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꿈들》박기범 씀, 김종숙 그림, 낮은산 펴냄
《그 꿈들》박기범 씀, 김종숙 그림, 낮은산 펴냄

2003년 3월 20일부터 2011년 12월 15일까지 이라크에서는 전쟁이 있었다. 미국이 이라크 사람들을 해방시키겠다고 쳐들어갔다. 지금부터 19년 앞서 일어난 일이다. 이라크에 석유가 없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고, 9.11사건을 일으켰다는 이슬람 무장투쟁 단체 알카에다 조직원이 있다고 했다. 모두 거짓이었다.

이 그림책은 2014년 8월 10일에 나왔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이 시작되고 10년 뒤다. 글쓴이는 미국이 이라크를 쳐들어가자 전쟁을 막는다고 이라크로 달려가 인간방패가 되었다. 어른들 싸움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맨몸으로 지키겠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감히 아이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슬퍼할 줄 아는 힘을 잃지 말아 달라는 거”다.

이 글에 나오는 아이들 이름을 불러본다. 알라위, 핫싼, 가디르, 하이달, 오마르, 모하메드, 수아드, 알리에, 도하. 전쟁이 끝나고 10년이 지나서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폭탄으로 다리를 절고, 아버지가 포탄으로 죽고, 어머니가 포탄으로 어깨가 깨지고, 식구들이 모두 죽기도 했다. 그 아이들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시장 통 골목을 자전거를 누비며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던 소년,/ 때 묻은 구두를 닦으며 농장으로 떠난 형을 기다리던 아이,/ 양을 모는 오빠와 함께 닭과 오리를 치며 살겠다던 소녀,/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설레어하던 청년,/ 오순도순 함께 모여 살 집을 지으며 행복해하던 가족,/ 기술자를 꿈꾸던,/ 가난한 마을의 의사를 꿈꾸던,/ 디자이너를 꿈꾸고,/ 공부방 선생님을 꿈꾸던” 아이들은 그 꿈을 이루었을까.

우리나라 아이들과 다름없는 이라크 아이들 꿈을 누가 짓밟았나. 이라크 독재정권에서 해방을 시켜주겠다고 일으킨 전쟁으로 그 아이들 꿈은 무참히 부서졌다. 아이들 어머니 아버지 삼촌 이모들은 죽임을 당했고, 아이들도 죽거나 다리를 잃었다. 죽지 않고 겨우 살아남은 아이들은 미국 침략자들에 대한 미움으로 총을 들고 싸웠다. 이라크는 전쟁이 끝난 뒤 종족 싸움으로 번져 끝이 없는 죽음 구덩이에 빠졌다.

글쓴이는 말한다. 이라크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백성들을 괴롭힌다면 그 나라 사람들이 들고일어나야 한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총과 대포, 미사일로 쳐들어오면 안 된다고. 그들은 이라크 사람들을 도와주러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뱃속을 채우러 오는 것이라고.

이 책에는 글쓴이가 이라크에 있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 그대로 나온다. 책머리에 “살람 아저씨와 핫싼, 세이프 그리고 그곳의 친구들에게”라고 썼다. 살람 아저씨와 핫싼은 이 책에 이름 이 그대로 나온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 그림을 보자. 전쟁이 오기 전에는 아이들이 꿈에 부푼 맑고 밝은 모습이다. 전쟁이 터지면서 아이들은 어둡고 두려움에 떠는 눈빛이다. 그림만 봐도 아이들 꿈이 무너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글쓴이는 말한다. “악당을 물리치는 착한 전쟁이라는 말에/ 마음씨 착한 이들이 그 전쟁에 뛰어들곤 하였고,/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정의와 평화와 해방을 주려고 싸운다고  한다. 그것이 거짓말인 것을 안 미국 군인들은 전쟁이 끝나고 나서 괴로움에 시달린다. 죄 없는 사람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어느 미군 병사는 자신이 쏜 총에 죽임을 당한 청년을 생각해서 평생 동안 이라크 사람들을 도우며 용서를 빈다. 가난한 미국 사람들이 가난한 이라크 사람들을 죽이는 전쟁이었다. 그 뒤에는 돈에 눈이 먼 미국 자본가와 통치가가 눈을 시뻘겋게 뜨고 있다. 또 다른 나라를 쳐들어갈 기회만 살핀다.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주에 독자들과 만난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