서 목숨을 제대로 잇기 힘든 민중들이 사회주의를 고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승만을 꼭두각시로 세운 미군정은 한반도 남녘을,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를 죽였던 친일세력들을 그대로 다시 한반도 남녘만이 만든 정부를 세우는 데 힘을 쓰도록 했다. 그 일로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선 항쟁이 일어났다.

모든 소설가가 정치이야기를 할 순 없다. 하지만 박완서 글이 분단으로 아픔을 겪은 민중들 삶을 그린 것은 맞지만,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 되는 길에 도움을 주진 않는다. 나도 지금 한반도 북녘의 정치 역시 민중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해방정국에선 좀 달랐다. 한국전쟁에서 국군이 되었다가 인민군이 되기도 하고, 인민군이 되었다가 국군이 되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미군은 한반도에 해방군으로 오지 않고 점령군으로 왔기 때문이다. 박완서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폭력정권으로 목숨을 달리한 아들을 생각하는 아픔도 그린다. 민가협(민주화운동실천가족협의회)에서 활동을 하면서 잘못된 정권에 맞서야 한다고 말을 한다.

이 책에는 또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교장실에 그들 사진을 걸어놓은 남편을 싫어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내용의 소설도 담겨 있다. 남편은 초등학교 교장이고, 그 사진들은 민중을 총칼로 죽인 학살자였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그냥 흰소리로만 들렸다. 그것이 풍자일 수도 있다. 그런 풍자는 좀 가볍지 않은가.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주에 독자들과 만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