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는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이 시급한 곳을 찾아내 조사하는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후보지 모니터링사업’이다.
해양보호구역 후보지 선정 기준은 경관적·지질학적 가치가 우수한 곳, 우수한 바다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곳, 해양보호생물 등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는 곳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법정보호종의 서식여부도 중요한 조사항목이기 때문에 다양한 해양보호생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만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갯게’와 같은 매우 희귀한 멸종위기종을 확인하여 즉각적인 보호조치를 요구하기도 했으며, 환경부에서 직접 현장조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보호가 필요하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해양보호생물
시급하지만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는 사실을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심지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들도 제대로 된 알림판 하나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세심한 관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갯게만 하더라도 서식지에 쓰레기가 투기되어 방치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정도였다. 제주도에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달랑 쓰레기 투기 금지 현수막 하나 달아 두는 것으로 할일을 다 한 듯했다.
갯게처럼 매우 희귀하지 않지만 계속되는 해안개발과 사람의 발길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서식공간을 잃어가는 해양생물들이 많다. 그중에 ‘달랑게’도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제주도 모래갯벌 전역에서 발견되지만 군집을 이루는 경우가 많지 않고 해양오염과 서식지가 개발과 탐방객 증가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실제 서식지별로 수십 개체 정도가 목격되는 게 전부일 정도로 개체수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달랑게는 해양수산부가 지정하는 해양보호생물로 법정보호종이다. 한국에서는 동해의 영일만 이남, 대한해협, 서해 연안 등 전 해역의 깨끗한 모래갯벌 상부지역에 분포하며 제주도에서는 해빈과 해안사구에서 드물게 목격할 수 있는 생물이다. 집게다리로 모래를 떠서 입에 넣고 유기물만 걸러 먹은 후 남은 모래는 둥글게 뭉쳐 다시 뱉어내는 먹이활동을 하며 갯벌의 오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안개발과 해안 오염이 심해지면서 서식지가 크게 감소하였고 현재는 개체수가 급감하여 지난 2016년 9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면 상업·레저 목적으로 포획하거나 유통시킬 수 없다. 쉽게 얘기해서 눈에 보여도 함부로 잡았다가는 큰일 난다는 뜻이다.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처벌 수위가 작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강력하게 보호하는 법률이 있음에도 실제 달랑게의 보호 현황을 보자면 한숨밖엔 나오지 않는다.
제주도의 달랑게는 달라도 뭔가 달라요
달랑게는 유령게라고 불리울 만큼 주로 밤에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변의 움직임에 매우 기민하게 움직이는 종으로 사람의 움직이는 진동에도 놀라 굴로 피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 역시 많은 모래갯벌에서 달랑게는 저녁 늦은 시간대나 새벽 시간에 관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특성과 달리 벌건 대낮에 대놓고 활동하는 달랑게도 있다. 이런 달랑게는 햇빛에 노출된 시간에 비례해 몸이 붉어지는 특성을 지닌다고 한다. 특히 이렇게 유별난 특성을 보이는 달랑게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하모해수욕장이다.
하모해수욕장은 현재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은 많이 상실된 상태이다. 모래유실이 심하게 발생한 탓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경관을 즐기기 위한 탐방객과 여름철 물놀이를 위한 해수욕객들이 여전히 찾고 있다.
이곳에 서식하는 달랑게는 해수욕장 서측 귀퉁에 모여 있다. 우리 단체에서 모니터링한 결과 적어도 100개체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약 3백평이 안되는 좁은 공간에서 바닷물이 드나듬에 따라 해수욕장 위아래로 이동하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의 또다른 특징은 뒤편에 유기물이 풍부한 습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습지에서 발원한 담수가 해수욕장으로 흘러드는데 이 담수가 흘러가는 곳을 끼고 달랑게들이 생활하고 있다. 모래 속 유기물을 먹고 사는 달랑게의 입장에서 아주 좋은 먹이공급처가 있는 셈이다.
게다가 뒤편 습지는 환경부와 제주도가 방치공간 생물서식처 복원사업을 진행한 곳으로 국유지다보니 파괴될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달랑게 서식처에 유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 달랑게가 집단서식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혹적인 달랑게는 고달프다
달랑게들이 먹고 뱉어놓은 모래경단이 가득한 곳에서 새빨간 달랑게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당히 귀한 경험이다. 생태환경교육 차원에서도 매우 귀한 공간이자 생태관광의 차원에서도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다. 당연하게도 이들 서식지는 잘 관리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표지가 제대로 갖춰지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장치도 하모해수욕장 내 달랑게 서식지에는 찾아 볼수가 없다.
달랑게의 집단서식지는 앞서 언급한데로 해수욕장 서측 귀퉁이에 1000㎥ 정도의 협소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하모해수욕장과 운진항 주차장을 연결하는 계단통로가 있는 구간으로 해수욕장 이용객이 계단을 활용하여 오고 가는 곳이다. 해수욕장과 가장 가까운 주차장이다보니 해수욕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곳에 차를 대고 해수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차에서 짐을 빼고 나르기 쉽도록 해수욕장 서측 귀퉁이에서 해수욕객들이 주로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문제는 해수욕객이 이용하는 공간과 달랑게의 서식지가 정확하게 겹친다는 점이다. 서식지를 밟고 지나가는 것은 당연하게 발생하는 일이고, 달랑게를 포획하거나 굴로 숨은 달랑게를 포획하기 위해 모래를 파헤치는 일도 발생한다. 물론 모래찜질을 하거나 모래성을 쌓기 위해 모래를 파헤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해수욕장에서 해수욕객이 당연하게 하는 일들이지만 문제는 이런 행위가 법정보호종의 서식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17만㎥ 넓이의 해수욕장에 단 1000㎥를 양해하는 것이 큰 불편을 야기하는 것은 아닐 터. 그리고 이곳을 피해 해수욕을 즐기는 것도 큰 어려움이 없는 일이다.
해수욕객들에게 이러한 정보를 주어야 하지만 이런 정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적어도 이곳에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고, 이들은 어떤 종이고 어떤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에게 위해되는 행동을 하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정도에 대해서는 정확히 설명하는 표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의 서식이 지역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보호는 더욱 필요하다. 제주지역에 해안도로와 주차장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 평소에 찾기 힘든 법정보호종을 아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이곳이 유일무이하다.
이곳을 잘 보호하고 관리하면 생태교육장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생태관광 자원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무안황토갯벌랜드같은 경우 흰발농게의 서식지를 철저히 지키면서도 생태교육장으로 생태관광자원으로 잘 활용되고 있다. 달랑게 서식도 잘 보호하면서 지역의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수많은 생물이 멸종하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생물종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그만큼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와 제주도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하모해수욕장의 달랑게 집단서식지는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와 제주도가 합심해서 이들의 서식지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달랑게는 지금 세심한 관심과 보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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