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하나도 없는 그림책이다. 하지만 책은 많은 말을 한다.
어느 날 강아지는 찻길에서 버려진다. 자동차에서 내던져진다. 강아지는 그 차를 따라서 숨이 턱에 닿도록 뛴다. 하지만 차를 따라 잡을 수는 없다. 그 차를 운전하는 어른은 개가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할 것 같으니 차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뒤를 돌아본다. 강아지는 하나의 점이 되어 멀리 떨어졌다. 강아지를 버린 사람 마음은 어떨까.
내가 살고 있는 제주 지역에서 유기되는 개가 하루 50마리가 넘는다. 한 달 2000마리쯤 된다. 어떤 사람들은 제주도까지 와서 강아지를 버린다. 그렇게 버려진 강아지는 버려진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성인다고 한다. 바닷가에서 오름 앞에서 아름다운 들에서.
《어느 개 이야기》 속 강아지는 같이 살던 사람들이 탄 자동차를 쫓아서 죽을 힘을 다해서 뛰다가 지치고 만다. 그러다 자기를 버린 차와 비슷한 자동차를 발견하고 찻길을 건너다 자동차 사고를 일으킨다. 강아지를 피하다가 자동차들끼리 정면으로 부딪친다. 차가 뒤집혀지고 불길이 솟는다. 찻길에 달리던 수많은 차들이 교통사고로 꼼짝 못한다. 사람들은 찻길에 나와 웅성거린다. 경찰차가 달려오고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한다. 사람이 죽었을 수도 있다.
강아지는 이 장면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어쩌면 강아지는 그렇게 교통사고 난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버린 사람에게 앙갚음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강아지 때문에 일어난 대형교통사고이지만 강아지를 잡으려 하진 않는다. 강아지는 다시 길을 떠난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서 걸을 힘이 없다. 꼬리는 축 내려앉았다. 강아지는 보통 꼬리를 바짝 들고 다닌다. 힘이 없거나 겁을 먹었을 때 꼬리를 엉덩이 안쪽으로 떨어뜨린다. 버려진 강아지는 마을을 겨우 찾아서 쓰레기통 주위를 맴돈다. 하지만 몸이 뚱뚱한 사람은 손가락질을 하며 그 강아지를 거칠게 내쫓는다.
강아지는 다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떠나 길을 나선다. 강아지는 너무 지쳐서 목숨을 잇지 못할 것 같은 순간에 아이 하나를 본다. 그가 멀리서 이쪽으로 걸어온다. 작은 가방 하나를 길에 던져두고 강아지에게 다가와서 맑은 눈빛을 나눈다. 강아지가 환하게 웃으며 기쁘게 아이에게 달려가 안긴다. 가만히 보면 그 아이는 강아지를 버렸던 그 차에 타고 있던 아이와 눈매가 닮았다. 그건 내 생각이다. 그 아이도 버려진 아이 같다.
나도 집에 강아지가 둘 있다. 모두 떠돌이였다. 하나는 다섯 살 추정으로 두 살 무렵일 때 8월 15일 광복절에 우리 식구가 되어서 ‘광복’이다. 또 한 아이는 태어난 지 세 달쯤 되었다. 내가 꾸리는 책방으로 책방 손님이 길에서 떠도는 아이를 데려다 놓았다. 그 아이는 병원 의사 말로는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벽에 부딪치지 않고 잘 뛰어논다.
그 아이는 8월 20일에 우리 집에 들어와서 ‘해방’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동물에서 해방이 되고, 사람들이 버리는 세상에서 해방이 되라고. 내가 이렇게 두 아이를 챙겨서 참 훌륭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내 속은 그렇지 않다. 내 아이들과 산책을 하다가 떠돌이 개를 만나면 경계를 하고 멀리 가버리기를 바란다. 내 아이만 지키면 된다는 마음에서다.
《어느 개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무척 아팠다. 같이 살던 강아지를 버리는 사람은 어쩌면 자기보다 약한 사람도 버리지 않을까. 이 책 나오는 아이처럼 말이다. 슬프고 아름다운 책이다.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독자들과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