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투쟁기》우춘희 씀, 교양인 펴냄
《깻잎 투쟁기》우춘희 씀, 교양인 펴냄

글쓴이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4년 넘게 생활을 하면서 쓴 책이다.  한국은 지금 다른 나라에서 온 젊은 일꾼들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농사뿐 아니라 공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와 농장, 공장 주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르게 대한다. 정부에서는 일을 하는 기간을 엄격히 제한한다.

공장, 농장 주인들은 10시간 일을 시키고 8시간만 일한 것으로 돈을 주기도 한다. 어떤 사업주는 몇 해 동안 일한 월급을 주지 않는다. 특히 농장에서 일을 하는 여성 노동자에겐 성폭력도 일삼는다. 그것을 고발해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 일이 더 많다. 다른 나라에서 온 농사 일꾼들은 대개가 비닐하우스나 샌드위치패널에서 잠을 잔다. 그곳에서 자도 달세를 한 사람 당 20만 원 가까이 낸다. 그들은 난방이 되지 않는 겨울에 그곳에서 자다가 몸이 망가져서 죽기도 했다. 그래도 농장 주인들은 과태료만 낼뿐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이 싫었다. 일을 시키려고 다른 나라에서 사람을 구해왔으면 한국 사람과 똑같이 돈을 주면 된다. 이것이 상식이다. 제대로 월급을 주는 한국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한국 사람들이 일하지 않으려는 힘든 일을 하겠다고 다른 나라에서 젊은 사람들을 불렀으면 오히려 돈을 더 많이 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농촌 현실을 보면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농촌 사람들도 돈을 벌고 싶어서 농사를 짓는다. 지금 농촌은 농사를 지어서는 먹고살기가 힘들다. 농기계 값, 비료 값, 일꾼들 품삯을 빼면 살림이 빠듯하다. 그러다보니 값싼 노동자들을 구하게 되고, 생산량을 늘리려고 화학비료도 많이 주고, 살충제 제초제도 뿌린다. 땅은 더러워지고 농사꾼 마음도 더러워진다.

방법은 없을까. 나는 좀 뜬금없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 군인이 60만 명이 있다. 그 군대를 비폭력군대로 만들면 좋겠다. 20만 명은 시골로 내려가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20만 명은 공장에 가서 노동자로 일을 하고, 20만 명만 무기를 갖지 않고 나라를 지킨다. 이렇게 하면 다른 나라에서 젊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일을 하러 와도, 모두 우리나라 법에 따라 제대로 된 임금과 숙식시설을 주고 일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군인들이 농사를 짓고, 노동자가 되고, 총을 들지 않고 나라를 지킨다고 하면 사람들은 미쳤다고 할 것이다. 정말 이것이 미친 생각일까. 나라가 위태로우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온몸으로 나설 것이다.

또 하나 미친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주로 캄보디아에서 온 젊은 사람들 이야기다. 캄보디아에서 우리나라에 와서 일을 하려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캄보디아에서 일을 해서 주는 돈보다 우리나라에서 일을 해서 버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나라 땅이 더럽혀지거나 자연이 파괴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것은 우리나라 노동자와 농사꾼도 마찬가지다. 물론 자연을 더럽히지 않고 돈을 벌기는 힘들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스스로 가난하게 사는 것은 어떨까 싶어서다.

분명 캄보디아에도 자기 마을에서 힘들지만 따뜻한 정을 나누며 오순도순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정말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면 누구나 돈을 많이 벌어서 편하게 살고 싶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배불리 먹고 멋진 옷을 입고 튼튼한 집에서 사는 것이 사람이 가진 마음이란 것은 안다. 하지만 그렇게 부자로 살고 싶은 마음이 나를, 식구를, 이웃을, 마을을, 나라를, 지구를 살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번 글은 앞뒤 없이 썼다. 투정을 좀 부리고 싶었다. 그래도 ‘깻잎 투쟁기’는 꼭 읽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인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은종복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독자들과 만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